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석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학사, 한국과학기술원 산업공학과 석사, 미국 U.C버클리 경영대학 박사. 데이터베이스/데이터모델링, CRM, 모바일/유비쿼터스, 정보화평가 등이 전공이며, 삼성그룹 정보화평가와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 DB품질가이드 수립, SK텔레콤 NGM 자문 등 중요한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이며 한국ITA학회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프로슈머로 불리우는 최근의 소비자들은 이러한 기업의 전략적 노력을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제품의 개발, 생산 프로세스의 개발, 마케팅 메시지의 개발 등에서 소비자와의 상호작용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게 되었다.

“살아 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지금까지 기업의 경영전략은 이러한 명제에 의해 규정돼 왔다. 즉, 더 많은 수익과 더 큰 영향력을 얻는 것을 직접적인 목표로  전략을 구사해왔던 것이다. 경쟁우위 확보를 핵심으로 하는 기업의 전략적 포지셔닝 개념은 ‘기업이 생존하기에 더 좋은 환경’이 있고 이러한 시장을 더 빨리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적 사고에 근거하고 있다. 

이후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갖기 위해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내부 자원의 경쟁능력을 강화하는 방식의 생존전략이 확산되었다. 새로운 가치 창출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경영전략은 기업의 입장에서 시장을 해석하고 가치를 창출하여 전략적 경쟁우위를 선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슈머로 불리우는 최근의 소비자들은 이러한 기업의 전략적 노력을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제품의 개발, 생산 프로세스의 개발, 마케팅 메시지의 개발 등에서 소비자와의 상호작용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게 되었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매체들로 무장하고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가치를 공동 창출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이 가치창출을 주도하는 경우에는 제품과 서비스가 가치를 전달하는 근간이 되었고, 소비자는 회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소모하는 수요자에 불과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가치사슬과 내부 프로세스의 효율을 높여 기술, 제품, 프로세스의 혁신에 노력하면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고 경쟁 우위를 점유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공급사슬과 수요관리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인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그러나 기업과 소비자가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 소비자는 기업과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 공동의 경험을 통해 가치를 얻게 된다. 예를 들어 과거의 병원에서는 의사가 이러저러한 검사를 지시하면 환자는 어쩔 수 없이 검사를 받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 환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병원, 의료기 업체, 한방병원, 대체 의료기관 등 여러가지 의료 서비스를 병행 사용하면서 새로운 치료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그러한 경험을 인터넷과 웹 2.0으로 구축된 사회 연결망(Social Network)을 통해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와 더 나아가 공급자 및 잠재 시장 진입자를 포함한 새로운 전략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렇게 구축한 경험 네트워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기업이 전혀 새로운 가치와 생존능력을 갖게 된다.

엔터프라이즈 2.0은 이미 시작됐다

사회 연결망과 웹2.0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GE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을 보면 소비자 네트워크를 넘어 공급자, 잠재 진입자 및 협력업체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기업 네트워크를 통해 시장 지배력과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른바 매시업(Mash-Up) 서비스와 오픈 API를 통해 구글이 수많은 다른 기업들의 비즈니스 기반을 제공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패권영역을 구축해가는 것은 이미 웹2.0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GE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일찍부터 기업 생태계(Enterprise Ecosystem)라 부르는 기업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여기에 투자하고 있는 것은 의외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공진화(Co-evolution, 共進化)라 부르는 인접시장 확대 전략은 기업의 핵심가치를 기반으로 주변의 유사시장에 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종합적인 제품 및 서비스의 가치를 창출하여 새로운 영역으로 기존 시장을 확장하는 것이다.

공진화란 공생관계에 있는 2종의 생물 양쪽이 서로 이익을 얻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의류는 조류와 균류가 공생에서 나아가 합체까지 한 것으로, 서로 상대방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상리 공생 관계는 긴 진화 과정에서 서로 적응한 결과인데 이와 같은 진화를 공진화라 하며, 충매화와 곤충의 관계는 대표적이다.

20세기 후반 이후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혁신 및 이로 인한 다양한 서비스의 등장,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들의 사회 전반적인 확산은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정보통신서비스의 진화 흐름 속에서 가장 특징적인 현상은 융합화(convergence)이다.

융합시대에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정보통신서비스들이 기술·사용자·제도 각각의 진화과정 및 상호간의 공진화를 통한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융합화의 구체적인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혁신시스템의 발전에 있어 주위의 다양한 시스템들이 영향을 미치는 동태적인 과정도 일종의 공진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어감에 따라 거대 기업이 출현하고 웹2.0을 통한 새로운 인터넷을 통해 기존의 인터넷 사회가 다양하게 분화되고 통합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사회 연결망(Social Network)을 기업의 내부와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거 제품과 서비스 중심의 가치창출은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가치 네트워크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기업의 경영전략은 포지셔닝과 핵심역량 강화를 넘어 적극적인 네트워크 관리와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이러한 가치창출 기반의 전략수립과 실행을 위해서는 전략의 실행을 위한 정보기술을 뛰어넘어 ‘정보기술을 통한 전략의 수립’을 전제해야 한다. 엔터프라이즈2.0은 IT 기술이 주도하여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새로운 형태의 가상 기업(Virtual Enterprise)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IT TODAY 2007년 9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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