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덕원(31) 씨는 IT제품을 사기위해 발품보다 주로 '손품'을 판다.

노트북이나 MP3플레이어 같은 전자제품의 경우, 컴퓨터 앞에 앉아서 손품과 시간품을 팔면 같은 물건이라도 오프라인 매장보다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판매자의 말과 분위기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제품을 잘 고를 확률도 높다.

강씨는 주로 가격 비교 사이트, 블로그, 커뮤니티 등에서 제품에 대한 다양한 평을 듣고 어떤 제품을 살 것인지를 판단한다. 물론, 주변 사람들의 조언도 귀담아 듣는다.

물건을 꼼꼼히 살펴보고 사고 싶다면 직접 매장을 방문하지만, 이미 충분한 정보가 머릿속에 있는 상태다. 매장에서 몇가지 확인만 한 뒤 원하는 제품을 최저가로 구매한다. 매장 직원의 달콤한 말에 현혹되는 건 남 얘기다.

강씨와 같은 '똑똑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한 업체 제품만 찾아볼 수 있었던 전자제품 대리점에서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비교해 볼 수 있는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 하이마트 등 대형 유통점 및 양판점으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 데 이은 또 다른 선택권의 진화다.

이들은 단순히 가격을 비교하고 제일 싼 제품을 구매하는 인터넷 쇼핑족 범주를 벗어낫다. 이같은 소비자들은 '트레저 헌터'라고 불린다.

원래 오지에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모험을 하는 '사냥꾼'을 의미하는 트레저 헌터란 말이 '보물'급 제품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발 빠르고 똑똑한 소비자들을 일컫는 말로도 쓰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다양한 사양과 기능을 갖고 있는 변화무쌍한 IT제품을 제대로 사기 위해선 상당한 보물찾기 내공이 필요하다.

트레저 헌터들이 많이 있는 곳은 다름 아닌 IT제품 관련 커뮤니티. 관심 있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알기 위해선 그 제품과 관련된 커뮤니티 만한 곳이 없다.

LG 경제연구원의 박정현 선임연구원은 “SLR클럽, 세티즌, 노트북인사이드 등의 커뮤니티들은 제품의 사용후기는 물론 제품과 관련된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활용 팁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면서 합리적인 구매를 돕고 있다”고 말한다.

박 연구원은 또 “똑똑한 소비자는 기업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광고 메시지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접 상품 정보를 습득하고 품질을 꼼꼼히 확인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커뮤니티 정보 제대로 활용하려면>

1. 실제 사용자가 작성한 구입기나 사용기를 읽어라.

2. 꾸준한 정보습득을 통해서 잘못된 정보를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라.

3. 블로그에서 퍼온 글은 기업의 블로그 마케팅의 일환일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4. 처음 커뮤니티를 방문한다면 커뮤니티를 통해 뭘 얻겠다는 목적성을 가져라.

5. 사용자들의 리뷰를 보면서. 용도를 정하고 그에 맞는 사용법을 익혀라.

6. 커뮤니티에는 포털에서 답하지 못하는 것을 알려주는 숨은 고수들이 있다.

◇커뮤니티 정보 ‘옥석 가리기’가 중요
그렇다면 '똑똑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커뮤니티에 있는 수많은 정보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커뮤니티 관계자들은 구입하고자 하는 제품의 실제 사용기를 위주로 살피고,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가려내는 것이 행복한 IT소비의 기본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태형 노트북인사이드(www.nbinside.com) 팀장은 "커뮤니티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객관성은 있지만 제품 구입에 100% 영향을 준다고 할 수는 없다. 노트북을 구입하기 위해 커뮤니티를 처음 접한다면, 원하는 제품의 정보만을 찾는 것보다 커뮤니티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구입기나 사용기 등 게시판 활동을 통해 실제 사용자에게 정보를 얻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조언한다.

제품에 대한 장단점이나 유의사항, 그리고 구입하려는 제품과 성격이 비슷한 경쟁제품과의 비교를 통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육상목 네비인사이드(www.navinside.com) 운영자는 "신제품 뉴스 게시판, 기본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정보게시판, 체험후기 게시판, 사용후기 게시판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지만 때로는 올바르지 못한 정보가 올라와 소비자들을 현혹시킬 수도 있다"며 "이같은 정보는 곧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 커뮤니티에게 모두 피해를 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 스스로도 다양한 참여를 통해 순간적이고 일회성에 그치는 정보 습득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꾸준한 정보습득을 통해 바람직하지 못한 정보를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티즌(www.cetizen.com) 봉충섭 팀장도 "홍보성 사용기도 많기 때문에 사용기를 100%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사용해 본 사람들이 쓴 글인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

봉 팀장은 이어 "블로그에서 퍼온 글 등은 기업의 블로그 마케팅의 일환일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덧붙였다.

◇"포털에 없어도, 커뮤니티엔 있다!"

PMP의 저장 용량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던 대학생 김지선(23) 양. 남자친구로부터 외장하드를 선물 받고 기뻐했지만, 그것도 잠시, PMP에서 외장하드를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에 봉착했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없었던 김 양은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는 유명 포털에 글을 올린다.

몇 시간 후 올라온 답변에는 외장하드를 포맷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포맷 방법이 사진과 글로 자세히 설명돼 있다. 가르쳐준 대로 따라 했지만 외장하드는 응답이 없었다..

문제는 NTFS와 FAT32로 나뉘어 있는 하드 포맷 방법에 있었다.

PC가 아닌 PMP를 비롯한 모바일기기는 대부분 운영체제의 성능이 PC에 비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윈도XP 등 최신 PC 운영체제에서 지원하는 NTFS를 비롯한 고속 대용량 저장장치 포맷을 지원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PMP 등과 함께 사용할 외장하드는 반드시 FAT32 형식으로 포맷해야 하는데, 윈도 자체에서는 32기가바이트 이상의 공간은 FAT32 형식으로 만들 방법이 없는 것.

그럴 때 외장하드를 FAT32로 간편하게 포맷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관련 커뮤티니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있지만, 일반적인 포털에서는 그것까지 설명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보드나라(www.bodnara.co.kr) 장홍식 운영자는 "지식인 등 포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뭐가 뭔지 모르는 답변이 달리는 경우가 자주 있지만, 전문 커뮤니티에서는 확실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지식사이트에서는 'AS 받으세요', '백신을 설치하세요' 등의 답변이 대부분인 반면, 전문 커뮤니티에선 숨은 고수들이 정확한 답변을 제시해 준다는 것.

◇ 커뮤니티의 과제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주로 활동하고 똑똑해지려는 소비자들이 찾는 커뮤니티지만 아직 한계는 있다. 네이버, 다음 등 대형 포털에 익숙한 일반사용자들의 정보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처음 접하는 소비자를 위한 배려가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특히 전문 커뮤니티 성격상 제품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주로 활동하다 보니 초보자를 위한 배려가 부족한 면도 없지 않다.

스마트폰사용자 커뮤니티 마이미츠(www.mymits.net)의 박정환 운영자는 "처음 커뮤니티사이트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커뮤니티가 태생적으로 회원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틀에 잘 짜여진 정보를 제공하기 쉽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폰의 경우, 올해 들어 이슈가 되면서 커뮤니티 회원도 늘고 질문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지만, 무조건 '무슨 스마트폰이 좋아요?'라는 식의 막막한 질문을 던지기 보다는 목적성이 분명히 담긴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대답하는 이들이 질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쉽게 도와줄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소비자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는 점을 덧붙였다.

특히 스마트폰은 처음 접한 경우 사용하기가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초보자를 위한 강좌 등을 먼저 읽는 등 어느 정도 기초 지식을 갖고 커뮤니티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실제 썼본 사용자들의 리뷰를 보면서. 이 단말기를 어떤 식으로 써야겠다는 식으로 용도를 정하고 그에 맞는 사용법을 익히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박정환 운영자는 조언했다.

보드나라 장흥식 운영자도 "아직은 일반적인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공감했다. 그는 이어 "단순히 제품을 싸게 산다든지, 사진만 찍히는 카메라면 된다는 차원에서 봤을 땐 커뮤니티가 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더 잘 찍고 싶고 MP3를 들으며 동영상도 보고 싶다는 등의 욕심이 있는 소비자라면 커뮤니티가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소비행태에서 벗어나 제품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똑똑한 소비자들과 그들을 만족시키려 애쓰는 기업들. 그들의 양방향 의사소통이 IT제품을 진화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기업도 변화시킨다. 물론 그 혜택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중톱> 커뮤니티에서 인기 있는 제품은?

소비자들이 IT제품을 구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주변사람들의 평가다. 특히 자신과 같은 대다수 일반인들의 공통된 생각에 많은 점수를 준다. 그 대다수의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IT제품 관련 커뮤니티에서 실시하는 설문조사는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에게 좋은 나침반이 돼 준다.

이런 소비자 요구에 발맞춰 각 IT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게시판을 열어 놓고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휴대폰 커뮤니티인 세티즌은 일주일 간격으로 국내에서 선보인 휴대폰에 대한 선호도 랭킹을 매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령대 별로도 나뉘어 있기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소비자는 무슨 제품을 선호하는 지도 알 수 있다.

또 선호하는 휴대폰 브랜드와 통신사 만족도 등의 랭킹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랭킹에 올라간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댓글 형식으로 글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1위를 한 제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노트북인사이드에서도 다양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이 커뮤니티는 'MID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은?' '노트북 무상 AS 기간은 얼마가 적당할까?' '노트북에 기본 탑재됐으면 하는 운영체제는?' 등 다양한 주제로 설문을 실시, 기업들이 소비자의 요구가 뭔지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각종 랭킹 등의 설문조사 결과로 인해 기업에게 항의를 받기도 한다.

세티즌 봉춘섭 팀장은 "제품 점유율 순서대로 게시판의 메뉴 순서를 정했는데, '왜 우리 브랜드가 더 아래에 있느냐'고 따지는 기업도 있고, '자사 브랜드가 노출이 안 돼 있다'며 노출시켜 달라는 전화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말에는 커뮤니티들이 연합해서 2008년 한 해 동안 네티즌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제품들을 선정하기도 했다.

▲PMP 인사이드 ▲노트북인사이드 ▲워크피시 ▲SLR 클럽 ▲시코 ▲보드나라 ▲세티즌 등 7개의 디지털 기기 대표 커뮤니티가 공동 주관해 각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2008 디지털 어워드'를 선정했다.

먼저 PMP 부분에서는 펩피의 1500명 참가자중 35%(525명)의 표를 얻은 ‘빌립 X5’가 1위, 29%(435명)를 얻은 코원의 ‘P5’가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코원 O2가 11%로 3위, ‘빌립 X70’과 ‘TG 삼보 CP-1000’은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노트북인사이드에서 이루어진 노트북 부문 인기 제품으로는 '레노버 싱크패드 X61'이 가장 많은 득표를 얻었으며 2위로는 애플 맥북 에어, 3위로는 'LG 엑스노트 P300'이 차지했다.

카메라 부문은 DSLR 카메라와 콤팩트카메라로 구분해 SLR클럽 회원들의 투표로 베스트 제품을 선정했다. DSLR 카메라의 경우 ‘캐논 EOS 5D MARK II’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으며, 2위는 ‘니콘 D700’, 3위는 ‘소니 ALPHA A 900’이 차지했다. 콤팩트카메라는 ‘파나소닉 루믹스 DMC-LX3’가 1위, 2위로는 ‘캐논 익서스 870IS’, ‘캐논 파워샷 G10이’ 3위로 뒤를 이었다.

'최악의 제품'을 선정해 발표하는 커뮤니티도 있다.

PC정보 커뮤니티 보드나라는 지난 2007년 상반기부터 반기별로 '베스트 제품'과 '워스트 제품'(막장 어워드)을 동시에 선정해 공표하고 있다.

보드나라 장홍식 운영자는 "좋은 제품에 대한 정보 못지 않게 나쁜 제품에 대한 정보도 중요하다"며, "각종 어워드, 랭킹, 리뷰 등 모든 정보는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을 가져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뮤니티가 뽑은 2008 최고의 제품>

 

1위

2위

3위

PMP(펩피)

빌립 X5

코원 P5

코원 O2

노트북(노트북인사이드)

레노버 싱크패드 X61

애플 맥북 에어

LG 엑스노트 P300

DSLR카메라(SLR클럽)

캐논 EOS 5D 마크2

니콘 D700

소니 알파 A900

콤팩트디카(SLR클럽)

파나소닉 루믹스 DMC-LX3

캐논 익서스 870IS

캐논 파워샷 G10

MP3플레이어(시코)

아이팟터치

삼성 옙 - PB2

아이팟스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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