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밸류 '빅데이터 기반 부동산 시세 자동 평가서비스' 발표 자료. [자료: 금융위원회]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민간 감정평가 단체인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인공지능(AI) 기반 자동산정 서비스의 부실을 이유로 프롭테크 업체들을 향한 '줄고발'을 예고하면서 금융당국이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발 대상 서비스의 상당수가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혁신금융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혁신금융 서비스란 기존 서비스와 견줄 때 차별성과 시장성을 갖췄다고 금융위가 인정한 업무다. 선정 시엔 현행 금융규제 적용을 최대 4년까지 피할 수 있는 특혜를 받는다. 금융위는 지난해 4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인 일명 '금융규제 샌드박스(규제를 풀어 혁신금융서비스의 시범운영을 허가하는 제도)'가 시행된 뒤로 현재까지 혁신금융 서비스 총 102건을 지정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감정평가사협회는 최근 빅밸류와 김진경 빅밸류 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감정평가사협회의 고발 이유는 빅밸류의 서비스가 유사 감정평가행위를 금지한 현행 감정평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AI를 이용한 자동산정 서비스는 부실·허위신고 등으로 신뢰도가 낮은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부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협회는 칼을 댈 곳이 빅밸류 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빅밸류를 고발하긴 했지만 유사 서비스로 금융위에서 혁신금융 서비스를 인정받은 업체들이 여럿 있다"며 "빅밸류 수사 결과를 보고 나머지 업체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정평가업계의 반발이 한 업체를 향한 단발성 신고에 그치지 않고 관련 사업자들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 CI. [이미지: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금융위는 현재까지 프롭테크 기업 4곳에 '빅데이터·AI 기반 주택시세 산정서비스'에 대한 혁신금융 서비스 승인을 내줬다. 빅밸류와 공감랩, 4차혁명, 자이랜드가 그 대상이다. 이들은 공공정보 기반의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빌라나 오피스텔 같은 비아파트 담보 대출에서 담보가치를 자동 산정하는 서비스를 내놨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빅밸류에 이어 업체 3곳이 잇따라 고발 당하는 것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업체들의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도 취소될 수 있다. 

금융당국도 곤란해 하는 분위기다. 프롭테크 업계와 감정평가 업계의 갈등이 '타다 사태'처럼 신 산업과 기존 산업 간의 충돌로 확대될 경우 당국으로 불똥이 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신산업 육성과 데이터 거래 활성화를 위해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과 금융분야 데이터거래소 구축에 힘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프롭테크 업체에 데이터 유료 판매를 독려하는가 하면 출시하는 여러 서비스에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서비스를 혁신금융으로 지정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신산업 발굴 시엔 출시 때 발생 가능한 위험요소 등을 파악하기 위해 기존 산업계의 자문을 구하는 일이 통상적이다"며 "이같은 결과가 나온 데에는 확실한 검증작업을 하지 못한 당국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고발 건으로 당황스럽기는 하나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은 국토부에 질의를 한 뒤 회신에 따라 했기 때문에 절차에 문제는 없다"며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가 기존 산업의 손을 들어줄 경우 규정 상으론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취소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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