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연말 은행권 풍경...종무식 안하고 시무식 비대면으로

시중은행 대다수 종무식 無...시무식은 비대면 진행 가능성 높아 영업점도 사적모임 금지 등으로 분위기가 침체 "직원들간 교류 적어져" 당분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춰 방역작업에 초점

2020-12-24     고정훈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대다수 시중은행이 종무식을 생략할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은행권이 쓸쓸한 연말을 맞고 있다. 그동안 한해를 마무리하며 치러졌던 종무식을 올해는 사실상 건너뛸 것으로 보인다. 시무식도 아직 미정으로 화상 시스템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재확산 공포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은행 근무환경이 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올해는 종무식을 건너뛸 예정이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재유행으로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있다. 현 상태에서는 종무식과 시무식 등 많은 인원이 모이는 행사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 다른 행사 역시 모두 취소됐다. 

최근 몇년 사이 은행들은 종무식을 축소해 왔다. 본점 차원에서 여는 은행도 있었지만, 지점별로 간소화하기도 했다. 예전과 달리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성대하게 열기보다는 비교적 간소하게 규모를 줄여왔다. 

반면 한해를 시작하는 시무식은 달랐다. 대부분 본점 차원에서 시무식을 열고 새해 키워드 등을 발표했다. 시무식을 생략하는 은행도 임원회의를 통해 주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내년은 코로나19 여파로 시무식도 비대면 방식으로 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은행들은 직원들 간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줄인 상태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본점에서는 층간 이동을 금지하고, 영업부서간 접촉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업무시 필요한 내용 전달은 사내 메신저 등을 통해 이뤄진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보통 이맘 때면 종무식 관련 일정이 전해지는데 올해는 아무 소식이 없다. 현 분위기에서 종무식을 다른 방식으로 열기 보다는 아무래도 건너뛸 것으로 보인다"며 "시무식 관련해서는 화상 시스템을 통해 내용만 발표하는 등 간결하게 진행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일선 영업점에서도 직원들간 대면 접촉이 줄어든 것은 마찬가지다. 이미 친목모임은 모습을 감췄다. 근무시간 이후 직원들간 회식이 원천적으로 금지됐기 때문이다. 교육, 동호회 등도 코로나19 사태에 추이에 따라 무기한 연장됐다. 

이에 코로나19가 은행 분위기 자체를 바꿨다는 말도 나온다. 은행 영업점은 업무 특성상 다양한 고객들과 접촉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 때문에 영업점 직원들간 대화 자체가 줄어들었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칫 코로나19가 동료에게 전파될 수 있다는 위험에서다. 

그동안 시중은행의 많은 영업점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방역작업으로 임시 폐쇄 조치를 겪었다. 하지만 은행 영업점은 필수산업시설에 해당돼 사회적 거리두기가 향상되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미 근무시간을 일괄 1시간 단축해 운영하고 있고, 본점 차원에서 교대 휴가를 장려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영업점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공포감이 상당하다. 본인이 걸리는 것도 위험하지만 자칫 다른 직원에게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의 방역이 최대한 사적 모임을 자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도 비슷한 분위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은행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염두해 재택근무와 분산근무 비중을 늘리는 등 방역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최근 NH농협은행들은 중앙 본부와 영업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중 임산부와 기저질환자 등 취약 직원들을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하도록 조치했다. 중앙 본부의 경우 부서별 여건을 감안해 50% 수준으로 분산 근무가 유지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설정된 지역에서는 30% 이내 분산근무 환경을 마련했다. 

KB국민은행은 이미 3단계 수준에 준하는 40% 수준의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이외에도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하면 재택근무와 분산근무 비중을 최대 10%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