미국-유럽 초강수 제재...러시아 은행 국제결제망 배제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금융권 파장 확산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초강경 금융제재에 나섰다. 국제 금융시장에 불안과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AP, 로이터 등 외신들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26일(현지시간)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는 공동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다른 도시를 공격함에 따라 우리는 러시아를 국제 금융(체계)으로부터 고립시키기로 결정했다”며 “이 조치들은 조만간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위프트는 전 세계 200여개국 1만1000곳 이상의 은행, 금융기관들이 사용하는 금융결제망이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이 국내 시중 은행에서 거래처인 해외 은행으로 송금할 경우 스위프트가 이용된다. 스위프트에서 배제된다는 것은 국제 송금, 결제 등을 못하게 되고 수출 대금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미국 등은 우선 선별된 러시아의 일부 은행들을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전면 배제하고 또 러시아 중앙은행의 국제 보유고 접근도 제한할 방침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후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일각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에서 배제하는 것이 국제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러시아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했던 2014년에도 스위프트 배제 카드가 거론됐지만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진입하겠다고 했던 당초 발표와 달리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를 공격하면서 국제 여론이 악화됐다. 이에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스위프트 배제라는 칼을 꺼낸 것이다.
다만 대상이 될 러시아 은행은 유럽연합(EU)의 논의를 거쳐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그 자산을 동결할 것”이라며 “스위프트 제외는 이들 은행이 국제금융시스템에서 단절되고 글로벌 영업 능력에 타격을 줄 것이다. 은행들은 대부분의 금융 거래를 하지 못하고 러시아의 수출입을 효과적으로 막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위프트 배제는 당장 러시아 기업들에게 타격을 주고 나아가 러시아 정부와 기업에 대한 신뢰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 역시 러시아 정부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가 진행되면 6430억달러(한화 약 774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보유고 접근이 제한을 받게 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전쟁에 대비해 중앙은행 보유고를 크게 늘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이번 조치로 러시아 루블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면서 러시아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의 제재에 대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내의 미국, 유럽 정부 및 기업 자산을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미국 등이 추가 제재에 나설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몰도바, 핀란드 등을 침공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쟁이 확대될 경우 금융, 경제적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국제 사회의 제재가 확대되면서 국내 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러시아 현지법인을 두고 있으며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각각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들의 러시아 관련 업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 러시아와 거래하는 기업 등의 금융거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여기에 미국 등이 러시아 제재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