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클라우드로 IT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업계 판세가 요동친다.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위주로 역학관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IT인프라와 솔루션 유통 시장 지형 역시 급변하는 양상이다. 총판이나 리셀러로 불렸던 업체들 대신 요즘은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MSP)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테크판 유통 시장에서 큰손으로 부상했다. 이런 가운데 온프레미스(구축형) 환경에서 활약했던 기존 IT유통 회사들 입지는 점점 약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라클 입장은 좀 다르다. 오라클은 역할은 달라지겠지만 클라우드 시대에도 기존 채널들이 할 수 있고 해야할 일들은 여전히 많다고 보는 쪽이다.

그런 만큼 올해 클라우드 파트너 전략도 온프레미스 환경에서부터 협력해온 기존 채널들 역할을 좀 더 키우는 방향으로 잡아 눈길을 끈다. 온프레미스에서 시작해 클라우드 비즈니스에서도 오라클과 계속 협력하고 있는 유클릭 김인욱 대표, 영우디지탈 김범수 대표, 그리고 한국오라클에서 채널 전략을 이끄는 이광훈 전무와 클라우드 시대 채널 비즈니스를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김인욱 유클릭 대표, 김범수 영우디지탈 대표, 이광훈 한국오라클 전무.
왼쪽부터 김인욱 유클릭 대표, 김범수 영우디지탈 대표, 이광훈 한국오라클 전무.

오라클은 왜 기존 채널들과 클라우드 사업에서 협력을 강화할까?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CSP) 업계 판세를 보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구글 클라우드는 처음부터 클라우드에서 시작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은 온프레미스에서 클라우드로 확장하는 케이스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은 온프레미스 시절부터 함께 해온 채널 네트워크 뿌리가 나름 깊다. 

오라클의 경우 데이터베이스(DB)나 미들웨어 등 인프라단에서 기술 역량을 갖춘 파트너들이 많아 클라우드 사업에서도 상대적으로 기존 IT파트너들이 갖는 중량이 크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광훈 전무는 "메가존클라우드나 베스핀글로벌 등 MSP 전문 업체들과도 협력하지만 기존 DB나 미들웨어 파트너들도 중요하다. 영우디지탈이나 유클릭 모두 유통 업체로 보일 수 있지만 오라클DB와 미들웨어 쪽에서 같이 일을 해왔기 때문에 기술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다. 클라우드 전환에도 이들 기존 파트너들의 역할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유클릭은 2016년부터 오라클 클라우드 사업을 준비해왔고 2019년 오라클이 서울에 클라우드 리전을 오픈하면서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 MSP로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HMM(구 현대상선), 코스콤 클라우드 프로젝트 등을 오라클과 협력해 진행했다.

영우디지탈은 관계사들까지 포함하면 AWS와 KT 등 여러 회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영우디지탈만 놓고보면 클라우드는 OCI에만 집중하고 있다.

제품을 유통하다 클라우드 MSP로 사업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MSP는 기술적으로 내공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유클릭이나 영우디지탈 클라우드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한다. 기존에 진행하던 온프레미스 솔루션 사업도 단순 유통이 아니라 기술 지원에 기반한 서비스 사업이었다는 이유에서다.

김인욱 유클릭 대표는 "처음부터 엔지니어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를 진행해왔다. 클라우드로 확장할 엔지니어링 역량을 그전부터 어느정도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범수 영우디지털 대표도 "전통적인 IT벤더 채널들이 클라우드에 투자하는게 쉽지는 않은데, 오라클 제품에 대한 엔지니어들이 이미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오라클이 클라우드 전략에서 전통적인 IT솔루션 채널들 역할을 강조하는 건 기존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을 OCI로 끌어들이는데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엔터프라이즈 기업들 사이에서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실행으로 넘어가면 걸림돌들이 적지 않다. 클라우드에 따르는 큰폭의 변화를 부담스러워하는 보수적인 분위기도 많이 엿보인다.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시장을 둘러싼 판이 얼핏 큰 것 같지만 클라우드 업체들이 챙겨갈 수 있는 파이가 외부에 비춰지는 만큼, 많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만큼, 엔터프라이즈급 고객들이 클라우드로 좀더 빠르게 넘어올 수 있도록 하려면 이들 회사 컴퓨팅 환경과 조직 문화 디테일을 깊숙하게 이해하고 있는 파트너들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오라클은 유클릭이나 영우디지탈과 같이 온프레미스 경험이 많은 파트너들이 이같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광훈 전무는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파트너들이 오라클 클라우드를 원하는 고객들을 상대로 기존 인프라를 OCI 환경으로 전환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면서 "지난 2~3년간 키워온 역량을 기반으로  유클릭이나 영우디지탈 모두 일정 수준 고객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선 솔루션을 파는 입장에서 클라우드 환경은 온프레미스보다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 대형 클라우드 MSP 회사들도 매출 규모는 크지만 여전히 적자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금은 투자 단계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IT제품을 팔 때와 비교해 CSP 파트너로 먹고 사는 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고 보는 이들이 나름 상당수다.

오라클은 파트너들이 클라우드로 지속 가능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기술 지원을 넘어 고객 수요를 발굴하는 기획과 관리 역량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광훈 전무는 "영역별 레퍼런스를 활용해 영업 측면까지 파트너들이 주도할 필요가 있다. 오라클 차원에서도 이런 프로세스에 의미를 크게 두고 있다. 파트너들이 변화를 따라잡고 그 과정에서 수익성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유클릭과 영우디지탈은 수익성은 결국 클라우드 플러스 알파를 보여줄 수 있느냐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클라우드에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솔루션을 붙여서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양사 모두 올해 부가가치에 초점을 맞춘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김인욱 유클릭 대표는 "OCI 매니지드 서비스를 고도화하면서 OCI 기반 자체 솔루션은 물론 파트너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솔루션 형태로 제공하는 사업을 강화할 것이다. 화상회의, 마이데이터 API 게이트웨이 등 여러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 영우디지탈 대표는 "다양한 솔루션을 추가해 클라우드 기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OCI로 해볼만한 승부"

오라클은 OCI와 관련해 기존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쉽게 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OCI 파트너들도 이점을 주목하고 있다. 적어도 DB나 미들웨어, 애플리케이션 등 오라클 소프트웨어를 쓰는 기업들의 경우 OCI를 활용할 때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고 평가한다.

김인욱 유클릭 대표는 "오라클 소프트웨어를 쓴다면 OCI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비용도 저렴하고 리스크도 적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요한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이다. 이 관점에서 오라클 기존 고객들은 OCI 기반 클라우드로 가는 것이 가장 쉽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영우디지탈 대표도 비슷하게 보고 있다. 그는 "오라클 소프트웨어를 쓰는 기업들이 OCI 로 전환하면 기존에 쓰던대로 쓰면서도 마이그레이션 리스크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클릭과 영우디지탈은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시장 판이 확 커지고 있다 보기는 어렵지만 향후 분위기가 바뀌면 오라클이 클라우드 시장에서 지분을 확대하는데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수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이 핵심 시스템에 오라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들 업체가 클라우드로 전환할 때 OCI가 파고들 공간도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인욱 유클릭 대표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이 본격 움직인다면 OCI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이광훈 전무는 "오라클이 기존에 운영해오던 IT인프라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진화시켜야 하는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의 고민을 가장 잘 해결하는 클라우드 회사라고 자신한다"면서 "이같은 기회가 두드러질 수록 파트너들이 시장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유클릭과 영우디지탈은 올해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시장에서 특히 금융을 주목하고 있다. 규제 환경이 완화되면서 클라우드 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김인욱 유클릭 대표는 "금융권에서 규제 및 법적인 부분이 개선될 것이란 얘기가 많다. 금융 자체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예상보다 빠르게 클라우드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 영우디지탈 대표도 "올해 시장에선 금융쪽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반도체나 물류도 산업 자체가 성장했기 때문에 투자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