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 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 쌍용자동차]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쌍용자동차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난관에 부딪혔다.

쌍용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에디슨모터스의 대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자금 조달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여기에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인수 능력과 사업 계획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어서 앞길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지난달 30일 쌍용차에 대한 정밀 실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인수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에디슨모터스는 서울회생법원에 전날까지 정밀 실사 연장을 요청하면서 인수 절차 전반이 미뤄지게 됐다.

에디슨모터스는 연말까지 본 계약 협상에 나선 뒤 회생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당장 인수비용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비용의 절반 가량을 산은으로부터 대출을 받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 산업은행]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사진: 산업은행]

그렇지만 산은은 대출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전날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에디슨모터스가 기술과 사업계획에 자신감을 보이지만 시장에선 우려하는 상황"이라며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의 발전전략은 제3 공신력 있는 기관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간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던 산은이 재차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 회장은 에디슨모터스의 전기차 전환 계획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보다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완성차들도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고 전기차 분야에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면서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는 솔직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에디슨모터스가 500억원으로 차량 개발이 가능하고, 내년 10종을 출시하겠다는 기사를 봤다"면서 "계획 실현에 현실성이 있는지, 소비자 기대를 충족해 매출로 이어질지 의문이 간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는 지난 10월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이 "(전기차) 3종~5종 개발에 500억원에서 1000억원이면 충분하다"는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강 회장은 쌍용차 바디에 맞춰 에디슨모터스의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해, 내년까지 10종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에디슨모터스의 전기차 생산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글로벌 업체들도 플랫폼 개발에만 수년이 걸리는데, 에디슨모터스가 이를 어떻게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에디슨모터스가 생산한 스마트 110E [사진: 에디슨모터스]
에디슨모터스가 생산한 스마트 110E [사진: 에디슨모터스]

에디슨모터스가 중점적으로 생산해온 전기버스와 전기 승용차는 기술적 난이도가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버스는 대형에 주행 속도가 빠르지 않아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장치나 필요한 부품이 비교적 많지 않다. 반면 승용차는 에어백부터 제동 장치 기술, 차체 결합 상태 등에서 높은 기술력과 부품들을 요구하는 차량"이라고 꼬집었다.

일부에선 에디슨모터스가 완성차기업이나 전기차 생산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공장 라인과 구성이 다르다고 우려를 나타낸다.

완성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프레스 공정을 통해 금속을 변형한 후 용접해 차체를 만든다. 그 후 도장 공정 등을 거쳐 완성된 차체에 각종 부품을 조립해 완성한다. 일반적인 완성차 기업들은 프레스 공정과 차체, 도장과 조립 공정을 갖추고 있는 반면, 에디슨모터스는 반조립 형태의 차체를 수입해 조립하는 공정라인만 갖고 있다. 전기버스 설계 노하우가 완벽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에디슨모터스가 추산한 쌍용차의 인수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금은 1조5000억원 정도다. 에디슨모터스는 자금 마련을 위해 1차 유상증자로 3100억원, 2차 유상증자 등으로 4900억원 가량을 마련한 뒤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를 담보로 산은에서 7000억원 가량을 조달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에디슨모터스가 발전전략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산은은 그 전략을 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보를 얻고 있고 자금지원 요청도 없었다"며 "산업은행 대출 없이 쌍용차 인수 운영자금 마련이 가능하다면 그 방법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산은은 사실상 대출이 어렵다고 거절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에디슨모터스는 자금 조달과 쌍용차 회생계획 입증이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자칫 쌍용차 인수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에디슨모터스는 당초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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