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 로고.
클럽하우스 로고.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카카오가 지난해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음성 SNS 클럽하우스를 의식해 내놓은 ‘음mm’을 4월 29일 종료한다. 음성 SNS에 대한 사용자들 반응이 뜨뜨미지근하면서 출시 10개월 만에 접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초 한국에 불어닥친 클럽하우스 열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소식이다.

2021년 2월 한국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건나온 음성 SNS인 클럽하우스 열풍에 휩싸였다. 당시만 해도 클럽하우스는 초대장이 있어야 쓸 수 있던 시절이라, 초대장을 받았다는 것 자체를 자랑삼아 SNS에 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초대장을 받기 위해 여기저기 연락하거나 SNS에 공개적으로  부탁을 하는 장면도 자주 연출됐다.

거물급 인사들도 대거 클럽하우스에 등장하면서 열기는 더욱 고조됐다. 해외에선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클럽하우스에 나타났고 국내서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창업자 등 기업인들은 물론 정세균 전 총리 같은 정치인, 영화배우 박중훈씨 같은 연예인들도 클럽하우스에서 일반인들과 소통(?)했다는 뉴스들이 화제가 됐다.

달아오른 열기 속에 그럴 듯한 분석들이 뒤따랐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한쪽에선 '이 또한 지나 가리라'며 반짝 열기에 그칠 것이란 냉소적인 평가들도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기존에 있던 SNS들과는 결이 다른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다는 얘기가 많았다. 얼굴 안보고 음성으로 모르는 이들과 대화한다는 것 자체를 신선하게 느낀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다양한 주제 아래 음성 대화방들이 대거 개설됐다.

주변 상황도 클럽하우스에 여러모로 우호적이었다. 클럽하우스 출시는 코로나 19 상황 속에 사용이 급증한 줌과 같은 화상회의 서비스에 대해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하던 타이밍과 맞아 떨어졌다. 줌 피로(fatigue)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얼굴 보며 얘기하는 것을 사람들이 부담을 갖는 상황 속에 목소리로 소통하는 클럽하우스는 나름 매력적이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듯한 느낌을 안겨줬다. 클럽하우스도 마케팅 차원에서 이 부분을 집중 부각했다. 

클럽하우스 열풍의 배경은 대충 이렇게 요약된다. 

결과적으로 열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몇개월도 안돼 거품이 확 빠지기 시작했다. 2021년 2월 클럽하우스 앱 월 다운로드수는 1000만 정도였는데, 2021년 4월에는 90만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후 안드로이드 앱으로도 나오고 초대장 없이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다운로드수는 다시 늘었지만 멀어진 사용자들 관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인듯 보였다.

닭이 먼저인지 닭걀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클럽하우스를 쓰는 일반 사용자와 인플루언서들이 모두 줄었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오디오 기반이라고 해도 클럽하우스는 여러모로 품이 꽤 들어가는 서비스였다. 카카오톡 단톡방처럼 편하게 가볍게 수다를 떠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사회자가 있는 패널 토론을 열거나 참관하는 것에 가까웠다. 

주제가 있는 클럽하우스 대화방에서 모르는 이들과 실시간으로 얘기를 나누려면 적지 않은 집중력과 시간이 요구됐다. 자주 쓰기엔 나름 진입 장벽이 있었다. 일각에선 '꼰대가 많다', '끼리끼리 논다', '잘나가는 사람들의 세상'이라는 까칠한 지적들도 나왔다. 

사용자들이 줄면서 클럽하우스에 대한 인플루언서들의 관심도 시들해졌다는 평이다. 인지도를 확 끌어올리거나, 수익을 내는 측면에서 모두 클럽하우스는 아직까지 매력적인 플랫폼이 아니라는 얘기다.

클럽하우스는 실리콘밸리 유력 벤처 투자 회사인 안드레센 호로위츠가 대대적으로 지원한 프로젝트다.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자금 투자를 물론 마크 안드레센과 벤 호로위츠 두 공동 창업자가 클럽하우스에서 각종 행사를 직접 진행하며 내놓고 밀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클럽하우스는 국내외에도 모두 초반 열기를 이어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음성 SNS의 미래는 별로 없다고 봐야할까? 

음성SNS를 쓰는 이들이 많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미가 아예 없다고 보기도 아직은 일러 보인다. 지난해 클럽하우스가 반향을 일으키자 기존 SNS나 오디오 서비스들이 대거 라이브 오디오 서비스를 내놨다. 트위터 '스페이스', 스포티파이 '그린룸, 페이스북 라이브 오디오 룸 등 클럽하우스와 유사한 서비스들이 쏟아졌다. 기능에 일부 차이는 있지만 기본 콘셉트는 다들 비슷비슷했다.

현재 판세만 보면 라이브 음성 SNS는 독립적인 서비스보다는 기존 SNS에 여러 기능들 중 하나로 포함되는 흐름이 두드러져 보인다.

인플루언서 지원 전략 일환으로 오디오 서비스를 강화하는 트위터 대표적이다. 트위터 스페이스는 3억명이 넘게 쓰는 트위터앱에서 바로 쓸 수 있고, 웹에서도 접근이 가능하다. 트위터의 오디오 서비스 전략 차원에서 스페이스에 이어 조만간 팟캐스트앱을 추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 SNS인 링크드인도 클럽하우스 같은 오디오 기능을 베타로 내놨고 비디오 형태 서비스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인플루언스들 입장에 라이브 음성 SNS에만 의존할 수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라이브 음성 SNS를 필요로 할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와 소셜 미디어 분야에선 인플루언서들이 라이브 음성 SNS들 써야할 상황이 상대적으로 많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독립서비스로서의 라이브 음성 SNS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개인용 라디오 서비스를 표방하는 아마존 앰프처럼 목적이 좀더 분명한 스타일의 라이브 음성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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