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 앨빈 토플러, 돈 탭스코트.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세계 석학들이다. 이들이 저술한 책들은 나오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다. 국내 많은 경영자들도 이들의 책을 찾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만큼 경영 측면에서 볼 때 이들의 영향력은 무척 크다. 이들의 사상이 담겨 있는 저서를 보면 지금 이 세상은 한마디로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2.0 정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엔터프라이즈2.0이라는 용어자체가 생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 녹아 있는 사상만은 세계 석학들이 내세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놀랍다.

정보기술(IT)의 패러다임을 갖고 토론하다보면 종종 발생하는 오해가 있다. 그 중 가장 큰 오해는 IT는 IT로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IT는 경영을 지원하는 도구에 불과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경험상 볼 때 경영진이 오히려 이러한 생각을 더 갖고 있었던 것 같다.

IT는 IT 부서나 IT 담당임원이 고민할 것이지, 경영의 큰 틀 속에서는 핵심이 될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IT가 경영지원을 위한 툴이라는 이미지 속에서 굳혀진 것이기도 하거니와 사실상 틀린 말은 아니다. IT가 그 이상을 넘어가려 해도 시각에 따라서는 오히려 경영을 망칠수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상황은 크게 바뀌고 있다. IT가 지원 솔루션임에는 틀림없지만 경영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 몇천억원씩 IT에 투자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갈수록 IT는 경영과 친숙해지려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제 IT 업계의 새로운 화두를 갖고 토론을 할 때도 경영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게 만든다. 당장 올해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던 IT거버넌스와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만 봐도 그렇다. 

거버넌스라는 큰 틀안에서 IT를 통제해야 한다는 개념의 IT거버넌스는 IT만의 일이 절대 아니다. SOA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의 가장 큰 지향점인 실시간기업(RTE)를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단순히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문화와 프로세스와 접목해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것을 보자. IT의 화두를 경영진이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2.0, 기업에 파고 든다 

최근 업계에서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엔터프라이즈2.0’은 경영진이 꼭 알아야 할 개념이다. 이미 이는 웹2.0에서도 충분히 검토가 끝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버즈워드라고 격을 낮추려는 노력도 있었지만 결국 대세는 웹2.0을 하나의 문화, 사회 트렌드로 인정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인기였다. 

당장 기업들의 전략에서만 봐도 그렇다. 삼성이 2.0 경영을 거론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세계적인 PC업체인 델은 아예 델 2.0이라는 기업전략까지 내놓았을 정도다. 기존 프로세스를 최근 현황에 맞게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엔터프라이즈2.0은 그런 측면에서 더더욱 기업의 가치창출과 혁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업 내부 혹은 외부 직원간, 조직간의 참여 공유, 개방을 해야 한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향후 미래 경제를 이끌어 갈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엔터프라이즈2.0은 무엇보다 세계 석학들의 사상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미 타계한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에서부터 최근 방한했던 앨빈 토플러도 이에 포함된다. <디지털경제>라는 책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던 돈 탭스코트 교수도 최근 저서에서 엔터프라이즈2.0의 필요성과 투자 이유를 밝혔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경영철학에서도 엔터프라이즈2.0의 중요성은 잘 나타난다. 앨빈 토플러는 최근 방한 기간 동안에도 자신의 저서 <부의 미래(Revolutionaly Wealth)>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건네고 갔다.

세계 석학의 사상과 2.0의 연관성 

우선 앨빈 토플러가 주장하는 제3물결을 이해하다보면 지식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엔터프라이즈2.0을 그냥 흘러버릴 수가 없다. 제 3물결의 부 창출시스템은 서비스를 하고, 생각하고 아는 것. 경험하는 것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이는 주로 키우는(growing)것을 부 창출시스템으로 갖는 제 1물결, 만드는 것(making)을 기반으로 하는 제 2물결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결과적으로 제3물결의 핵심은 정보 창출과 지식공유가 핵심인데, 이는 엔터프라이즈2.0의 기본 철학과도 맞아 떨어진다. 

앨빈 토플러가 주장한 것 중에서 엔터프라이즈2.0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바로 프로슈머(Prosumer)이다. 프로슈머는 토플러 박사가 <제3물결>에서 판매나 교환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사용이나 만족을 위해 제품, 서비스 또는 경험을 생산하는 이들을 가리켜 만든 신조어다. 이러한 프로슈머들이 스스로 생산하면서 동시에 소비하는 행위를 프로슈밍(Prosuming)이라고 한다. 

제3물결 출간 당시만 해도 프로슈머는 생소한 용어였으나 이제는 경제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축으로 자리잡았다. 이 프로슈머는 어떻게 양성될까. 또 이들을 기업 프로세스와 어떻게 연결시켜줄 것인가. 이는 웹2.0의 기본 정신을 기반으로 한 엔터프라이즈2.0이 진행될 때 폭발적인 반을을 가져올 수 있다.  

토플러 박사는 부의 혁명을 촉발시키는 3가지 핵심 원동력으로 시간, 공간, 지식을 꼽았다. 기업내부의 협업이 이뤄지게 되면 이 모든 3가지 핵심요소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의 기업이 갖춰야 할 덕목은 이미 결정난 셈이다.  

엔터프라이즈2.0의 중요성을 더욱 직접적으로 설파한 것은 <위키노믹스>를 출간한 돈 탭스코트 교수다. 그는 지난 6월 미국에서 개최한 엔터프라이즈2.0 세미나에서 기조 연설자로 나서 공개, 참여, 개방의 정신을 강조했을 만큼 엔터프라이즈2.0에 대한 관심이 높다. 물론 그가 엔터프라이즈2.0이라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대부분의 내용은 엔터프라이즈2.0 광의의 개념과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탭스코트 교수는 <위키피디아>에서 계급이나 지배보다는 커뮤니티, 협업, 자체조직화를 바탕으로 새롭고 강력한 생산모델이 태동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사원들은 회사의 경계를 넘어 동등계층과 협업함으로써 작업능률을 높이고, 실제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장을 ‘위키 일터’라고 규정 짓는 것은 엔터프라이즈2.0의 핵심과 맞물린다.

돈 탭스코트의 조언은 더욱 생생하다. 혁신과 성공을 이루고 싶으면 모든 리더의 수첩과 메모장에는 ‘대규모 협업’이라는 말이 적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산편성, 연구개발, 기획만큼이나 중요한 필수 능력이 자체 조직화된 파트너들의 집합을 활용해, 관계를 맺고 공동생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의 연구개발 과정에 대해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내 프로젝트와 내적인 자질개발이 첫 번째이고, 새로운 지적재산과 인재를 활용하기 위한 외부시장 참여의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 회사의 주요정보를 공개해 금광을 발견한 골드코프의 챌린지 콘테스트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R&D 부서가 된 세계’, 돈 탭스코트가 바라보는 지금의 현실이다. 엔터프라이즈2.0이 왜 필요한지 이보다 더 명확한 답을 주는 말이 있을까.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21세기 기업들은 레고 월드에서 경쟁한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하스 에더사임이 피터 드러커가 타계하기 2년 전부터 줄곧 그의 경영사상을 듣고 최근 출간한 저서 <피터 드러커, 마지막 통찰>이라는 책에서도 시대의 흐름은 개방, 참여의 세상으로 바뀌고 있음을 역설한다. 

마지막 통찰이라는 책을 보면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는 내외부를 가르던 벽이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고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해 아예 다른 산업분야 전문가를 모으기도 하고, 경쟁기업들과도 과감한 제휴를 맺기도 한다는 것. 

피터 드러커는 소외된 기업은 소멸한다면서 조직 내부와 외부 사이뿐 아니라 회사 내 가장 유능한 사람들과 부분들을 신속하게 공동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엔터프라이즈2.0이라는 용어가 버즈워드일수도 있다. 앤드류 맥아피라는 대학교수가 먼저 주창한 것이기는 하지만, 공급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다소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웹2.0이 기존 인터넷 거품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급업체가 앞에서 인터넷이 최고라고 사용자를 이끄려 했던 2000년대 초기의 인터넷 거품과 웹2.0은 분명하게 구별된다. 사용자가 먼저 참여하고 개방하는 웹2.0이 적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엔터프라이즈2.0 역시 마찬가지다. 용어 자체로만 보면 한 순간 떠돌고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오히려 논의만 돼다 다른 용어로 대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 안에 녹아 있는 사상과 기술만은 앞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필수조건이 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금처럼 일부 기술 용어로 국한해 IT 관계자들이나 떠드는 말로 치부해버리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업이 생존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결국 경영진, 즉 C레벨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엔터프라이즈2.0이라는 용어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내재돼 있는 참여, 공유, 개방의 정신을 살릴 수 있는 기업 인프라를 갖추는 데는 주저하지 말았으면 한다. 피터 드러커의 말을 잊지말자. “혁신은 명시적으로 추진되고, 또 최고경영층에게서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이병희 기자 shake@ittoday.co.kr

[IT TODAY 2007년 9월호 게재]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