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우크라이나 사태...전 세계 금융·경제 먹구름
미국·유럽 등 러시아 금융, 경제 제재 본격화 식량, 원자재 공급 차질로 인플레이션 우려 고조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격화되면서 세계 경제, 금융 시장에 어두운 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당장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은행 등에 대한 제재를 본격화하고 사태 장기화로 식량, 천연자원 등 수급 문제가 불거질 경우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2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공화국 2곳에 대한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군대를 파견하기로 한 것에 대해 강력한 제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1일(현지시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있는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같은 날 러시아는 해당 지역에 평화유지를 명분으로 러시아군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대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했고 이에 대해 미국, 유럽 등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제기했다. 러시아는 평화유지군을 파병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우크라이나는 물론 미국, 유럽 등은 이번 조치가 침공의 시작이라며 러시아를 비난하고 있다.
러시아의 군 파병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모스크바증권거래소(MOEX)의 주가지수인 러시아 RTS는 2월 18일 1391.31에서 파병 소식이 알려진 21일 1207.50으로 13.21% 급락했다. 22일에는 1226.69로 소폭 상승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유럽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유동성 높은 50개의 종목으로 구성된 유로스톡스 50 지수도 18일 4074.28에서 21일 3985.71로 2.17%하락했다. 22일에는 3985.47로 보합세를 나타냈다.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16일 3만4934.27에서 17일 3만4312.03으로 1.78% 하락했으며 18일에는 3만4079.18로 0.68% 하락했다. 22일에는 3만3596.61로 1.42% 더 하락했다.
전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 금시세도 오르고 있다. 2월 10일 1그램(g)당 7만437.58원이었던 금 시세는 23일 7만2799.32원으로 블과 10여일 사이에 약 3.4% 상승했다.
가상자산도 영향을 받았다. 바이낸스에 따르면 19일 4만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이 20일 3만8000달러까지 하락했으며 22일 한 때 3만600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국제금융센터는 23일 이번 사태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며 주요국 국채금리와 글로벌 주가가 하락하고 유가는 공급 차질 우려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미국, 유럽 등의 러시아 제재와 원자재, 식량 등의 수급 불안의 영향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진입을 본격화할 경우 미국, 유럽 등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금융제재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 등 2곳의 러시아 은행을 서방으로부터 전면 차단하는 등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또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회원국 27개국 외무장관들은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에서 EU의 자본과 금융 시장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을 제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미국, 유럽 등이 러시아의 모든 은행, 금융회사 등으로 제재를 확대하고 해외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 경우 국내 기업, 금융회사들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러시아 현지법인을 두고 있으며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각각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은 22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지시에 따라 임원회의를 ‘긴급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로 전환해 개최했다. 정은보 원장은 24시간 비상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등 불확실성 확대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GDP기준)로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가스, 석유, 식량, 원자재 등의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유럽의 천연가스 수입 중 러시아가 4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할 경우 전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이 초래될 수 있다. 또 러시아는 전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팔라듐 45.6%, 플라티늄 14.1%, 원유 8.4%를 공그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세계 시장에서 옥수수 16.4%, 일 11.8%를 공급하고 있다.
팔라듐은 반도체의 기본 원료로 팔라듐 공급 차질은 반도체 가격 상승, 수급 차질을 부채질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급망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옥수수, 밀 등의 수급 차질은 식량 가격 상승을 불러오고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번 사태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 보다 경제, 금융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 본격화가 임박하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으며 공급망 차질이 해소되지 않은 시점에서 (우크라이나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중되고 있다는 점은 국제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