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사진: 셔터스톡]
메타버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얼핏 봐선 무슨 뜻인지 당최 이해하기 힘든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말이 언제부터인가 IT업계를 흔드는 키워드가 됐다.

메타버스 회사라고 알리는 기업들과 메타버스 시대가 왔다고 외치는 전문가들이 쏟아진다. 한국 주식시장에선 메타버스는 이미 '테마주'가 됐다. '디테일'이 많이 부족한데 메타버스라는 용어만 과대포장돼 남발되고 있다며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큰틀에서 메타버스는 가상 환경에서의 경험을 의미하는 것으로 통하는 것 같다. 좀더 넗게 보면 차세대 인터넷을 뜻하는 말로도 유통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메타버스가 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들은 각양각색이다. 테크 전문가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건 없다. 지난달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벤처 투자자 겸 에세이 작가인 매튜 볼은 메타버스를 가상 세계나 공간이 아니라 모바일 인터넷의 후계자로 보고 있다. 그에게 메타버스는 매우 강하게 연결된 생활을 위한 프레임워크다. 

그는 "메타버스 전과 메타버스 후는 분명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메타버스는 사긴이 가면서 다양한 제품들, 서비스들, 역량들이 합쳐지고 통합되는 가운데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고 말했다. 벤처비트 기사를 보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메타버스에 대해 "우리가 거의 함께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받는 느낌에 방점을 찍었다.

공인 받는 정의가 없는 만큼, 메타버스를 둘러싼 기업들 행보도 제각각이다. 다양한 출신 성분과 주특기를 갖는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표방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살짝 오버하면 B2C부터 B2B에 이르는 IT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 대부분이 메타버스에 '어떤 식으로든' 다리를 걸치려는 모습이다.

실체가 애매모호하고 두루뭉술 한 가운데서도 메타버스를 향한 기업들 간 초반 레이스도 일단 시작됐다. 현재 판세는 페이스북 같은 소셜 플랫폼, 포트나이트 같은 비디오 게임, 로블록스로 대표되는 게임 기반 가상 세계 ,  대체불가토큰(NFT)을 앞세운 암호화폐 진영으로 짜여지는 양상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기사에서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 사례로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 VR 플랫폼인 디센트럴랜드, 비디오 게임 포트나이트, 가상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를 다뤘다.

디센틀럴랜드 이미지.
디센틀럴랜드 이미지.

디센트럴랜드는 사용자들이 제작한 NFT에 기반하는 블록체인 기반 가상 세계 플랫폼이다. 디센트럴랜드 사용자들은 콘서트나 예술 전시회 등 다른 이들을 위한 장면과 경험을 구현할 수 있다. 

디센트럴랜드가 발행한 이더리움 기반 토큰인 MANA을 갖고 도박을 할 수 있는 카지노도 이용할 수 있다. 카지노에는 MANA로 비용을 받는 딜러도 있다.

메타버스 관점에서 디센트럴랜드는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재산과 관련한 실험을 일찍감치 시작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7월 디지털 부동산 회사를 표방하는 리퍼블릭 렘(Republic Realm)은 259개 구역에 대한 NFT를 120만 MANA에 사들였다. 현금으로 치면 미화 90달러 상당 가치다.

유명 경매 하우스인 소더비스 역시 디센트럴랜드 예술 지역내 작은 구역을 사들이고 런던 갤러리 모형을 지었다. 최근에는 첫 경매 쇼도 메타버스에서 열었다. 경매를 진행한 마이클 보난자는 가상 갤러리 방문자 90%는 소더비스가 어떤 곳인지, 뭘하는지 몰랐다고 추정했지만 기존 고객들이 NFT를 개념화하는데는 유용했다고 평가했다.

디센트럴랜드는 2000년대 중반 반짝 열풍을 일으키고 사라진 세컨드라이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와 관련해 디센트럴랜드는 세컨드라이프는 사적인 회사가 운영하고 소유한 중앙화된 플랫폼이었다고 선을 긋는다. 디센트럴랜드는 사용자들이 소유권을 갖는 탈중앙화된 환경이라는 것이다. 디센트럴랜드를 포함해 암호화폐 진영은 메타버스는 중앙화된 모델로는 한계가 있으며 궁극적으로 탈중앙화된 구조로 짜여져야 지속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게임 엔진 언리얼 개발사 에픽게임즈  비디오 게임인 포트나이트도 요즘 메타버스 담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이름이다. 사실 에픽게임즈는 메타버스를 생각하고 포트나이트를 개발한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메타버스 스타일을 가미했고 요즘은 '포트나이트는 메타버스'라는 말을 내놓고 쓰고 있다.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

포트나이트는 음성 채팅이나 댄스 파티 같은 소셜 기능은 물론 사용자들이 캐릭터를 꾸미는 것도 가능하다. 지난해 4월에는 포트나이트에서 미국 힙합 가수인 트래비스 스콧 콘서트도 열렸는데, 1200만명 규모 동시 시청자가 몰렸다. 매튜 바이싱어 에픽게임즈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포트나이트에 대해 "게임 이상이다. 우리는 베타버스로 불리는 사회적인 장소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메타버스 담론에서 로블록스를 빼놓을 수 없다. 로블록스는 독립 개발자들이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뉴욕타임스는 로블록스에 대해 메타버스에 가장 가깝게 있고 가장 범위한 메타버스 비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로블록스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사람들은 로블록스에서 100억 시간을 썼고 4200만명 이상이 매일 로그인했다.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로블록스용 가상화폐인 로벅스(Robux)를 6억5200만달러치 지출했다. 로벅스는 캐릭터에 필요한 모자, 무기, 열기구 등 디지털 아이템들을 사는데 쓸 수 있다.

로블록스에 마련된 '구찌 가든' [사진: 로블록스]
로블록스에 마련된 '구찌 가든' [사진: 로블록스]

데이브 바즈키(Dave Baszucki) 로블록스 공동 창업자 겸 CEO에 따르면 로블록스는 아이들을 넘어 수십억명을 커버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다. 로블록스는 이미 자사 플랫폼에서 비즈니스 미팅도 갖는다고 한다. 이메일이나 비디오, 전화가 협업에 쓰이는 것처럼 로블록스와 메타버스 역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 필수적인 툴이 될 수 있다는 로블록스 입장이다. 바즈키 CEO는 "궁극적으로 언젠가 우리는 로블록스로 쇼핑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SNS 플랫폼인 페이스북의 행보도 비상한 관심을 끈다. 페이스북은 7월 말 회사 비전을 메타버스로 내걸고 전담 조직도 뛰웠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메타버스에 대해 VR과 게임을 뛰어넘는 거대한 개념임을 강조하고 있다.

메타버스에 대한 커지는 관심 속에 우려와 걱정도 늘었다. 메타버스를 놓고 과도하게 부풀려진 광풍이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처음부터 과도하게 상업화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어린이들이 돈을 많이 쓰도록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까칠한 시선도 있다. 성인물과 나치 콘텐츠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도 벌써부터 메타버스 공간에서 벌어진다.

민간 기업들이 내놓은 상업적인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상호 운용성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질문도 이어진다.

시간이 가면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간 연결고리가 생길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지만 현재 구도상 의미 있는 상호 운용성 확보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메타버스들간 연동을 목표로 하는 조직인 오픈 메타버스 상호 운용성 그룹도 나왔지만 광범위한 지지세를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기대와 우려 속에서도 테크판에서 메타버스가 갖는 중럄감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판을 바꿀 진짜 게임체인저가 될지, 이미 있는걸 재포장한 말잔치로 끝날지는 두고봐야 겠지만 클라우드나 AI,  블록체인 말고 차세대 패러다임으로 뛰울 만한 '새로운 대형 키워드'에 목마른 테크 생태계에 메타버스가 나름 갈증을 채워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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