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칫솔’ 최필식 씨는 한국레노버에서 런칭한 넷북 블로거 간담회에 참석했다. 신제품 발표 기자간담회 이후에 있는 블로거 간담회에 초청받았기 때문. 그는 이 자리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며 회사 관계자들을 당황케 했다는 후문이다.

유명 IT잡지 편집장을 거쳐 현재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최 씨는 이른바 파워블로거. 기업에서 제품을 출시하면 사람들은 그에게서 좋은 리뷰를 듣고자 애쓴다. 그의 날카로운 지적을 담은 리뷰에 소비자들은 더욱 관심을 갖고, 기업도 그의 리뷰와 그 아래 달려 있는 댓글을 앞으로 제품 개발에 반영하려 애쓴다.

최 씨는 “파워 블로거들이 자신의 경험을 살려 글을 썼을 때 그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도 참고할 수 있고, 기업에게도 좋은 피드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와 같은 파워 블로거들은 본인 스스로 소비자이자 기업과 소비자와를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그렇다면 이들 파워블로거의 탄생과 힘의 근원은 뭘까?

제품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 상에서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된다. 유통되는 상황을 살펴보면 몇 년 전 만해도 미디어가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블로거들이 많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IT View Point’란 블로그를 운영하는 서명덕 씨는 “블로거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친구가 얘기해주는 것처럼 글을 쓴다. 이같은 과정에서 인기를 얻게 돼 파워블로거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타블로그인 올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그칵테일 박영욱 대표는 “블로거들이 많아지면서 전문 지식을 갖춘 블로거들도 많이 생겨나게 됐다. 또한 다음 뷰, 네이버 오픈캐스트, 그리고 포털 검색 시 블로거가 따로 검색되는 등 유통 채널이 다양화 된 게 블로그가 힘을 얻게 된 계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초이의 IT휴게실(Choi’s IT Solace)‘을 운영하는 최필식 씨는 “블로거가 힘을 얻은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들의 경험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와 가치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꾸준히 인기를 얻고 힘을 얻는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힘을 얻게 되면 자연스럽게 파워블로거가 돼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들 파워 블로거는 IT소비자들의 소비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IT View Point 운영자 서명덕 씨는 “블로그는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을 쓰는 장소이기 때문에 기존 매체보다 살아있는 정보가 제공되며, 신뢰성도 높다”며 블로그의 영향력에 대해 설명했다.

박영욱(블로그칵테일 대표)씨는 “최근 블로그 마케팅쪽에서 기업이 내놓은 제품에 대해 블로거가 제대로 체험한 후, 설득력 있는 리뷰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위드블로그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다.”며 “이런 서비스가 나타난 이유는 소비자들이 주관적 정보를 믿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로 예를 들면, 옷에 대해 치수, 디자인, 컬러 등이 실제 사진과 수치로 모두 표시돼 있어도 다른 사람이 올린 ‘옷을 사봤는데 색상이 별로 고급스럽지 않아요’란 주관적인 의견에 소비자들은 쉽게 영향 받는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단순히 배너광고가 아니라 블로거와 커뮤니케이션 통해서 스스로 제품에 대해 알려지는 마케팅이 활성화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필식 씨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최근 구입한 LG전자 노트북 ‘엑스노트 X120’의 상판 색이 변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과 관련한 글을 올렸다. 이 문제는 주의사항을 알면 막을 수 있었던 것이지만, LG전자 측에서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 최 씨가 이와 관련한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자, 렸다. 이 후 최씨의 글 아래엔 같은 문제가 발생한 사람, 같은 제품을 샀는데 그런 문제에 대비해야겠다고 다짐하는 사람 등의 다양한 반응이 댓글로 달렸다.

최 씨는 “이 제품을 샀던 사람이나 사려던 사람이 제 글을 보고 주의사항들을 접할 수 있었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제품 구입 전에 주의 사항 등 다양한 이야기를 블로그를 통해서 들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워블로거의 한마디 한마디에 소비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물론 진실한 경험을 담은 글에 한해서.

◇왜곡된 블로그 정보 가려내는 게 필요
블로거가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면서 왜곡된 블로그의 정보로 인한 부작용도 문제시 되고 있다.

일부 업체가 비밀리에 유명 블로거들을 섭외해 제품에 호의적인 글을 쓰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
직접 돈을 건내지는 않지만 신 제품을 주는 등의 호의를 보이며 리뷰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고, 또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렇게 써주고, 리뷰는 몇 차례 정도 올려 달라는 식의 디테일한 주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이러다보니 제품에 문제가 있어도 좋은 점만 부각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인 것처럼 인터넷에 퍼져 이를 통해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이 낭패를 보는 경우도 발생하는 게 문제다.

사당동에 사는 김일권(27) 씨는 "평소에 배터리가 오래가는 제품을 선호해서 제품사양에도 그렇고 블로그에도 사용시간이 30시간이나 된다는 말을 믿고 MP3플레이어를 구입했는데, 실제 사용해 보니까 10시간도 채 안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삼성전자의 경우 블로거들이 기업의 후원을 받고 쓴 글임을 밝히기도 하고, LG전자 역시 이를 권고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는 블로거 개인의 판단에 맡겨져 있어 문제는 여전하다.

파워블로거 서명덕씨는 “소비자는 모든 콘텐츠는 주관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비판하는 정신이 필요하고, 블로거들은 기업에서 리뷰를 댓가로 제품을 줄 경우에 이를 다른 곳에 기부한다든지 하는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워블로거 최필식씨는 돈이나 제품을 받은 블로거가 용역화 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기업입장에서 보면 투자가 있었으니까 그에 따른 결과 얻기를 원한다. 이는 블로그와 기업의 관계를 풀어야 한다”며 “소비자도 리뷰 뿐만 아니라 밑에 달린 다양한 댓글을 읽고 진짜 정보를 가려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로그의 힘은 광고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담에서 나온다. 블로그 마케팅에도 ‘윤리’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인터뷰>블로거, 기업과 소비자간 다리를 놓는다
     블로그 ‘초이의 IT 휴게실’ 운영자 최필식씨

“블로거는 소비자와 기업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합니다. 기업입장에서 직접 소비자들을 모두 대하기는 어렵거든요.”

‘초이의 IT 휴게실‘이란 블로그를 운영중인 파워블로거 최필식 씨는 “기업이 휴대폰 하나를 내놓고 이에 반응하는 모든 고객을 상대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블 로그가 기업의 제품에 대해 좀 더 자세하고 친절하게 말해주는 창구가 된다는 것. 이는 기업에도 좋고 소비자도 좋은 윈윈 게임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윈윈 게임을 위해 기업이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파워 블로거들과 커뮤니케이션을 꾸준히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뭐가 됐든 중요한 것은 블로그의 기본 원칙이다. 개인의 경험과 생각을 다른 사람의 눈치 보는 것 없이 자신의 공간인 블로그에 표현하는 것이다.

“매체가 단순히 짧게 제품을 소개하는 것 보다 블로거들은 오래 살펴보고 구석구석 사진을 찍고 재밋게 제품 이야기를 합니다. 또한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블로거들에 의한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게 되죠”

리뷰 자체 뿐 아니라 그 리뷰를 다시 리뷰하는 짧은 댓글들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최 씨는 조언한다.

“신제품에 관한 정보나 자신이 구입하려는 제품의 정보를 파악하려고 블로그에 오신다면 되도록 댓글이 많이 달린 글을 참고할 것을 권합니다. 댓글을 통해 또 다른 경험들을 접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내용을 얻어갈 수 있으니까요.”

관련 제품에 대한 다양한 블로그의 글을 읽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최 씨는 “마케팅 회사가 한정된 블로그만 갖고 체험단 등의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어제 노트북 리뷰를 썼던 블로거가 다음날 화장품 리뷰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며 “뭔가 부족한 부분은 다른 블로거의 글로 채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블로그를 참고할 때의 팁을 전했다. 보통 기업에서 체험단 하면 체험단 마크가 들어간다는 것.

“기업 체험단에 참여해서 쓴 글이란 것을 인식하고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그들이 항상 좋은 말만 해주는 것은 아닐 지라도 다소 균형 감각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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