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fA 코리아 & 글로벌 전기차/이차전지 컨퍼런스에서 발언하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 LG화학]
BofA 코리아 & 글로벌 전기차/이차전지 컨퍼런스에서 발언하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사진: LG화학]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전기차 시장 성장으로 고성능 배터리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면서 니켈 함량을 80% 이상 함량한 하이니켈(High-Nikel) 배터리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양극재·배터리 셀 기업이 니켈 함량을 90% 이상 끌어올린 울트라 하이니켈(Ultra High-Nkiel)까지 넘보면서 관련 배터리 제품의 상용화 시기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LG화학은 해외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열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코리아 & 글로벌 전기차/이차전지 컨퍼런스'에서 전지 소재 매출 목표치 상향 소식과 향후 소재 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LG화학은 지난해 전지 소재 매출 4.7조원에서 2030년 30조로 6배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당초 지난해 2월 발표했던 2030년 매출 목표치 21조원에서 9조원을 추가적으로 상향한 목표다. 양극재 부문에 대한 구체적인 매출 확대 목표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기존 양극재 2030년 매출 목표 16~16.5조원보다 크게 상향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화학이 이같은 매출 목표치를 제시한 이유는 나날이 높아지는 배터리 양극재의 판매 비중 덕분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평균 전압을 결정짓는 핵심 소재로, 제품 원가 차지 비중이 40~50%에 달한다. 전기차 시대 진입에 따라 에너지밀도를 결정짓는 니켈 함량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원가 비중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불가능에 가까웠던 니켈 80% 함량의 하이니켈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니켈 비중을 극대화한 울트라 하이니켈 배터리에 대한 상용화 기대감도 오르고 있다.

울트라 하이니켈은 니켈 비중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린 배터리다. 코발트·망간 비중을 낮춘 탓에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에너지밀도를 극한으로 높일 수 있다.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 기준으로는 코발트 함량이 0.1~0.2%까지 떨어져 '코발트 리스(Cobalt less)'라고도 불린다. 이 제품이 상용화되면 차량 내 배터리 탑재량을 줄일 수 있어, 전기차 대당 원가를 크게 줄이고 성능은 높일 수 있게 된다.

현재 울트라 하이니켈 상용화에 가장 가까운 배터리 셀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 80% 함량 NCMA 배터리를 이전부터 양산해왔고, 니켈 90% NCMA도 양산해 테슬라로 공급하고 있다. 내년 이후부터는 니켈 함량이 90% 중반대에 달하는 제품이 양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SDI도 니켈 함량 90%에 가까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니켈 함량 88%인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삼원계 배터리 P5(젠5)를 통해서다. 내년에는 니켈 함량이 91%로 늘어난 P6 양산이 점쳐지고 있다.

SK온은 2019년 니켈 비중을 약 90% 수준으로 높인 NCM9 배터리를 개발했다. NCM9 배터리는 미국 CES 혁신상, 에디슨어워즈를 수상하며 그 기술력을 입증 받았다. 현재 SK온은 NCM9에 이어 니켈 함량을 95%까지 높인 삼원계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양극재 원료 모습 [사진: 포스코퓨처엠]
배터리 양극재 원료 모습 [사진: 포스코퓨처엠]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에 각각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를 주력 공급할 것으로 전망되는 업체는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이다. 엘앤에프는 2021년 니켈 90% NCMA 양극재 양산에 돌입했고, 최종적으로 97%에 달하는 양극재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니켈 88% NCA를 양산 중인 에코프로비엠은 내년을 목표로 91% NCA 양극재 양산에 진입할 예정이다.

후발주자인 포스코퓨처엠은 아직 니켈 60% 양극재 제품이 주력이다. 다만 올해부터 80% NCMA 양산이 본격화되고 있어, 조만간 울트라 하이니켈 개발 및 양산 계획도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LG화학 역시 16일 BofA 컨퍼런스를 통해 95% 울트라 하이니켈 양극재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울트라 하이니켈 배터리의 성공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단결정 양극재 적용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급증한 니켈 함량으로 안정성이 떨어지는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안정적인 소재가 필요한 탓이다.

단결정 양극재는 기존 다결정 입자 형태를 단입자화한 양극재다. 다결정 양극재는 배터리 전극 공정이나 사용 중 입자 형태가 깨질 수 있다. 입자가 깨지면 내부 가스가 발생하고, 가스로 배터리가 부풀어오르면 발화성물질인 전해액이 양·음극활물질과 직접 닿아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소재를 단입자화하면 단단해져 깨짐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단결정 양극재가 배터리의 하이니켈 구현을 위한 필수인 이유다.

현재 에코프로비엠, LG화학, 엘앤에프는 단결정 양극재 양산을 위한 준비를 끝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배터리 셀에 단결정 양극재가 적용되는 것은 내년이 유력한 상황이라, 실제 양산 시기는 올해 말부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양극재 업계는 양산 준비를 끝마쳤지만 배터리 셀에 이를 전량 적용하기는 어렵다. 높은 초기 저항값 때문에 전압을 원하는대로 걸 수 없기 때문"이라며 "배터리 셀 기업들은 기존 다결정 양극재에 단결정을 7~10% 정도 섞는 형태로 양산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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