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이 그룹 모든 IT시스템을 클라우드에서 운영하고 있다. 식품 업계는 물론 엔터프라이즈 시장 전체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여서 주목된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오랫동안 온프레미스(내부에 직접 구축하는 방식)로 IT인프라를 운영해온 엔터프라이즈 기업들이 최근 클라우드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핵심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는 것에 대해선  이런저런 이유로 망설이는 기업들이 아직도  많은게 현실이다.  클라우드에 올리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도 막상 행동에 옮기려니 걸리는 게 많아 주저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를 감안하면 2017년부터 시작해 2019년 그룹사 전체 IT시스템을 모두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한 매일유업은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시장에선 꽤 이례적인 케이스다.

매일유업은 대외 고객용 서비스 뿐만 아니라 SAP 전사적 자원관리(ERP)로 대표되는 50여개 업무 시스템을 모두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중요 업무, 이른바 미션 크리티컬한  인프라까지 클라우드로 옮긴다는 결정 자체도 그랬지만 결정 후  실행 과정도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매일유업이 클라우드 인프라로의 전환이란 대담한 카드를 뽑아든 것엔 나름 이유들이 있었다.

매일유업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20일부터 22일까지 개최한 온라인 포럼 ‘애저 에브리웨어(Azure Everywhere)’에 참석해 클라우드로 전환한 배경과 효과, 향후 다른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포인트들을 공유해 눈길을 끌었다.

간접비까지 고려하면 클라우드가 디지털 전환에는 유리

매일유업이 클라우드로 가게 된 배경은 크게 세가지다. 첫번째는 고객 중심 서비스 환경 구현이다.

조병훈 매일유업 CIO는 "많은 고객들과 소통하려면 제 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온프레미스는 고객 서비스는 트래픽 예측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두번 째는 내부 관리 효율성이었다. 조 CIO에 따르면 수백대 서버를 운영하는 IT부서 입장에서 인프라를 관리하고 몇 년에 한 번씩 대규모로 교체하는 것은 상당한 스트레스다. 클라우드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었다. 

조병훈 매일유업 그룹 CIO
조병훈 매일유업 그룹 CIO

비용 측면에서 보면 클라우드는 싸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것저것 고려하면 클라우드가 유리하다는게 조 CIO 입장. 그는 "자동차 렌트도 구입하는 것보다 싸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 그래도 전문가들이 관리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따른 간접비용 절감까지 고려하면 장점이다. 글로벌 전문가들이 유지하는 최적화된 환경에서 장애 대처 및 인프라 운영을 맡기고 내부 전문가들은 클라우드를 갖고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키워드는 타임투마켓(Time to market)이다. 클라우드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 CIO는 "기존과 같은 시스템 통합(SI)나 솔루션 구축 방식은 사라질 것이다. 많은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나 오픈소스, 데브옵스들이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서 클라우드는 시작점이다. 클라우드 아래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용이하게 움직일 수 있다. 매일유업에서도 클라우드로로 전환하기 전에는 없었던 IT시스템들이 데브옵스 방식으로 많이 나오고 있다. IT 환경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유업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를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선택한 것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전사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한 사례가 많지 않던 상황에서 지원을 많이 해줄 클라우드 업체를 고민한 데 따른 결과다. SAP 본사 차원에서 애저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인프라를 넘어 서비스형 플랫폼(PaaS)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IaaS)도 고려한 점도 애저 도입에 영향을 미쳤다.

조 CIO는 "애저는 IaaS만을 만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PaaS를 지향해야 하는데,  애저는 여기에 최적화돼 있고 SaaS도 아우르고 있다. 내부에서 마이크로소프트 365를 쓰고 있다 보니  이와 연동하는 것도 고민했다. 클라우드로 전환할 때는 기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어떻게 재활용할 지가 현실적으로 중요한데, 윈도나 SQL 서버는 애저로 옮길 때 이중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이런 것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부 전문가가 프로젝트 이끌어야

매일유업이 클라우드로 전환하기로 결정할 당시만 해도 국내에 참고할 만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보니 프로젝트 자체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이와 관련해서도 매일유업은 공유할 것들이 꽤 있어 보인다.

클라우드 전환 실무를 이끈 안찬홍 매일유업 인프라 리더는 이번 애저 에브리웨어 행사에서 성공적인 클라우드 전환과 관련해 역시 3가지를 강조했다.

첫 번째는 기업 업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것은 대규모 SI 프로젝트로 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객 서비스나 이커머스의 경우 단일 시스템 위주라 다른 인프라와 연계성이 덜하지만 ERP를 포함해 모든 업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길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전사 시스템 차원의 연결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안찬홍 리더는 "클라우드 전환은 유닉스에서 리눅스로 바꾸는 것이다. 이식하려면 이전 시스템 구조를 잘 알아야한다. 리눅스와 호환되는 라이브러리나 프레임워크를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클라우드 환경에 맞는 구조로 우회 구현해야 하거나 설계 및 회사 규정 등과 관련해 즉시 결정해야할 것들이 많다"면서 "이러려면 내부 전문가가 리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안찬홍 매일유업 인프라 리더.
안찬홍 매일유업 인프라 리더.

다음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서비스 오픈 전략을 갖출 필요가 있다. 안찬홍 리더는 "롤백 플랜 등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요 서비스 중단 시 현업 담당자들이 업무를 유지하도록 사전에 소통하고 호흡을 맞춰야 한다. 롤백이 불가피할 때는 좀만 더해보자 식 보다는 단호한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찬홍 리더가 거듭  강조한 것은 내부 클라우드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클라우드 가상화나 서버 아키텍처 등 테크니컬 전문가들이 있어야 한다. 내부 전문가가 리딩해야 외부 전문 업체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서 "클라우드 전환 후 장애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많이 줄었다. 장애가 발행하더라도 어디서든 접근해 조치를 빠르게 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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