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토스뱅크]
[사진: 토스뱅크]

[디지털투데이 문정은 기자] 금융당국의 고강도 가계대출 총량규제로 결국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대출 축소에 합류했다. 이 가운데 5일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가 파격 대출 상품을 예고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5~6%대를 목표치로 제시하며, 시중은행에 직전 해를 기준으로 증가폭을 제한하고 있다. 또 새로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최우선 역점 과제로 '가계부채 관리'를 꼽고 관련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달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이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줄이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내달까지 가계 담보대출의 취급을 중단하며, 우리은행도 지난달까지 전세자금 대출의 신규 취급을 제한했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문이 좁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으로 발을 돌렸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이들에게도 가계대출 관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조치로 카카오뱅크는 이달부터 연말까지 고신용자 대상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도 카카오뱅크는 고신용 대출 상품의 최대한도를 축소한 바 있다. 신용대출 한도는 최대 7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마이너스 통장대출은 최대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줄였다. 

케이뱅크도 신용대출 한도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조치처럼 케이뱅크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축소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 시점이 아직 논의중"이라고 전했다. 

[사진: 토스뱅크 홈페이지]
[사진: 토스뱅크 홈페이지]

인터넷은행까지 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오는 5일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는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토스뱅크에 따르면 1일 기준 사전신청자만 100만명 가까이 몰렸다. 수치가 보여주듯 시장에서도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가운데, 당장 대출이 필요한 소비자들은 토스뱅크의 대출 상품를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다. 

토스뱅크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대출 상품의 조건도 꽤 파격적이다. 1일 기준 토스뱅크 홈페이지에 따르면 신용대출 최대 한도는 2억7000만원이며 금리는 연 2.76~15% 수준이다. 이는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최대한도인 2억5000만원보다 높은 규모다. 

토스뱅크의 마이너스 통장 최대한도는 1억5000만원이며 금리는 3.26~11.47%다. 케이뱅크와 한도는 같으나 최저금리는 더 낮다. 출범 이후에도 이같은 대출 상품 조건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회사측은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기조를 염두한듯 토스뱅크 관계자는 "당국의 가계대출 관련 규제를 준수할 것"이라며 "공식 출범하고 여러 상황 등을 살펴보며 고신용자 대출 상품 등을 조절하면서 운영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은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토스를 운영하며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토스뱅크가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취지이기도 하다"며 "토스뱅크는 토스가 지난 7년간 서비스를 운영하며 전업권의 금융 데이터와 비금융 데이터 등이 쌓여 정교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이를 기반으로 합리적이고 경쟁력 있는 대출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토스뱅크는 영업 첫해부터 중저신용자 비중을 30% 이상으로 설정하고, 40%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뱅크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과 함께 중금리 대출 비율을 맞추기 위해 고신용자 대상 대출 상품에 한해 잇따라 조치를 취하는 모습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전체 신용대출 가운데 고신용자 대상 마이너스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수준이었다. 이 규모도 크다보니 부득이하게 이를 중단하게 됐다"며 "대출 증가 속도를 모니터링하며 추가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중저신용자 대상 상품은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토스뱅크가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바젤Ⅲ 적용 등의 규제에 자유로워 현 상황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토스뱅크는 타 은행의 가계대출 억제와 대출금리 상승환경을 신규고객 확보 및 자산성장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설립 초기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서도 예외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여 상대적인 규제차익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토스뱅크 전략에 얼마만큼의 변수로 작용할 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최근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경제부총리)와 고승범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등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올해 6%대 증가율을 목표로 상환능력 내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내년에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결정했다. 정부는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10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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