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SK플래닛 등 주요 IT 대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조직개편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영역에 맞게 회사를 쪼개는가 하면, 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등 조직 재정비에 한창이다. 조직 개편을 통한 체질 개선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전략이다.

▲ NHN 본사 그린팩토리의 외관.

◇벤처 정신으로 회귀...NHN 4개로 분사
NHN은 급변하는 모바일 시대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회사를 포털 외에 모바일 서비스, 메신저, 게임 등 4개 분야로 쪼갰다. NHN은 지난 6일 정기 이사회에서 게임 사업부인 한게임을 상반기 중 분사하고 모바일 서비스와 메신저를 전담하는 ‘캠프모바일’과 ‘라인플러스’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모바일 전담 법인 캠프모바일 수장은 싸이월드 ‘도토리’ 신화의 성공 주역인 이람 NHN 서비스2본부장이 내정됐다. 전세계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한 모바일 사업 메신저 ‘라인’도 강화한다. 사내의 ‘라인사업실’을 별도 한국 법인 ‘라인플러스’로 분리했다. 라인 개발을 진두 지휘한 신중호 NHN재팬 이사가 대표를 맡기로 했다. 각각 150명의 인력이 이동한다.

한게임은 독립 법인으로 분리돼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사업을 총괄한다. 사옥은 성남 판교테크노밸리로 결정됐으며 600여명이 이동한다. 한게임 분사는 올 상반기 주주총회를 거친 뒤 확정된다.

이번 조직개편은 NHN의 벤처 정신을 강조하는 이해진 이사회 의장의 결단이 반영된 것이다. 이 의장은 지난해 사내 강연을 통해 “NHN을 동네 조기축구 동호회쯤으로 알고 다니는 직원들이 많다”며 임직원들의 안일한 자세를 강도 높게 질타한 바 있다.

NHN은 국내 1위 포털로 성장했지만, 조직이 점차 비대해지면서 급변하는 IT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전체 임직원 3600명 가운데 NHN비즈니스플랫폼 1000명, 한게임 600명, 그리고 2000명이 네이버 사업을 맡고 있다. 또한 ‘라인’을 제외하고는 모바일 부분에서 이렇다 할 성과도 거두지 못해 지난해 위기설이 떠올랐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네이버 앱의 모바일 점유율도 카카오톡과 구글에 한참 밀리는 상황이다. 신규 서비스 출시보다 기존 업체의 서비스를 뒤늦게 모방해 선보이는 방식으로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시선도 팽배했다. NHN은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사업 부문에 맞는 독립성을 추구하면서 외부에 신속히 대응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다.

◇SK플래닛, 합병 통해 플랫폼 ‘공룡’ 변신
SK텔레콤에서 분사한 SK플래닛은 지난 1일 SK마케팅앤컴퍼니(SK M&C)를 흡수해,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통합 법인은 자산규모 약 2조4000억원, 연매출 1조7000억원, 임직원수 1700명에 달하는 규모다.

SK플래닛은 자사의 온라인 플랫폼 경쟁력과 SK M&C의 핵심 마케팅 서비스인 OK캐쉬백을 결합해 콘텐츠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시킬 계획이다. SK플래닛은 ▲T스토어 ▲11번가 ▲T맵 ▲호핀 ▲스마트 월렛 등의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SK M&C는 6만개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 멤버십 제휴 가맹점과 3600만명의 OK캐쉬백 회원을 가지고 있다.

 

통합 법인은 올해 SK플래닛의 기존 서비스에 OK캐쉬백을 연계하는 작업에 주력한다. OK캐쉬백을 통한 마케팅으로 T스토어나 호핀 등의 콘텐츠 생태계도 확대한다. T애드와 SK M&C의 광고가 합쳐지며 광고 플랫폼도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특히, 11번가나 스마트월렛 등의 커머스 분야에서 OK캐쉬백이나 기프티콘에 의한 시너지를 극대화해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SK플래닛은 개발자 영입에도 더욱 박차를 가한다. SK관계자는 “SK플래닛 출범시 원래 목표가 전체 직원 수의 40% 규모는 개발자 충원이었다"며 ”지난해 200명의 개발자를 영입했으며 올해는 100명을 추가로 더 뽑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K플래닛은 최근까지 네오위즈 게임즈와 NHN 출신의 개발자들을 지속적으로 영입해왔다.

한편, 지난해 4월 인수한 ‘틱톡플러스’의 북미시장 공략도 가속화한다. SK플래닛은 최근 틱톡플러스의 미국 법인 ‘틱톡플래닛’의 인력 구성을 완료하고 올해 본격적으로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에 나선다. 틱톡플러스를 단순 모바일 메신저에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향후 T스토어의 게임, 동영상 등도 추가할 계획이다.

◇KT ‘통신 외 신성장 분야 따로 키운다'
KT는 통신 시장에서 정체된 수익을 해소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비 통신 분야를 따로 분리한다. KT는 지난 12월, 정기 인사에 앞서 신사업 부문을 이끌 수장들을 임명하며 분사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들 자회사로 옮기는 인원은 1000명 이내로 알려졌다.

KT는 부동산, 콘텐츠, 위성사업부문을 규제 산업인 통신과 떼어내 성장 속도를 높인다. 부동산 운영 전문회사 KT에스테이트 대표이사에는 이창배 전 롯데건설 사장, KT미디어허브 대표이사에는 김주성 KT M&C부문장, 위성사업 전문회사 KT샛에는 김일영 KT 코퍼레이트센터장을 각각 선임했다.

▲ 왼쪽부터 이창배 KT에스테이트 대표, 김주성 KT미디어허브 대표, 김일영 KT샛 대표.

KT는 자사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과 그룹내 콘텐츠 회사를 통합해 수익화 창출에 힘쓴다. KT에스테이트는 약 2조원의 현물출자된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임대, 개발, 운영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KT미디어는 KT그룹 내의 모든 미디어와 콘텐츠 업무를 총괄하며 통신산업과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콘텐츠 사업 강화를 위해 1000억원 펀드를 조성하고 중소 콘텐츠 제작업체들과의 협력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올레TV, 지니,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 유스트림 등 KT 그룹 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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