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료된 웹접근성 인증 버젓이 걸어놓은 금융위·은행연...금투협은 짝퉁 마크

금융위원회, 은행연합회 등 만료된 웹접근성 인증 홈페이지에 홍보 예금보험공사 과거 자료 게재...금투협은 관련 정보 공개 안해 국가정보화법 없는 인증으로 홍보 시 과태료 부가 명시

2020-12-10     강진규 기자
은행연합회의 웹접근성 인증 만료 현황 [이미지: 웹와치]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최근 수년간 금융당국과 주요 금융기관들이 장애인들의 홈페이지 이용을 보장한다며 웹접근성 인증을 받았지만 후속 관리는 제대로 안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 등은 유효기간이 지난 웹접근성 인증을 버젓이 홍보하고 있어 현행 국가정보화기본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은행연합회 등이 웹접근성 인증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갱신하지 않고 홈페이지에 그대로 홍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2019년 11월 22일 받은 웹접근성 인증이 올해 11월 21일 만료됐다. 통상적으로 웹접근성 인증을 받은 기관들은 미리 준비를 해서 만료가 된 후 바로 인증을 갱신한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12월 7일 웹접근성 인증이 만료됐는데 다음날인 12월 8일부터 1년간 갱신했다.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명시돼 있는 웹접근성 인증 마크 [이미지: 은행연합회]

금융위는 인증을 갱신하지 않았는데 웹접근성 인증은 그대로 홈페이지 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홈페이지 개편 과정에서 생긴 공백이라고 해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달(12월) 오픈을 목표로 홈페이지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기존 홈페이지에 웹접근성 인증을 갱신을 고민했는데 갱신을 해도 새로운 홈페이지는 다시 웹접근성 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에 오픈 예정인 새 홈페이지에는 웹접근성 인증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연합회도 금융위처럼 웹접근성 인증 마크를 홈페이지에서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2019년 12월 20일 만료됐다. 이에 대해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인증을 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기술적으로 웹접근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갱신을 하지 못한 부분을 인식하고 있다. 올해 웹접근성 인증을 위한 예산을 반영을 했고 내년에 바로 인증을 받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만료가 됐음에도 금융위원회 홈페이지에 명시돼 있는 웹접근성 인증 마크 [이미지: 금융위원회]

 

지난달 만료된 금융위원회의 웹접근성 인증 현황 [이미지: 웹와치]

웹접근성 인증에 대해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기관들도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올해 10월 27일 웹접근성 인증이 만료됨에 따라 10월 28일부터 내년 10월 27일까지 인증을 갱신했다. 그런데 예금보험공사 홈페이지에는 지난 10월 27일 만료된 인증서가 게재돼 있다. 

금융감독원도 12월 7일 인증이 만료돼 12월 8일 갱신을 했지만 이전 인증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인증을 바로 갱신했음에도 만료가 된 것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인증을 받았다고 홍보하지만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는 곳도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홈페이지가 웹접근성 품질마크를 받았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어디서, 언제 받은 것인지 또 인증이 유효한 것인지에 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웹접근성 인증기관인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웹와치,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의 인증 현황을 찾아봤지만 금융투자협회가 인증을 받았나는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웹접근성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 받은 웹접근성 인증 마크(위)와 금융투자협회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인증 마크(아래)가 다르다. [이미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투자협회]

더구나 금융투자협회가 표기한 웹접근성 인증 마크는 다른 기관들이 받은 인증 마크와 모양이 달랐다. 웹접근성 주부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실무기관인 정보화진흥원은 물론 금융감독원이나 다른 기관들이 받은 웹접근성 마크는 모두 초록색 태극 문양에 WA라는 문자가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라고 적혀있다.

반면 금융투자협회의 인증 마크는 상단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없고 하단에 한국정보화진흥원이라는 표시가 있다. 관계자들은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의 마크가 10여년 전에 사용되던 웹접근성 인증 표식이라고 지적했다.

10월에 갱신했음에도 예전 인증서를 게재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 홈페이지 모습  [이미지: 예금보험공사]

웹접근성은 장애인들이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들이 홈페이지를 이용할 때 메뉴 등을 음성으로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그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웹접근성이 보장돼야 한다.

현행 국가정보화기본법은 국가기관 등이 장애인, 고령자 등이 웹사이트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웹접근성 인증 제도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특히 2018년 2월 개정된 국가정보화기본법은32조의 4에 2항에서 웹접근성 인증을 받지 않은 사람이 인증을 받은 것으로 홍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웹접근성은 국가기관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20조에서 개인, 법인, 공공기관이 장애인이 전자정보와 비전자정보를 이용하고 그에 접근함에 있어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웹접근성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최근 수년 간 금융기관, 은행 등이 활발히 웹접근성 인증을 받았다. 그런데 모범이 돼야하는 금융당국과 대표적인 금융기관들이 인증을 제대로 갱신하지 않거나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현재 인증이 만료됐음에도 계속 홈페이지에 홍보를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국가정보화기본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업, 기관들이 장애인 권리를 위해 웹접근성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물론 각 기관들의 사정에 따라 웹접근성 인증 취득이나 갱신이 지연될 수 있다. 하지만 만료된 인증으로 인증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홍보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