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그린파머스 의료용 대마 재배 시설. [사진: 메디콕스]
호주 그린파머스 의료용 대마 재배 시설. [사진: 메디콕스]

[디지털투데이 박종헌 기자] 그동안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의료용 대마’ 시장이 본격적인 개화기를 맞을 전망이다. 정부가 대마 성분 의약품의 제조·수입 허가 등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의료용 대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 대마 소재 수급부터 대마 기반 의약품 연구개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이 시작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하면서 대마 성분 의약품의 제조 및 수입을 허용하는 것을 포함시켰다. 

2024년 12월까지 마약류관리법을 개정해 대마 성분 의약품의 국내 제조, 수입을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자기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을 휴대하고 출입국을 하는 것도 허용된다.

현재 국내는 의료용 대마 사용이 합법화되지 않았다. 대마 성분 의약품은 공무·학술 목적으로만 사용 가능하다. 희귀난치질환자에 한해서만 일부 허용된 대마 의약품을 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구할 수 있다.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려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미국 내 일부 주와 캐나다, 호주, 일본은 전면 허용했고 독일도 대마 합법화에 나서고 있으며, 필리핀에서도 대마의 의학적 사용을 합법화하는 상원 법안이 발의됐다.

태국은 2018년 의료용 대마 합법화에 나섰으며, 지난 6월부터는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고 가정에서도 재배할 수 있게 했다. 말레이시아는 태국의 규제 완화 정책을 참고해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바이오협회가 최근 발표한 ‘대마의 산업적 활용에 대한 국내외 규제 동향’을 주제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용 대마 시장은 연평균 22.1% 성장해 2024년 5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마 성분인 칸나비디올(CBD)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CBD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매년 16.8% 성장해 221억 달러(약 2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도 식약처의 규제 개선으로 대마 성분 의약품의 제조·수입 길이 열리면서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미 국내 다수 제약바이오 업체가 대마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거나 의약품 개발에 돌입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전부터 대마 관련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해왔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경상북도는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헴프(HEMP)의 산업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 실증에 착수했다. 

현재 헴프 규제자유특구에서 원료의약품 제조·수출 사업자로 등록된 업체 중 제약바이오업체로는 동국제약 중앙연구소, 네오켄바이오, 유셀파마, CTC바이오 등이 있다. 그 밖에 우리바이오, 화일약품, HLB생명과학 등도 의료용 대마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미 의약품을 개발 중인 회사도 있다. 아이큐어는 수입한 대마 성분 원료의약품을 연구하며 먹거나 몸에 붙이는 형태의 진통소염제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마약류취급학술연구자’ 승인도 받았다.

아이큐어 관계자는 “2024년 의료용 대마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항암 진통제 및 뇌질환 개선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디콕스는 관련 기업 투자를 통해 사업 진출을 알렸다. 메디콕스는 초근 호주 대마 재배 전문기업인 그린파머스(Green Farmers)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6월 의료용 대마 사업 인프라 확대를 목적으로 그린파머스와 대마 원료 수입 독점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전략적 투자까지 나선 것이다.

메디콕스 관계자는 “이번 투자를 통해 그린파머스가 가진 칸나비디올을 보유하게 됐다”며 “국내 규제가 완화되는 즉시 식약처 인허가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의료용 대마 합법화 시기와 범위를 예상할 수 없어 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CBD 물질을 의약품,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는데 국내에서는 어디까지 허용할지 그 범위가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계 움직임에 맞춰 농림축산식품부는 산업용 대마 재배·가공·유통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원광대 산학협력단과 연구 과제를 진행 중이다. 오는 12월쯤 연구를 마무리하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식약처가 법 제정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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