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인사이드] AWS, 이제 오픈소스 친화 기업으로 변신?

엘라스틱서치 포크한 오픈서치 프로젝트 시작 수평적인 거버넌스 아래 제공할지 관심집중

2021-04-22     황치규 기자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엘라스틱이 제공하는 오픈소스 기반 검색 기술인 엘라스틱 서치와 키바나를 포크해 별도 프로젝트로 공개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세계 최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그동안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생태계와는 다소 미묘한 관계였다.

오픈소스 생태계에 주는 것보다는 너무 많이 가져 간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적지 않게 받았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먹고 사는 일부 업체들 사이에선 AWS를 '공공의 적' 취급하는 듯한 인식도 엿보인다.

이런 가운데 흥미로운 오픈소스 SW 프로젝트가 AWS 주도로 탄생했다. AWS는 최근 엘라스틱이 개발을 주도해온 오픈소스 기반 검색 기술인 엘라스틱서치(Elasticsearch)와 키바나(Kibana)를 포크(Fork: : 기존 소프트웨어 사본 형태로 복제하는 것)해 오픈서치와 오픈서치 로그라는 이름으로 새로 선보였다. 이에 따라 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엘라스틱서치 커뮤니티도 '분단'이 불가피해졌다.

결별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AWS는 지난 1월 엘라스틱 서치와 키바나를 포크해 별도 프로젝트로 끌고 가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관련기사]클라우드는 오픈소스SW 생태계를 파괴하는가

오픈소스 SW 프로젝트에서 포크는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커뮤니티 내에서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릴 때는 나름 합리적인 해결책으로도 통하고 있다. 치고 받고 싸울 바에야 차라리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오픈서치와 오픈서치로그 프로젝트 역시 적지 않은 진통을 거쳐 공개됐다. 오픈서치의 뿌리인 엘라스틱서치는 2009년 샤이 배넌에 의해 개발됐고 퍼미시브 아파치 2.0 라이선스(permissive Apache 2.0 license) 아래 오픈소스로 공개됐다. 샤이 배넌은 2012년 엘라스틱을 설립하고 엘라스틱서치 개발 및 관련 비즈니스를 주도해왔다.

엘라스틱서치 인기가 확산되자 AWS도 2015년 엘라스틱서치 소스코드를 가져다 독자적인 매니지드 서비스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크게 문제될 건 없는 일이었다. 아파치2 .0 라이선스 적용을 받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누구가 원하는 대로 해당 프로젝트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AWS판 엘라스틱 서치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미묘한 장면이 연출된다. 엘라스틱 입장에선 AWS 엘라스틱 서치 서비스로 인해 밥그릇이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엘라스틱과 AWS 간 긴장과 갈등이 고조됐고 결국 엘라스틱이 칼을 빼들었다. 엘라스틱은 엘라스틱서치와 키바나 라이선스를 퍼미시브 아파치 2.0에서 SSPL로 바꿔버렸다.

SSPL은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엘라스틱서치와 키바나 코드를 가져다 고객들에게 서비스로 제공할 수 없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엘라스틱 입장에서 "오죽하면 그랬겠느냐?"고 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엘라스틱 서치 개발자 커뮤니티에선 SSPL은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었다.

엘라스틱서치와 키바나 개발에 기여를 해온 이들 입장에서 보면 SSPL은 사실상 엘라스틱 이해관계 만을 위해 커뮤니티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SSPL은 오픈소스 옹호자들과 엘라스틱서치 개발에 오랫동안 기여해온 이들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외 IT미디어인 프로토콜은 전하고 있다.

AWS 오픈서치와 오픈서치로그는 이 같은 상황을 밑바탕에 깔고 등장했다. 이름도 엘라스틱서치나 키바나가 아니기 때문에 브랜드를 놓고 헷갈리는 점도 없다. AWS는 그동안 엘라스틱서치라는 이름을 사용해 자체 매니지드 서비스를 제공해왔는데, 이와 관련해 엘라스틱은 상표권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엘라스틱과 달리 AWS는 오픈서치와 오픈서치로그에 계속해서 아파치 2.0 라이선스를 사용한다. 이것은 AWS와 경쟁하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나 구글 클라우드도 오픈서치와 오픈서치로그를 가져다 유료 매니지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AWS에 따르면 오픈서치와 오픈서치로그는 그동안 AWS가 엘라스틱서치라는 이름으로 제공해온 매니지드 서비스와도 호환되며 일부 추가 기능도 포함하고 있다.

오픈서치와 오픈서치로그는 오픈소스 SW 생태계에 기여가 적다는 지적을 받아온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가 주도적으로 내놓은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오픈소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AWS는 지난 몇 년 간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그동안 제기됐던 비판을 의식한 듯 몇몇 유명 오픈소스 옹호자들을 채용해 오픈소스 기여에 초점이 맞춰진 팀들의 사령탑을 맡겼다. AWS는 파이어크래커 같은 독자적인 오픈소스 프로젝트들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AWS가 오픈소스에 친화적으로 바뀌었다고 하기는 무리가 있다. AWS는 아직 오픈서치 프로젝트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거버넌스와 관련해선 디테일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AWS 관계자가 산업 공개 파트너(ndustry launch partners)들로 IBM 레드햇, SAP, 캐피탈원 등을 거론한 것을 보면 오픈서치 프로젝트 운영에 AWS 외 다른 목소리가 반영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오픈소스 SW 생태계에서 AWS가 가져가는 것만 많다는 그동안의 이미지를 벗고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