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에 이어 은행들도 금융 수퍼앱을 노리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빅테크에 이어 은행들도 금융 수퍼앱을 노리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문정은 기자] 금융권과 빅테크 간 수퍼앱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수퍼앱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슈퍼앱을 표방해온 빅테크들이 서비스 고도화에 한창인 가운데, 금융사들도 슈퍼앱을 목표로 앱을 전면 개편하거나 새 전략을 짜는 모습이다.

토스는 일찌감치 수퍼앱 전략을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뱅크, 증권 등의 계열사 서비스를 토스 앱 한곳에서 제공하고 있다. 간편송금 서비스를 통해 누적 가입자 2100만명을 끌어모았고 월간 활성 이용자(MAU)만 1200만명에 달한다. 

이를 기반으로 토스증권과 토스뱅크 등 계열사들은 단기간에 수백만 고객을 끌어모았다. 이후 지속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락인(묶어두기) 효과를 노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토스뱅크 출범에 이어 이달 토스증권에서 해외주식 서비스 오픈을 준비 중이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지난 3분기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 주식 결제금액이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해외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해외주식 서비스 역시 토스 앱의 기존 토스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이용할 수 있다. 국내 주식과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352개 주요 종목과 156개의 상장지수펀드(ETF) 등 500여 종의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후에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를 내년 1분기에 내놓고 자산관리 영역으로도 서비스를 확장하다는 계획이다. 

결제 영역도 확장된다. 그동안 토스가 온라인 결제를 중심으로 지원했다면 내년 3월에는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추가한다. 대안신용평가 후 월 30만원 한도 내에서 후불결제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도 지난 하반기 들어 자체 앱에 힘주며 수퍼앱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네이버페이는 지난 8월 별도 앱을 내놓고 '결제'와 맞닿아 있는 현장결제와 주문을 모아놨다. 현재 금융 서비스는 송금과 자산 관리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추후 개인화된 혜택 추천을 이어갈 것이란 계획이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자회사를 통해 수퍼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초 카카오페이는 자체 앱 개편에 나선데 이어 금융 서비스 다변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페이 자회사 카카오페이증권은 이르면 연말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ETF 투자가 가능한 MTS 서비스를 내놓는다. 이는 기존 카카오페이 결제와 연동된 알모으기 등의 서비스에서 확장된 것으로, 회사는 중장기적으로는 펀드와 연금을 위한 금융상품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KB스타뱅킹을 통해 투자와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사진: KB국민은행]
KB스타뱅킹을 통해 투자와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사진: KB국민은행]

최근 은행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모바일 앱 전략 방향을 다시 짜고 있다. 가장 먼저 대응에 나선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지난달 27일 KB국민은행은 계열사들의 서비스와 금융 콘텐츠 등을 한데 모은 새로운 KB스타뱅킹 서비스를 오픈했다. 

특히 뱅킹 앱에서 증권, 결제, 보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눈에 띈다. KB스타뱅킹은 '인앱 브라우저' 방식을 통해 이용자들이 다른 앱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KB증권의 'Easy 주식 매매' ▲KB국민카드의 'KB Pay 간편결제' ▲KB손해보험의 '스마트 보험금 청구' 등 KB금융그룹 6개 계열사의 주요 서비스를 이용 가능토록 했다. 

빅테크사들이 이미 운영 중인 자산관리 서비스도 포함시켰다. 증권이나 보험 등 타 금융업권의 거래 정보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자동차 등 비금융 자산정보도 활용해 진단해 주는 서비스다. 

신한은행의 경우 현재 모바일뱅킹 앱인 신한 쏠(SOL)을 전면 개편에 나섰다. 이를 위해 '뉴 앱(New App)' 프로젝트 관련 입찰 공고를 내고 이르면 내년 중순을 목표로 새 앱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기존 앱인 쏠을 큰 틀에서 개편하는 것"이라며 "원앱 형식으로 계열사 서비스를 지원할지는 아직 확정된 바 없으며 내년  중순 넘어서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이 빅테크처럼 종합금융플랫폼을 내놓기엔 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이같은 은행 행보는 제도적 여건이 조성된 이후에 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우리금융연구소 기고글을 통해 "금융그룹은 생존을 위해 자회사 간 시너지 창출과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 중이나, 변화한 금융환경에 부합하지 않는 금융지주 제도로 인해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면서 겸업 고도화가 제약적이고 현행 금융지주 제도에 따르면 금융그룹이 직접 ICT·플랫폼에 진출하는 것이 금지돼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후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5대 시중은행과의 간담회에서 "은행이 디지털 전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변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하나의 수퍼앱을 통해 은행, 증권, 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의 니즈에 맞춰 제공하는 '디지털 유니버셜 뱅크(Digital Universal Bank)'가 가능토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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