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달은 기업과 소비자 관계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소비자는 G마켓, 옥션 등 온라인 오픈마켓과 다나와, 에누리닷컴 등 가격비교사이트의 등장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 발품을 팔지 않고도 제품 및 가격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앉은 자리에서 원하는 제품을 싼 가격으로 주문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실제 사용한 사람들의 의견도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미리 접할 수 있게 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블로그가 확산되면서 제품이나 서비스 또는 기업 브랜드 자체에 대한 홍보 및 마케팅의 방법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블로그 운영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어떠한 사실이나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기업, 혹은 해당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거침없이 내뱉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블로그를 끌어 안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MP3플레이어 ‘옙’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블로거 40~50명을 초청, 제품의 주요 개발 컨셉트와 개발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를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휴대폰 등 다른 제품의 경우도 마찬가지. 회사 입장에선 물론 모든 블로거가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면만을 쓰지는 않겠지만 블로거 개개인을 챙기는 진솔한 태도로 인해 적대적인 블로거의 출현을 막는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LG전자의 경우도, 신제품 출시 기자 간담회와 함께 2부에 블로거 간담회를 개최, 블로거들을 미디어로 ‘대우’해준다. 최근 아레나폰 신제품 발표회나 LED TV신제품 발표회, 그리고 P510노트북 신제품 발표회에도 모두 관련 블로거들을 초청했다.

한국레노버도 최근 국내에 넷북을 처음으로 출시하면서 기자간담회 이후에 블로거간담회를 열었다. 초대된 20~30명의 블로거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 회사 관계자를 당황하게 하기도 했지만, 이처럼 블로거들과 직접 대화를 하는 게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준다고 회사 측은 말하고 있다.

생활 가전 업계는 와이프로거(Wifelogger)에도 주목하고 있다. 와이프로거는 와이프(Wife)와 블로거(Blogger)의 합성어. 30~40대의 프로 주부이자 블로그를 통해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들을 일컫는다. 와이프로거의 콘텐츠는 세탁기나 냉장고 등 생활 가전 용품에 대한 구매 결정력을 가진 주부를 대상으로 하기에 기업 입장에선 마케팅 창구로써 가치가 매우 크다.

업계 관계자는 “와이프로거들의 콘텐츠 제작 능력이 수준급인 데다 대부분 포털 사이트에 블로그가 개설돼 있어 검색 광고 효과도 높다”며 “특히 평가가 아닌 활용 위주의 포스트여서 큰 위험 부담 없이 제품을 노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제품 관련 블로그를 직접 개설해 고객과 대화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LG전자의 ‘엑스캔버스 TV 블로그’는 LG전자는 블로그를 통해 엑스캔버스에 적용된 각종 TV 기술과 활용법, 신제품 정보 등을 알리고 있다. 삼성전자도 자사의 애니콜 커뮤니티 내에 햅틱, 아몰레드 등 각 제품별로 블로그를 개설, 고객의 참여와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LG전자 정희연 차장은 “기업들이 개설하는 블로그는 정보 제공은 물론, 한편 소비자와 기업의 눈높이를 맞추고 이 과정에서 신뢰를 쌓는 도구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기업, 블로그로 소비자와 대화한다
기업들은 이제 블로거를 찾아다니며 의사소통하거나 제품 관련 블로그를 개설, 소비자에게 정보를 주는 것을 넘어서서 기업 스스로 블로그를 개설하기 시작했다. 소비재와 식음료 관련 기업은 풀무원과 미스터피자가 대표적이고, IT 관련 기업도 LG전자ㆍSK텔레콤ㆍ소니ㆍ올림푸스 등 다수다.

이 가운데 지난 3월 오픈한 LG전자의 공식 기업 블로그인 ‘더블로그’는 블로거들과 친구되는 방법을 아는 블로그라는 평을 듣고 있다. 더블로그를 이끄는 LG전자 홍보실 정희연 차장은 이미 개인 홈페이지를 7년여간 운영했을 정도로 온라인 공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었다. 이를 통해 그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기업 블로그를 개인 블로그처럼 말랑말랑한 곳으로 만들었다.

7명의 블로그 필진의 실명을 모두 공개하고 댓글 대화에 캐릭터를 부여하는 등 고객이 누구와 대화하고 있는지 밝히려고 노력했다. 필진도 실제로 블로그 운영 경험이 있는 내부 직원을 선정했고, 일반 검색에서 찾을 수 없는 전문적이며 흥미로운 글들을 꾸준히 포스팅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또한 다른 기업블로그에서 쉽게 채택하지 못하는 댓글 등록제와 100% 댓글 대응 원칙을 세웠다. 대부분 기업블로그가 스팸 댓글이나 부정적 댓글에 대한 우려로 댓글 승인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블로그의 장점 중 하나는 고객 인사이트를 공짜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고객 인사이트를 발굴하기 위해선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고 돈도 든다. 하지만 이같은 고객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 LG전자 정희연 차장은 “피실험자의 입장에 서면 뭔가 말을 해야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억지스런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지만, 블로그 등의 소셜 미디어에서는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자기 경험을 스스로 이야기 한다. 고객의 의견을 공짜로 들을 수 있는 툴인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실제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휴대폰 사운드를 직접 디자인하는 LG전자 직원이 더블로그에 휴대폰 벨소리와 관련된 글을 올렸더니, 쏟아져 들어온 댓글들은 대부분 모닝콜에 대한 이야기였다. 실제 소비자는 벨소리 중 모닝콜에 관심이 많다는 것.

이에 LG전자는 모닝콜 벨소리에 대해 다시 포스팅 하고, 미공개 모닝콜 벨소리를 포함시켜 투표를 실시해 결정된 벨소리를 실제 휴대폰에 반영했다. 정 차장은 “이처럼 소비자와 블로그 댓글을 통해 활발한 대화를 해 나가는 것이 기업의 발전에도 좋다”며 “더블로그는 임직원의 경험, 주관적 견해 등 사적인 느낌의 글을 소프트하게 스토리를 담아서 쓰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편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댓글에서 소비자가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을 잘 듣고 직접 대응함으로써 고객들이 ‘이 기업이 내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는구나’라는 마음으로 호감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대부분 기업 자체에 대한 불만 보다 어떤 부분에 대한 불만으로 글을 남기지만 반응이 없다면 안티로 변할 수 있다는 것. 반면 ‘내가 그래도 누군가 대화하고 있구나’란 생각을 갖게 해주면 기업에 호의적인 방향으로 돌아선다는 설명이다.

정 차장은 “소비자들이 불만을 이야기하면 관련 부서에 이야기해서 고치게 하는 등의 선순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공적인 기업 블로그 운영을 위한 열 가지 지침>
1. 듣기부터 시작한다
2. 블로그를 위한 목표를 세운다
3. 투자수익률을 세운다
4. 계획을 수립한다
5. 리허설을 한다
6. 편집 과정을 개발한다
7. 블로그와 회사 홈페이지와의 상호 연관성을 설계한다
8. 블로그 홍보 계획을 수립하라
9. 블로그는 글쓰기 이상의 활동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10.속이지 말라


◇트위터... 기업과 소비자의 새로운 연결 통로인가?

트위터가 화제가 되고 있다. 트위터가 뭔지는 몰라도 한번 쯤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정도로 트위터는 국내에서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트위터는‘새의 지저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일종의 인터넷 단문 메시지 송수신서비스로, 사용자들끼리 서로의 일상과 생각 등을 140자 이내의 문자로 주고받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사용자가 자신의 아이디를 이용해 트위터에 단문으로 업데이트하면 이 사용자의 팔로어(Follower)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를 받아 보는 방식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싸이월드의 1촌처럼, 개인 사용자의 근황을 알기 위해 연결돼 있는 수많은 1촌들의 집단으로 구성된 트위터는 사소한 개인의 사생활에서부터 지구촌 반대편 나라에서 일어나는 분쟁소식과 같은 최신 뉴스까지 빠르게 전파된다.

요컨대 트위터는 메신저의 실시간 채팅 기능과 휴대폰 문자 메시지, 그리고 싸이월드와 같은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의 기능이 결합된 21세기형 소셜 미디어인 셈이다.

언뜻 생각해보면 중요하지 않은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가득할 것 같지만,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트위터를 이용해 선거 운동원들과 연락을 취하며 적극적인 선거유세를 펼친 것으로 유명해진 이후, 마케팅 전문가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 트위터 사용자의 대부분은 휴대폰이나 무선인터넷 등의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트위터에 접속한다.
흔히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s)으로 불리는 이들 소비자 집단은 휴대폰·PDA·노트북 등으로 무장하고 장소를 막론하고 어느 곳에서나 무선 인터넷 등의 디지털 기기를 통해 각종 정보를 얻고 이렇게 얻어진 정보를 다른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한다.

트위터를 통한 성공적 마케팅 사례도 나오고 있다. 미국 LA지역에서 실직한 한인 주방장이 시작한 이동식 타코(Taco) 체인점인 코기(Kogi)가 바로 그 것. 매 시간 코기의 마케팅 담당자가 코기의 이동식 판매차량이 다음에 이동할 장소를 미리 고객들에게 트위터를 통해 공지하면 고객들이 미리 정해진 장소에서 코기의 이동식 판매 차량을 기다리는 방식의 독특한 영업방식을 채택했다.

이렇게 기존의 고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퍼져나가기 시작한 코기의 인기는 트위터 네트워크 밖에 있는 소비자들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돼 매번 코기의 이동식 판매차량이 세워진 곳에는 수백명의 인파가 몰리고 있다고 한다.

IT기업 중 트위터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는 미국 컴퓨터 회사인 델을 꼽는다. 2007년 초창기에 일찌감치 트위터 마케팅에 뛰어든 델은 트위터를 통해 매일 신제품 정보에서부터 시작해, 트위터 사용자 전용 할인쿠폰에 이르기까지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하면서 일찌감치 1만5000명이 넘는 ‘고정팬’을 확보했다.

이후 지난 2008년 12월 이들 트위터 고정팬들에게 델의 온라인 할인매장(Dell Outlet)에서 최고 20%까지 싸게 컴퓨터를 구입할 수 있는 할인쿠폰을 나누어 준 결과, 보다 많은 수의 새로운 고정팬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3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5월 트위터 공식 계정을 개설한 SK텔레콤은 이를 통해 공익관련 콘텐츠, 시의성 있는 기업경영활동 등을 소개하는 동시에 고객들의 관심사항에도 실시간으로 답변하고 있다. KT 역시 '올레 경영'에 대해 설명하고 각종 공모전 및 이벤트를 알리는 공간으로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치밀한 사전조사와 구체적인 마케팅 전략 없이 무작정 트위터에 발 디딜 경우 자칫 기업의 이미지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도 있다. LG전자 기업블로그를 이끄는 정희연 차장은 “블로그는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아야 할 필요성이 없지만 트위터는 실시간 대응이 중요하다. 30명이 말을 걸면 대응할 수 있지만, 3000명을 대응하기란 힘들다”는 말로 트위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선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블로그나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를 기업 마케팅 툴이 아니라 기업 자산으로 봐야한다.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와의 신뢰형성과 진솔한 대화를 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타블로그인 올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그칵테일 박영욱 대표는 “트위터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진 사용자의 수 등 여러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발전 가능성은 크며, 트위터로 인해 스마트폰 등 국내 모바일 산업도 한층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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