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피디아] 폰지사기(Ponzi Scheme)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금융사기
[디지털투데이 김현우 인턴기자] 폰지사기(Ponzi Scheme)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금융사기 행위다. 폰지게임(Ponzi Game)이라고도 한다.
폰지사기는 폭탄 돌리기와 같다. 그럴듯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광고해 투자자들을 모집한 뒤, 실상은 아무런 사업 및 수익 창출없이 나중에 들어온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의 원리금을 지급한다. 수익 창출이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투자자가 유입된다는 가정하에만 작동할 수 있으며, 만일 신규 투자자 유입이 줄어들거나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하면 당연히 돌려줄 돈이 부족해 파산하게 된다.
용어는 찰스 폰지(Charles Ponzi)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폰지는 1919년 국제우편 요금을 지불하는 대체수단인 국제우편쿠폰을 해외에서 대량으로 매입한 뒤 미국에서 판매해 차익을 얻는 재정거래 사업을 하겠다고 광고했다. 폰지는 원금의 50~100%에 이르는 수익률을 약속하고 투자자를 모집했고, 투자자들은 지인들까지 2차 투자자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이 소문이 미국 전역에 퍼지며 정치, 법률, 금융 전문가 등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폰지의 증권을 사들여 투자자가 피라미드 형태로 불어났다.
그러나 국제우편사업은 실제로 진행되지 않았으며, 폰지는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수익을 지급할 뿐이었다. 이내 공공기관에서 폰지가 운영하는 방식의 국제우편 사업을 허용한 전례가 없으며, 국제우편쿠폰을 환전하는 데는 폰지가 투자자들에게 약정한 기일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린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에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며 폰지는 파산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사기 사례는 미국 나스닥증권거래소 회장을 지낸 버나드 매도프(Bernard Madoff)의 사기다. 매도프는 1960년 자신의 이름을 딴 증권사 버나드매도프LLC를 설립해 투자자를 모았다. 이 회사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유령회사였고 매도프는 이후 20년 가까이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다수의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하려 하자 돌려줄 돈이 없었던 그는 경찰에 자수했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돌려 받지 못했으며, 그의 사기 규모는 650억달러(약 70조원)에 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사기로 회자된다.
올해 2월 4일 데이비드 젠타일 GPB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사기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되며 또 한번의 폰지사기가 드러났다. GPB는 2015∼2018년에 걸쳐 연 8%의 투자 수익 배당을 약속하면서 고령자 4000명 등 1만7000여명으로부터 17억달러(약 1조9000억원)의 자금을 모아 사기를 쳤다. 윌리엄 스위니 FBI 뉴욕사무소간부는 "이들은 펀드 운용을 통해 번 수익이 아니라 신규 투자자의 자금으로 수익 배분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라는 폰지사기가 밝혀졌다. 옵티머스 사태는 폰지사기의 변형으로 옵티머스자산운용은 2017년 12월부터 연 3%의 수익을 보장하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광고했다. 투자대상의 안정성을 내세웠으나, 실제론 위험자산 투자에 자금을 사용했다. 옵티머스는 이미 발행된 채권을 새로 발행된 채권으로 갚아 펀드 만기 상환에 사용하는 등 펀드 돌려막기를 했고, 그 결과로 3년 동안 40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이 증발했다.
이처럼 폰지사기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로 정보의 독점과 시장의 개방성 결여, 대중의 경제적 탐욕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앞선 폰지, 매도프의 경우 정,재계 유명 인사들이 투자에 관여하며 대중들의 탐욕을 자극했다. 매도프에겐 1999년을 비롯해 수 차례에 걸쳐 의혹이 제기됐지만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를 무시했고 수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향후 폰지사기를 막기 위해선 시장 개방, 정보의 투명한 공유 및 감독 기관의 폐쇄적 행태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