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5G 특화망' 추진 본격화...네이버·세종텔레콤 등 관심

5G B2B 활성화 차원에서 별도 주파수 할당 이통사와 별개 5G B2B 시장 확대 주목

2020-12-07     백연식 기자
[사진 :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5G 활성화를 위해 이른바 ‘로컬(Local) 5G’로 불리는 ‘5G 특화망’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포털 기업인 네이버, 기간통신 및 알뜰폰 사업자인 세종텔레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5G 특화망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재 5G 기업간거래(B2B) 서비스가 나오지 않고 있고, 5G 상용화 초기인 현재 5G 기지국 설치가 코로나19 상황 및 5G 가입자 증가 둔화 등으로 인해 미진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내년 완공되는 제2사옥에서 로봇을 운영하기 위한 목적이고, 세종텔레콤은 스마트 오피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네이버의 경우 여러 IT 기업들과 함께 5G 특화망을 준비하는 상황이다. 

7일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 고위 관계자는 “두달 전 각 기업들에게 5G 특화망에 대한 설명과 수요 조사를 했다. 현재 네이버와 세종텔레콤 등이 관심이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5G 특화망을 추진하는 이유는 5G 상용화 초기라 5G B2B 서비스 등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 이를 활성화시키자는 것이고, 5G 특징인 초고속·초저지연성을 살리려는 산업을 찾는 것이다. 로컬 5G라는 용어는 지역에 설치되는 5G라고 오해할 수 있어 정부는 5G 특화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5G 특화망은 이통사가 전국을 대상으로 구축 및 운영하는 일반 통신망과 달리 특정 기업, 설비, 지역에 설립되는 전용망을 말한다. 주로 장비 벤더(업체)들이 제조업, 광고, 유틸리티 등 대형 생산 시설이나 산업 현장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축해 왔다. 그러나 최근 기업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업무용 통신 인프라를 무선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수요가 기업들 사이에서 확대되고 있으며, 실시간 대응을 위해 5G도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5G 특화망은 정부로부터 주파수를 할당 받아 직접 네트워크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는 점에 알뜰폰 같이 이통사로부터 망을 빌려쓰는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와는 다르다. 특정 지역에서 사업자가 직접 네트워크를 설치하거나, 대행을 맡긴다. 네이버는 내년 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의 제2사옥 완공에 맞춰 판교 지역에서 로봇을 활용한 5G B2B 서비스를 계획 중에 있다. 로봇 100대를 운영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로봇끼리의 연결에 5G 망을 이용할 생각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로컬 5G(5G 특화망)를 통해 로봇을 이용한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네트워크를 직접 구축하는 5G 특화망에 관심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세종텔레콤의 경우 네이버처럼 로봇 등 특정 산업에 한정한 것은 아니고, 스마트 오피스나 스마트 항만 등 다양한 산업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세종텔레콤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한 건물에 스마트 오피스 등 다양한 용도로 5G 특화망을 사용하고 있고, 싱가포르의 경우 스마트 항만에 이용하고 있다”며 “특정 산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검토 중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5G 특화망의 경우 정부로 부터 주파수를 할당 받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5G 전국망으로 3.5㎓ 대역 상용화에 나섰고, 핫스팟용으로 28㎓ 대역을 이통사에 할당했지만 28㎓ 대역은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다. 28㎓ 대역은 전파의 회절이 좋지 못해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에는 맞지 않고, 5G B2B 용으로 계획됐으나 B2B 유스 케이스 (Use Case, 활용사례)가 발굴되지 않아 네트워크 구축이 늦어지고 있다.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 관계자는 “5G 특화망 주도는 통신정책관(국)에서 하지만 주파수 할당 등은 전파정책국에서 어느 대역이 가능한지 검토 중”이라며 “5G 특화망에 대해 아직 어느 주파수 대역에서 가능할 지 언급하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 이통사들은 일반 통신망 시장 잠식을 우려해 5G 특화망 시장 진입에 부정적이었으나, 5G 상용화를 계기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5G 특화망을 위한 시장환경이 갖춰지고 있는 유럽과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 이통사들도 사업에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이통사들이 상당히 적극적인데, AT&T가 에릭슨과 협력해 CBRS(민간광대역무선서비스) 주파수 기반 LTE/5G 특화망 사업에 나서기로 했고, 버라이즌은 노키아 및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기로 하는 등 장비 벤더뿐 아니라 클라우드/AI 솔루션 업체와의 협력도 늘어나고 있다. 

해외 이통사들의 5G 특화망 진입은 5G가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LTE 대비 확실한 고객가치나 킬러 서비스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5G 특화망을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들면서 5G 전체 시장을 확대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정근호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본부장은 “해외의 5G 특화망 사례는 기업의 무선 접속 서비스 수요에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등과 접목된 5G 네트워크를 제공해 B2B 플랫폼과 솔루션 사업을 추진하고, 기업과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핵심 인프라로서 5G를 포지셔닝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는 아직 5G 특화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이통사들도 5G 기반의 B2B 시장 활성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만큼, 특화망을 통한 이동통신 시장의 활성화와 해외 이통사들의 B2B 사업 구조 변화의 가능성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