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출 규제 강화에...대출 사기 문자·전화 확산

카카오뱅크 등 사칭해 코로나19 특별 대출 지원 유혹

2021-11-01     강진규 기자
최근 은행들을 사칭해 대출을 해준다고 유혹하는 문자와 전화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대출 관련 문자와 전화를 자주 받고 있다. 과거에도 대출 스팸 문자를 받은 적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하루에도 수차례씩 대출 문자와 전화를 받는다. 전세 대출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문자, 전화를 받고 상당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 40대 자영업자 B씨는 코로나19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B씨는 최근 카카오뱅크, NH농협은행이라고 주장하는 대출 안내 문자를 받았다. 최근 은행 대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할지 고민 중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제한에 나선 가운데 최근 대출로 고민하는 국민들을 노리는 대출사기 시도가 확산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 은행을 사칭한 대출 안내 문자가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10월 중순에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을 사칭한 문자가 확산됐다. 사기범들은 코로나19 지원 대출 대상자로 확인됐다며 최소 1000만~2억원까지 저금리로 대출을 해준다며 1~2일 이내로 신청할 것을 종용했다. 사기범들은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등에 주의하라는 문구까지 넣었다. 하지만 해당 은행들에서는 이런 문자를 보낸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뱅크를 사칭해 대출을 유도하는 스팸 문자 모습 [사진: 강진규 기자]

최근에는 카카오뱅크 등을 사칭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억원까지 대출해준다는 문자가 확산됐다. 그러나 이 역시 사기였다. 사기범들은 빨리 신청하지 않을 경우 대출 한도가 소진된다고 주장하며 빠른 신청을 유도했다. 카카오뱅크 사칭 대출 문자는 10월 25일부터 며칠 동안 집중적으로 살포됐다.

문자 뿐 아니라 대출 사기 전화도 활개를 치고 있다. 대출 사기 전화 역시 특별 대출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유혹하는 방식이다.

이들 사기범들은 대출에 필요하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비대면 대출에 필요하다고 휴대폰에 앱 설치를 유도하고 있다. 이들이 설치를 유도하는 앱은 휴대폰 정보를 뺴내는 해킹 앱이다. 또 일부 사기꾼들은 대출을 미끼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보이스피싱 등을 시도하기도 한다.

지난 28일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불법스팸 유통방지 대책에 따르면 은행을 사칭한 대출 문자는 2020년 상반기 7만6863건에서 하반기 20만9137건으로 늘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는 46만242건으로 폭증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최근 대출 규제가 진행되면서 사기범들이 그 틈새를 노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위원회는 8월부터 가계부채, 부동산 대책 일환으로 금융권에 대출 관리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은행, 인터넷 전문은행, 저축은행 등이 대출을 축소, 제한하고 있다. 신용대출의 경우 연봉 이내로 한도를 축소했으며 일부 금융회사들은 신규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전세대출의 경우 전세금 인상분 만큼만 대출 규모를 늘려주는 상황이다. 금융권 대출이 마르면서 국민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즉 사기범들은 대출을 받지 못해 어려운 국민들을 노리고 대출 사기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대출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대출 사기에 넘어가는 피해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은행 이용자는 “과거에는 대출 문자, 전화 등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대출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는데 그런 것들을 받으니 혹시라도 연락을 해봐야 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금융회사에서 문자, 전화로 대출 권유를 하지 않는다. 그런 것은 100% 사기로 생각해 조심하고 연락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