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렉스도 프라이버시코인 상장 폐지 흐름에 가세했다. 규제 대응 일환으로 풀이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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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구글이 내년 자사 크롬 브라우저 사용자들이 여러 웹사이트들을 돌아다니는 정보를 기반으로한 타깃 광고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작년 초에 이미 예고된 조치지만 디지털 광고 업체들 사이에선 여전히 걱정과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사용자가 여러 웹사이트들을 왔다갔다 하는 정보를 기반으로 타깃 광고 판매에 주력해온 디지털 광고 회사들 앞날이 우울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발표는 얼핏보면 구글이 사용자 개인들 인터넷 활동을 추적하고 광고에 써먹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일부만 사실이다.

생소하게 들릴 수 있지만 크롬에서 서드파티 쿠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는 것이 예전이나 지금이나 구글의 핵심 메시지다.

쿠키는 사용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사용자 웹브라우저에 저장되는 텍스트 형태 작은 파일이다. 웹사이트 제공자는 쿠키를 통해 접속자 장치를 인식하고, 기존 사이트 이용내역도 알 수 있다. 맞춤형으로 뭔가 제공하는데 쿠키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쿠키는 크게 퍼스트 파티(first-party), 서드파티(Third-party) 쿠키로 나눠지는데, 퍼스트파티 쿠키는 웹사이트 운영자가, 서드파티는 외부 업체가 심는 것이다. 

서드파티 쿠키는 애드테크 회사들이 사이트를 넘나들면서 사용자 행동을 추적할 수 있는 기반 인프라다. 서드파티 쿠키를 활용하면 애드테크 회사들은 사용자 A씨가 B에서 C사이트로 이동했을 때 거기에 맞는 광고를 계속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용자가 신문사 사이트를 방문하고 나서 쇼핑몰에 사이트에 들어갔을 때 신문사에서 했던 행동들에 기반해 쇼핑몰 사이트에서 타깃 광고를 보여줄 수 있다. 업계 용어를 빌리면 이 같은 광고 기법은 ‘리타게팅’, 오디언스 타게팅(Audience Targeting) 등으로 불리운다.

리타게팅은 웹 기반 광고 시장에서 비중이 만만치 않다. 글로벌하게 보면 크리테오, 국내에선 NHN에이스 등 다수 회사들이 웹기반 오디언스 타케팅 광고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결국 구글이 안하겠다고 한 건 크롬 브라우저에서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중단하고, 자사 광고 구매 툴에서 리타게팅 광고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구글이 내년 초부터 크롬에 광고 차단 기능을 탑재한다.(로고=구글)
크롬 브라우저 로고.

디지털 광고 컨설팅 회사인 존스 미디어에 따르면 구글은 2920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지난해 글로벌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52%를 점유했다.

오픈인터넷에서 광고주들로부터 퍼블러셔로 가는 나오는 돈의 약 40%가 구글 광고 도구들을 거친다. 여기에서 오픈인터넷은 구글 검색, 유튜브, 페이스북처럼 서비스 제공 업체가 자신들 광고 플랫폼만  제공하는 폐쇄된 형태 사이트가 아닌 곳들을 말한다. 

적지 않은 돈이 걸려 있다 보니 구글 행보에 대해 실제로 광고판에서 상당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광고주들은 웹사이트들에 걸쳐 발생하는 사용자 브라우저 이용 데이터를 누구에게 어떤 광고를 보여줘야할지, 타케팅한 사용자가 광고를 한 제품을 샀는지 여부 등을 알기 위해 활용해왔는데, 구글이 크롬에서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중단하게 되면 이렇게 하기가 힘들어진다. 

구글이 서드파티 쿠키 대신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로 불리는 새로운 기술을 투입할 것이라고 하지만 광고 업체들과 광고주들 입장에선 만족할만한 수준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글에 따르면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는 여러 웹사이트들에 걸쳐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도 타깃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하지만 일대일 타깃 광고는 할 수 없다. 프라이버시 샌드 박스는 사용자 브라우징 습관을 사용자 기기에서 분석하고 광고주들에게는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그룹을 대상으로 타깃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한다. 개인 대상 타깃 광고는 아니다. 구글은 지난달 2분기부터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를 사용하는 광고 구매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이 아니라 광고 업계 차원에서 대안 기술을 만들어 보려는 행보도 있다. 광고주 및 광고 회사들 단체인 PRAM(The Partnership for Responsible Addressable Media)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도 그중 하나다. PRAM은 개인 사용자들을 타게팅하면서도 보다 프라이버시 친화적인 기술을 검토하고 있다. 

PRAM 기술은 이메일 주소에서 파생되는 숫자가 글자 같은 새로운 식별자들을 활용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글은 외부 업체들이 우회로를 확보할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들 솔루션이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용자 기대를 맞추거나 빠르게 진화하는 규제에 대응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는 보고 있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하고 있다.

구글이 크롬에서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중단한다고 밝힌 건 전사적으로 프라이버시 퍼스트 전략으로 돌아섰다고 보기 무리가 있다. 정부 규제 및 소비자 인식 등 구글 입장에선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분위기 속에서 프라이버시 강화에 나선 측면도 강해 보인다. 주변의 시선과 압박을 의식해 어쩔 수 없이 꺼내든 조치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애플 사파리나 파이어폭스 같은 브라우저는 이미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서드파티 쿠키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구글의 행보가 광고 업계에서 이슈로 떠로는 것은 크롬이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60%가 넘는 지배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서드파티 쿠키의 종말에서 구글은 오히려 혜택을 볼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구글은 다른 회사들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도 광고를 파는데 그게 무리가 없다. 유튜브, 구글 검색 등 자사가 보유한 대규모 서비스들을 기반으로 광고 사업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유튜브나 구글 검색에선 구글은 퍼스트 파티 쿠키를 갖고 여전히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타깃 광고를 팔 수 있다.

구글가 꺼낼 조치는 웹사이트용 광고 툴과 고유 식별자에 초점이 맟줘져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세가 된 모바일앱은 대상이 아니다. 

이것은 구글 광고 생태계에서 상당 부분은 서드파티 쿠키 지원 중단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WSJ은 전했다. 시장 조사 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모바일 광고는 모바일앱과 웹을 모두 합쳐 68%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런 만큼 구글은 크롬에서 서드파티 쿠키 지원을 중단한다고 해서 캐시카우인 디지털 광고 사업이 결정적인 타격을 받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면서도 프라이버시 강화를 요구하는 정부와 사용자들 기대를 일정 부분 맞춰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서드파티 쿠키 활용이 어려워지면 퍼스트 파티 쿠키 존재감은 오히려 커질 수도 있다.

반면 웹기반 리타케팅으로 먹고 살았던 회사들 사업 모델은 서드파티 쿠키가 구글과 애플 등 웹브라우저 업체들에 의해 외면 당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구글이 예정대로 내년부터 크롬에서 서드파티 쿠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한 발표의 '디테일'은 대충 이렇게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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