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영향은?
임상은 대안 마련 가능…원료 수급·수출 차질 불가피
[디지털투데이 박종헌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임상시험도 영향을 받고 있다. 원부자재 수급난과 수출 차질 우려도 중장기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피라맥스정’ 다국가 임상 3상 지역에서 러시아를 빼고 콜롬비아를 추가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콜롬비아에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완료했으며, 3월 1일 연구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신풍제약은 한국과 콜롬비아, 영국, 폴란드, 칠레, 아르헨티나 등 총 6개 국가에서 1420명을 대상으로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중증 이행 및 사망 감소 효과를 평가할 예정이다.
신풍제약 관계자는 “러시아의 경우 현재 국제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임상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돼 콜롬비아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종근당도 급성췌장염치료제 ‘나파벨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으로부터 나파벨탄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았고, 러시아에서도 임상 3상을 실시하고 있다.
종근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현지 정세를 살피며 임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상황이 악화될 경우 브라질, 인도 등 다른 국가 임상 대상자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 다국가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포함돼 있다. 다만 현재 투약을 대부분 마쳤고, 우크라이나 임상 대상자도 99명에 불과해 임상에 차질을 빚을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신약 개발 기업들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의약품을 수출하는 기업들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 간 갈등이 극도로 치닫을 경우 수출길이 막히는 것은 물론 원재료 수급에도 비상이 걸릴 수 있다.
전쟁위기로 인해 유럽 현지 제조소의 의약품 생산차질이 불가피해지면 의약품 수입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약산업은 적지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이 러시아 달러 결제를 막는 등 경제 제재까지 가중되면 우리나라와 러시아와의 무역까지 중단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한미약품, 보령제약, 대원제약 등 상당수 국내 제약사들이 러시아에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러시아로 수출된 의료용품은 1억달러 규모다. 의약품과 각종 실험용 제제, 의료기기를 모두 포함한 수출 실적이다. 더 주목해 봐야 할 건 수출 성장세다. 2017년 2400만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액은 2019년 3200만달러, 2020년 3900만달러에 이어 지난해 1억달러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의 경우 다른 국가에서 진행하는 등 대안이 있지만 수출이나 원료 수급에서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체제가 있는 의약품은 타격이 크지 않겠지만 항암제 등은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