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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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정부의 가상자산 이중성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범정부 차원에서 가상자산의 위험성 홍보에 나선 가운데, 한편에서는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징세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가상자산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세금은 꼼꼼히 거두겠다는 것이다.

19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 부처, 지자체 등에서 지난달부터 ‘가상자산 거래자 필독’이라는 카드뉴스를 홍보하고 있다.

국세청의 경우 7월 16일부터 이 카드뉴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다른 정부 부처들도 비슷한 시기 홍보에 나섰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작된 이 카드뉴스는 “가상자산은 화폐가 아니고 내재가치가 없다는 것이 주요 국제지구 및 중앙은행의 입장이다”고 소개했다. 가상자산의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해외 사례를 인용해 우회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는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며 거래소 이용 고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드뉴스는 가상자산이 가격변동성이 매우 큰 자산이라며 가상자산 투자, 매매 등을 자기 책임하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카드뉴스 내용이 금융당국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의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을 반영했다고 보고 있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금융당국은 올해 9월 24일까지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받는다. 이와 관련해 법은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상당수 정부 관계자들은 가상자산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을 넘어 여전히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올해 4월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에 대해 “인정할 수 없는 화폐고 가상자산이기에 (제도권에)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주장은 은성수 위원장 개인 의견을 넘어 많은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속마음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지난달 범정부 차원에서 홍보되고 있는 가상자산 관련 카드뉴스 [사진: 관계부처 합동]
지난달 범정부 차원에서 홍보되고 있는 가상자산 관련 카드뉴스 [사진: 관계부처 합동]

금융권 관계자들은 특금법 개정이 가상자산을 인정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한국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FATF의 기준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어서 특금법을 통해 제도화를 하고 있지만 속내는 여전히 가상자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9월 24일까지 신고 기간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1곳도 신고한 거래소가 없다. 신고를 위해서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확인계좌를 확보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곳은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4곳 뿐이다. 요건을 충족해도 신고 후 등록이 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처럼 신고, 등록이 잘 되고 있지 않은 이면에는 가상자산을 여전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정부 관계자들의 속내가 반영됐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가 가상자산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세금 징수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명분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소득세법 개정안, 법인세법 개정안,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4개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4개 법안은 가상자산 관련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 1월 기획재정부는 4개 법안 개정에 따른 시행령 개정안 4건을 입법예고했다.

이같은 법 개정에 따라 정부는 2022년 1월 1일부터 250만원 초과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20%의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또 정부는 7월 27일 세금체납 등과 관련해 세무서장이 체납자의 가상자산을 압류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국세징수법을 입법예고했다. 국세징수법은 법제처심사, 국무회의심의 등을 거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가상자산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가상자산 관련 세금 징수는 꼼꼼히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국세정은 올해 3월 15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고액체납자 2416명을 적발해 366억원을 징수 및 채권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세청, 세무서,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요청해 체납자들의 가상자산 보유를 확인하는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거래소가 언제든 폐쇄될 수 있다고 하면서 거래소들의 도움으로 체납세금을 징수 중인 것이다.

국세청은 내년 1월 1일부터 차질 없이 가상자산 관련 소득 징수를 하기 위해 가상자산 세원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 4월 유플러스아이티를 시스템 개발회사로 선정했다. 현재 시스템 개발이 진행 중이며 올해 4분기 중 안정화와 개통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세금 징수를 유예하자고 주장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노웅래 의원은 지난 7월 6일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가상자산 관련 세금 징수 시기를 1년 늦춰 2023년 1월 1일부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내년 1월 1일부터 그대로 징수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으로 가상자산 관련 거래와 사업은 위축되고 세금 징수는 활발해지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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