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메타버스를 둘러싼 관심이 커지면서 메타버스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가운데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로 유명한 나이언틱의 존 행케 CEO가 작심하고 도발적인 발언을 해 눈길을 끈다. 

회사 블로그는 물론 패스트컴퍼니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가상현실(VR)에 초점이 맞춰진 메타버스를 악몽일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존 행케 나이언틱 CEO. [사진: 행케 CEO 링크드인 페이지]
존 행케 나이언틱 CEO. [사진: 행케 CEO 링크드인 페이지]

그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한쪽은 현실 도피적인 VR이 주도하는 메타버스가 있고 다른 한쪽에선 현실을 강화하는 AR과 웨어러블 기반 메타버스가 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행케 CEO는 AR이 강조하는 현실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행케 CEO가 AR 중심의 메타버스론을 강조하는 것은 VR로 인해 인간들이 점점 현실과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나이언틱 블로그에서 "지난 몇년간 기술의 혜택은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를 안겨줬다.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경험에서 사람들을 차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이 사람들 관계와 정보에 끼어들면서 마을 광장과 동네, 공원을 걷는 것 등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측면들을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행케 CEO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돌아보면 사람들이 음식 배달 서비스나 넷플릭스, 아마존 쇼핑 등도 많이 이용했지만 사람들을 동네와 다시 연결시키는 걷기 또한 엄청난 규모로 이뤄졌다는 점도 부각했다.  팬데믹이라고 사람들이 디지털 공간에서만 산 것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현재 메타버스 담론을 주도하는 메시지는 소설 레디플레이어원에서 묘사되는 라이프 스타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람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돼 원하는 대로 비디오 게임과 넷플릭스 콘텐츠를 이용하고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는 시나리오들이 강조된다.

이에 대해 행케 CEO는 자신은 여기에 끼고 싶지 않다고 거듭 강조한다. 나이언틱이 가는 방향은 사람들이 세상에 나갈 수 있도록 격려하는 메타버스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과학계에서 나온, 걷기는 뇌를 활성화시킨다는 주장까지 들고 나왔다.  그는 "우리 뇌는 3차원 환경에서 세상을 따라 밖에서 움직일 때 여러 방식으로 활기를 띈다. 이것은 단지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것 이상이다"면서 "정신이 뇌에 있는지 몸 전체에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지만 사람 인경 감지와 인지는 몸 전체에 걸쳐 일어난다는 매우 강력한 주장이 있다"고 말했다. 

포켓몬고 이미지.
포켓몬고 이미지.

밖에 돌아다닐 수 있게 하는 AR이 실내에 있는 VR보단 경험의 퀄리티 측면에서 앞설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그는 "헤드헷을 손으로 건드리고, 광자를 눈에 쏘면 어떻게든  세상에서 사람들이 전신으로 하는 경험을 대신할 수 있다는 개념은 완전히 가짜"라고 잘라 말했다.

행케 CEO 주장은 AR하는 회사가 VR 주도 메타버스를 비판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겠느냐?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행케 CEO와 나이언틱 입장에선 당연히 VR보다는 AR이 메타버스의 중심에 서는 것이 유리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가상세계를 진짜 현실처럼 느끼게 만드는게 어렵다는 것은 여기저기에서 제기되고 있는 지적이다. 미디어 이론가이자 디지털 경제 전문가인 더글러스 러시코프도 자신의 책 '대전환이 온다'에서 이같이 주장한다.

그는 책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자와 로봇 연구자들이 가장 따라하기 힘든 어려운 것은 살아 있는 인간이다.  만들어진 인물이 실체에 너무 가까우면 다시 말해 우리를 완전히 속일 만큼은 아니지만 어디가 다른지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제에 너무 가까우면 불쾌한 골짜기라고 알려진 불안 상태에 빠진다. 인간과 비슷한 것을 봤을 때 어느정도 호감도가 높아지다가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우리는 현기증이 인다. 왜냐하면 우리는 사람의 얼굴에 드러나는 미묘한 신호를 읽어내고 거기에 반응하기 위해 수십만 년간 우리의 신경계를 정밀히 조정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누군가 미소를 지으려고 눈에 가늘어지거나 불에서부터 이마까지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것을 알아챈다. 그리고 이런 생물의 신호가 없다는 사실 또한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시뮬레이션은 내가 상대하는 것이 살아있는 물체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소름끼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AR 기반 메타버스에선 이같은 문제가 해결될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나이언틱은 실제 세계와 사용자 그리고 사용자를 정확하게 묶는 기술 가상 물체와 상호 작용하는 수백만 사용자들 상태를 동기화하는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행케 CEO는 "사용자 프라이버시, 책임 있는 사용, 포용적인 개발 프로세스, 사회에 대한 AR 기술의 잠재적 영향을 인식하고 완화하는 것 모두 일어 벌어지고 난 다음이 아니라 지금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회사 비전은 우리 필요에 부합하는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 반대가 아니다"고 말했다. 

현실을 메타버스화하려는 행케 CEO와 나이언틱의 행보는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을 보다 현실처럼 바꾸고 싶어하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와는 대척점에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누가 패러다임을 주도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으나 거물급 인사들의 가세로 메타버스를 둘러싼 담론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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