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동에 사는 문설희 양은 노트북을 하나 장만하려 한다. 하지만 대학생인 문 양에게 100만원 가까운 가격은 부담스럽다. 저렴한 넷북도 나왔다지만 성능이 원하는 수준에 못미칠 것 같아 선택에서 제외했다.
결국 노트북을 사기 위해 그녀가 찾은 곳은 노트북 관련 커뮤니티의 중고장터. 이 곳에서 그녀는 고급 사양의 노트북을 넷북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문 양은 "중고장터라고 아주 낡은 제품만 있는 건 아니었다"며 "거의 새 것과 마찬가지의 제품을 중고가로 샀다"고 흐뭇해 했다.

IT제품 관련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면서 이를 통한 중고제품 거래나 공동구매 등도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젊은 층은 제품의 수명이 다하지 않아도 쉽게 실증을 느끼고 새로운 물건을 찾는다.
기업도 물론 민감한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제품들을 속속 출시한다. 소비자가 큰마음 먹고 구입하는 프리미엄 PMP나 MP3플레이어도 1년이 채 되지 않아 다음 버전이 출시되며, 휴대폰의 경우는 하루가 멀다 하고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신제품이 쏟아진다.

하지만 여러가지 현실적인 제약으로 이 모든 제품을 다 갖기란 힘들다. 그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 제품 유통에도 참가하게 되는 것이다. 아는 사람들끼리 제품을 사고 팔던 그들만의 리그에서,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현명한 IT소비자를 위한 더 큰 장터로 발돋움 한 것이다.

<주요 커뮤니티의 중고장터 현황>

 

주요 거래 제품

회원수

하루 게시글

비고

SLR클럽

DSLR카메라, 렌즈, 액세서리 등

100만명

3000건 이상

열흘 정도 활동하면 거래 가능

세티즌

휴대폰

120만명

2000건 이상

 

노트북인사이드

노트북, 넷북

비 회원제

800건 이상

부분 회원제 검토중

펩피

PMP, MP3플레이어

57만명

100건 이상

 


특히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인 SLR클럽은 가장 활발한 중고장터로 알려지고 있다.

카메라의 메카인 남대문에 이어 가장 활발한 카메라 장터가 바로 이 곳이다. 한 마디로 카메라 고수는 모두 SLR클럽 장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곳에서는 새로고침을 할 필요없이 실시간으로 글이 올라오는 실시간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거래가 활발하다는 것. 매일 3000건 이상의 게시글이 올라온다.

여기에는 카메라의 특성도 한 몫 했다. 고가인 카메라렌즈의 특성상 다양한 카메라 렌즈를 사용하기란 경제 여건이 뒷받침 되지 않는 한 힘들기 때문에 렌즈를 구입해서 사용하다가 중고장터를 이용해 되팔고 다른 렌즈를 또 구입하는 것.

SLR클럽의 한 회원은 "예를 들어 50㎜ 화각, 그리고 100㎜ 화각을 가진 렌즈 등을 모두 사서 쓰기는 힘들기 때문에 중고장터를 이용해 사고파는 과정을 통해 내게 맞는 렌즈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휴대폰 커뮤니티인 세티즌과 노트북인사이드 등 다른 커뮤니티도 활발한 중고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세티즌 봉춘섭 팀장은 "지난 3년간 꾸준히 중고장터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트북인사이드는 김태형 팀장도 "우리 사이트에서 가장 활성화된 게시판이 바로 중고장터"라며 "하루에 노트북 카테고리의 '팝니다' 게시판에만 500건 정도의 글이 올라오고 있고, '삽니다' 게시판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700~800건의 글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오픈마켓 보다 좋은 이유는?’
옥션, 지마켓 등 대형 오픈마켓을 두고 소비자들이 커뮤니티 중고장터를 찾는 이유는 뭘까?

중고장터에서 거래를 자주 한다는 SLR클럽의 한 회원은 "커뮤니티 내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기 위험도 적고 카메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팔기 때문에 제품 손상도 적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커뮤니티 내에 있는 소비자들끼리 거래하고 있고, 판매자도 해당 제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믿을만 하다는 인식이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커뮤니티 중고장터에 나오는 제품의 희소성도 중고장터가 오픈마켓보다 더 나은 한 이유가 되고 있다.
보드나라 장흥식 운영자는 "30만원 짜리 메인보드가 오픈마켓에서는 팔리지 않지만 여기서는 못 구해서 난리다"라며 "제품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올리니까 제품의 격도 다르고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레어아이템도 가끔 등장한다"고 말했다.

권재범 펩피 운영자는 "오픈마켓은 여러 가지 제품을 파는 백화점 개념이지만 커뮤니티의 중고장터는 특정 제품에 특화됐기 때문에 많이 찾고, 좋은 제품도 많다"고 말했다.

내비게이션 커뮤니티인 네비인사이드의 중고장터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특히 내비게이션의 경우 자동차 실내에 거치 해두고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중고품이라 하더라도 새 제품과 별 차이가 없는 제품들이 많다. 물론 PMP나 포터블 내비게이션의 경우 제품 외관에 생활흠집 등이 있을 소지는 감안해야 한다.

육상목 네비인사이드 운영자는 "중고품의 경우 많게는 40~50% 정도까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새 제품의 경우도 오픈마켓 보다 많게는 20% 정도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아는 사람끼리 거래한다곤 하지만, 커뮤니티도 대형화 돼서 회원 수만 몇 십 만에서 백만명 이상에 달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불량 거래자가 어디에 숨어서 활동하는 지 알 수 없다는 것.

권재범 펩피 운영자는 "직접 만나서 사고 파는 게 낭패를 보지 않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권 운영자 스스로도 가끔 중고장터를 이용할 때 직거래를 활용한다고 밝힌다.

커뮤니티 가입일을 살펴 본다든지 최근 게시글을 살펴 보면, 의도적인 불량 거래자인지를 손쉽게 알아볼 수 있다. 가입일이 최근이고 다른 게시글이 별로 없으면서 물건을 판매한다면 일단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몇 십 만원을 사기 치려고 몇 년 동안 열심히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된다는 게 커뮤니티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IT 중고장터 활용 '팁'
현명한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장소인 커뮤니티 중고장터. 이 곳에서 물건을 사고 팔 때의 팁과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커뮤니티 이용자들과 운영자들의 조언을 종합해 보면, 우선 내비게이션의 경우는 맵이 중요하다. 네비인사이드 회원인 '슈퍼꾸야'는 "맵을 선택할 땐 각기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저렴하면서도 커뮤니티에서 사용자 층이 잘 형성된 맵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호도가 높지 않은 맵은 정보공유 자체가 어려우니까 배움의 기회 또한 처음부터 제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카메라나 카메라 렌즈를 구입하기 위해 SLR클럽을 찾는 경우는 원하는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 소위 '매복'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SLR클럽은 인원이 많은 만큼 나름대로 ‘법칙’이라는 것이 존재해서, 먼저 댓글을 달지 않으면 예약자2, 예약자3 등 이런 식으로 밀려나기 때문.

이처럼 힘들게 매복을 해서 원하는 카메라나 렌즈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해도 여러 가지 사항을 꼼꼼히 살피는 것은 필수다.

특히 카메라의 경우 외관상 깨끗하더라도 흔들림 보정 장치가 고장 난 경우도 있는 등 외관과 성능에 대한 문제점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중고장터 안전거래를 위한 팁>

1. 직접 만나든지 안전거래를 하라.

2. 무상보증기간을 확인하라.

3. 외관과 성능에 대한 문제점 확인은 필수다.

<중고장터에서 물건 팔 때 좋은 가격 받는 팁>

1. 제품 구매 후 박스와 구매 영수증, 보증서는 꼭 챙겨 놓아라.

2. 파우치를 이용하는 등 제품 관리에 힘써라.

IT제품을 중고로 구입할 경우 제품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직거래를 하는 게 좋다. 커뮤니티는 회원들 간의 거래가 이뤄지도록 장터라는 공간을 제공할 뿐이지 각 거래에 대한 불미스러운 일에는 관여하지도 않고 책임지지도 않는다.

직거래가 부담스럽다면 에스크로 서비스라도 이용하는 게 낫다. 에스크로는 제 3자가 결제대금을 예치하고 있다 거래가 완료됐을 때 구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시스템. 국민은행과 농협 등에서는 개인간 직거래에도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스크로(www.nescro.com)와 같은 전문 사이트도 있다.

전자제품의 경우 무상보증기간이 남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구매 영수증이 없을 경우 제조년월일로 그 기간을 따지게 되는데 판매가자 말한 구입날짜부터 시작해야 할 보증기간이 무의미하게 될 수가 있으므로 구매영수증까지 같이 요청해야한다.

중고장터에서 물건을 좋은 가격에 팔기 위한 간단한 팁도 있다.

보드나라 장흥식 운영자는 "중고장터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사람들은 한 가지 습성이 있다. 제품을 구입하면 박스를 버리지 않는다. 제품을 계속 사용할 게 아니라 되팔 것을 염두해 두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노트북을 사용할 때 항상 파우치에 넣고 다니는 등 제품 관리에도 힘써야한다고 조언한다. 그래야 한 푼이라도 더 받고 팔 수 있고, 물건을 구입하는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다는 설명이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