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섬웨어 확산에 대선 정국까지...문재인 정부 막판 사이버위협 고조
2017년 후 안정됐던 상황에서 3년 5개월 만에 경보 상향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보였던 사이버위기 상황이 임기를 약 9개월 남긴 상황에서 고조되고 있다. 최근 랜섬웨어 확산과 대선 정국으로 인해 사이버 공간의 긴장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8월 3일 국가정보원은 3년5개월 만에 공공 분야 사이버위기 경보를 ‘정상’에서 ‘관심’으로 상향 조정했다.
공공 분야 사이버위기 경보는 ‘정상-관심-주의-경계-심각’ 단계로 나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은 사이버위기 상황이 요동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선고를 하루 앞둔 2017년 3월 9일 국정원은 북한 등의 사이버공격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며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이어 그해 4월 7일 ‘관심’ 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다시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2017년 5월 8일 대선전후 사이버공격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 경보를 재발령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날인 5월 11일에는 ‘관심’으로 단계를 낮췄지만 5월 14일 전 세계적인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확산으로 ‘주의’ 경보가 또 발령됐다.
국정원은 2017년 7월 13일 단계를 ‘관심’으로 낮췄고 2018년 3월 20일에는 ‘정상’ 단계로 환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쭉 ‘정상’ 단계를 유지했다.
즉 2017년을 제외하고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특별한 사이버위기 경보 발령은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이번 국정원의 ‘관심’ 경보 발령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가장 사이버위기 상황이 고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경보에 대해 국정원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 중인 각국의 의료기관 대상 랜섬웨어 공격이 지속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주요 대학병원 대상 랜섬웨어 공격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또 “중소 인터넷 언론사 홈페이지 관리업체 해킹 및 보안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공격준비 움직임 등도 포착돼 공공분야 사이버위기 경보를 발령한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특이사항이 없을 경우 8월 24일에는 ‘관심’ 경보를 해제한다고 덧붙였다.
보안 전문가 등은 복합적으로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 기관 해킹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올해 전 세계적으로 랜섬웨어 공격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5월 미국 송유관 업체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와 글로벌 정육업체 JBS가 랜섬웨어를 당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 7월에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제공업체 카세야(Kaseya)가 해킹을 당해 카세야 고객사들에 연쇄적으로 해킹 문제가 불거졌다. 국내에서도 랜섬웨어가 증가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8월 1일 이탈리아 수도 로마를 포함한 라치오주의 코로나19 백신 예약시스템이 해커 공격으로 마비되는 사건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18~49세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예약이 8월 9일부터 시작된다.
여기에 북한 해킹설도 대두된 상황이다. 지난 6월 하태경 의원(국민의힘)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이 해킹을 당했다고 밝혔다. 하 의원과 일부 보안업계에서는 해킹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7월 12일 우리민족끼리, 7월 14일 통일의메아리를 통해 해킹설이 모략이며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북한은 해킹설이 대선을 앞둔 북풍이라고 주장했다. 남북이 해킹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해킹 공격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 선출이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0월, 국민의힘은 11월까지 최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최근 대통령 후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터넷 공간에 비방이 많아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해킹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6년, 2020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러시아 등의 해킹 의혹과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한국에서도 여야 대선후보가 결정된 후 내년 3월 대선까지 사이버공간에서 경계를 늦추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다양한 이슈들이 겹치면서 해킹에 대한 우려와 긴장이 내년 초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