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레그테크' 뜬다...AI·빅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 활용
레그테크 시장 2019년 53억2000만 달러에서 2027년 217억3000만 달러로 성장 클라우드,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IT 기술 금융규제 관련 업무에 적용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규제 대상이 많아지고 규제가 복잡해지면서 IT 기술을 적용한 '레그테크'(RegTech)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 등으로 금융규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자본시장포커스를 통해 ‘금융규제의 새로운 패러다임 레그테크’ 분석 보고서를 공개했다.
레그테크는 규제를 뜻하는 레귤레이션(regulation)과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놀리지(technology)의 합성어다. IT 기술을 활용해 금융규제 보고,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자동화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AI, 빅데이터 등을 금융규제에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가령 자금세탁방지법은 일정금액 이상의 의심스러운 금융거래 내용을 금융회사들이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IT 시스템으로 자동화해 의심거래 정보를 취합, 분석하고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 레그테크다. 또 최근에는 IT 기술로 금융거래 동향을 분석해 금융사기 의심 계좌를 찾아내고 있는데 이 또한 레그테크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전 세계 레그테크 시장 규모가 2019년 53억2000만달러(6조2400억원)에서 2027년 217억3000만달러(25조4900억원)로 연평균 19.5%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자금세탁, 뇌물수수, 테러단체 자금조달, 다양한 불법거래 등 금융범죄의 발생률이 증가함에 따라 레그테크 시장의 성장이 촉진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 근무가 증가하고 기존의 프로세스에 한계가 드러남에 따라 레그테크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봤다.
또 연구원은 다양한 기술이 레그테크에 활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경우 거의 모든 조사 대상 국가에서 기존의 규제 프레임워크를 수정하거나 금융기관의 거버넌스, 리스크 관리 및 사이버보안 프레임워크에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분산원장기술 즉 블ㄹ고체인이 복제, 공유 또는 동기화 된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영국, 일본 등은 클라우드, 생체인식,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등을 레그테크에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는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분산원장 기술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연구원은 국내에서도 레그테크 도입이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원이 주목한 것은 2021년 3월 시행될 예정인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금융정보법)이다. 이 개정안은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자와 거래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원은 특금법을 이행하기 위해 레그테크가 적극적으로 수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한국 금감원은 올해 금융산업 및 감독 혁신을 위해 빅데이터, AI를 기반으로 금융감독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며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며 “레그테크가 도입되면 규제준수 업무를 자동화해 사전 예방 형태로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올해 4월 금감원은 금융IT 감독 업무 세부 추진방향을 소개하면서 금융회사들의 레그테크 도입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레그테크 포럼 등을 통해 금융회사에 필요한 레그테크 업무를 발굴하고 금융회사의 레그테크 도입을 가속화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일환으로 금감원은 올해 연말까지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을 위해 ‘클라우드 표준 아키텍처’를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연말까지 컨설팅을 진행한 후 내년부터 본격적인 클라우드 도입에 나설 방침이다. 또 금감원은 내년 3월까지 AI, 빅데이터 기반 민원지원시스템 구축 사업도 진행한다.
금감원 뿐 아니라 개별 금융회사 차원에서도 레그테크 적용이 늘고 있다. 9월 8일 신한은행은 자금세탁방지(AML) 업무에 인공지능(AI),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등 IT기술을 적용하는 ‘자금세탁방지 고도화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연구원은 진화하는 금융범죄에 대응해 레그테크를 활용하는 것이 금융회사의 법규준수 능력을 제고시킬 수 있으며, 금융시장 전체적으로 준법감시 및 법규준수를 위한 사회적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당국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감시시스템의 개발, 블록체인을 활용한 실시간 금융회사 감시, 감독시스템의 구축과 디지털 신원확인 등 준법감시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원은 레그테크를 활용하면 장기적으로는 규제준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레그테크 도입을 위한 투자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회사들이 레그테크를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