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고객 참여를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하며, 고객 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장 진출이 가능한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고객들이 단순히 제품만이 아닌, 제품을 통한 새로운 경험을 하고 또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세스를 고객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2007년 상반기 IT 화제의 하나로 애플의 아이폰 광풍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가격이 저렴한 것도, 기능이 뛰어난 것도 아닌 아이폰이 미국을 휩쓸고 있다. 이는 지난 아이팟의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 아이팟도 기능이 뛰어나거나 가격이 저렴하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처럼 이제 고객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좋은 기능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러한 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객들은 아이팟와 아이폰을 소유한다는 경험 자체를 원하고, 또 아이팟와 아이폰이 그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가 돼 준다는 점이 중요하다.

고객은 제품의 가치를 제품 자체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이미지와 제품을 통한 새로운 경험 그리고 그러한 경험의 공유에서 찾고 있다. 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의 품질과 비용을 주로 고려했던 과거의 프로세스를 고객의 요구에 맞게 바꾸고 변화시켜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기업 생태계 관점의 메가 프로세스로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들은 점점 더 글로벌화되고 있으며 과거와는 달리 다른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상호작용해야 한다. 특히 인터넷의 발전에 힘입어 등장한 오픈 이노베이션과 크라우드소싱 등 새로운 협력체계는 과거 기업 내부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던 프로세스를 완전히 바꾸도록 강요하고 있다.

P&G는 ‘Connect+Develop’라는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으로 상품화 기간을 평균 3~4년에서 1~2년으로 단축했으며 매출대비 R&D 투자비를 2000년 4.8%에서 2005년에는 3.4%로 낮출 수 있었다. P&G는 이러한 목표를 위해 이노센티브닷컴(www.innocentive.com), 나인시그마 등 전문 기술 중개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의 기업은 기업 내부뿐만이 아니라 기업 외부의 여러 가지 환경 요인 즉 기업 생태계 관점의 메가 프로세스를 고려하고 자사의 프로세스에 이러한 프로세스를 담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완벽한 투명화 확보해야

인터넷의 발전과 웹2.0의 등장으로 전통적인 기업들과 소비자 사이의 정보 불균형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나아가 정보 공개 및 제공에 적극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제 기업들은 더 이상 가격, 비용, 마진율 등을 감출 수 없게 됐다. 고객들이 제품과 기술 그리고 비즈니스 시스템, 서비스 등에 대해 정보를 얻기가 쉬워지면서 기업들은 단순한 회계 투명성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새로운 차원의 완벽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치창출 고려한 프로세스 변경

전통적으로 기업들은 기업 내부에 중심을 둔 1.0 프로세스에서 기업 내-외부의 연계를 중시하는 2.0 프로세스로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기업들은 파레토의 법칙에 의거해 시장 주류 고객층의 요구에 대응하는 제품을 우선시해왔다. 

또한 이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들을 내부화하고 자사의 독자적인 역량을 활용하여 가치를 독점하고자 했다. 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고 했으며 이러한 구조 속에서 부서간 또는 업무간 실시간 의사 소통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았고 업무간 조직간 철저한 분업으로 기업 내부의 역량만을 중시했다. 또 소수의 고객보다는 규모가 큰 고객군을 대상으로 공급자적 관점의 일방향적 정보전달에 중심을 둬왔다.

그러나 이제 기업은 기업 내부의 프로세스를 통한 가치 창출이 아닌, 기업 외부로부터의 혁신을 통한 가치 창출을 고려하는 프로세스로 변경돼야 한다.이를 위해 기업은 고객 참여를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하며, 고객 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장 진출이 가능한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고객들이 단순히 제품만이 아닌, 제품을 통한 새로운 경험을 하고 또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세스를 고객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프로세스는 더 이상 기업 내부에 있는 블랙박스가 아니라 기업 외부에 공개된 화이트박스형 프로세스가 돼야 한다. 이제부터 간략하게 2.0 기업의 변화된 프로세스를 살펴보자.

제품 디자인과 R&D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연구개발과 디자인은 더 이상 기업 고유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고객들이 얻는 가치는 기업과 고객의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에게 맞춤화된 제품과 서비스, 디자인을 통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의 경험을 디자인하고 고객이 직접 제품의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세스로 기존 디자인과 R&D 프로세스가 바뀌어야 한다.

소비자 참여형 티셔츠 제작회사인 쓰레드레스(Threadless)는 기존 티셔츠 제작 방식을 소비자 참여형으로 완전히 바꾸어 기획/생산 프로세스를 단축한 사례이다. 쓰레드레스는 고객들이 생산 수량과 디자인, 색상 등을 모두 결정하게 했다. 이에 따라 쓰레드레스는 기획에서 수요량 예측과 트렌드 등을 고민하고 조사하지 않아도 됐으며 생산전문 업체와의 연계를 통해 제작을 아웃소싱하는 방식으로 효율적인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다.

이처럼 기획/개발 단계에서 고객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변화가 필요하다. 즉, 소비자와 기업이 동등한 문제 해결자임을 인식하고 이들 사이에 단일한 인터페이스를 구축해 고객-기업간 실시간 상호 의견 교환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마케팅, 영업 그리고 서비스

전통적으로 소비자는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동적인 수요 행위자를 의미했다. 하지만 지금의 소비자들은 기업의 가치창출에 대해 자신이 원하는 방식에 근거해 관계를 맺을 기업을 선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입지가 강화됐다. 따라서 기업은 마케팅, 영업 및 서비스에 소비자의 참여를 적극 유도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소비자 커뮤니티와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델 컴퓨터의 델아이디어스톰(www.dellideastorm.net)이나 스튜디오델(www.studiodell.com)이 좋은 예라 하겠다. 델아이디어스톰은 델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소비자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스튜디오델은 UCC 제작/공유 공간으로 고객이 참여하여 델의 마케팅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다.이같이 고객이 직접 참여하고 고객 커뮤니티에 기업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 것이 2.0의 특징이라고 하겠다.

제조, 물류, 공급사슬 프로세스

2.0 프로세스의 또 다른 특징은 기업의 고유 영역이며, 대량 생산을 위해 필수적으로 여겨졌던 제조, 물류, 공급 사슬까지도 고객의 참여를 바탕으로 변경된다는 점이다. 80 대 20 법칙으로 더 잘 알려진 파레토의 법칙에 기반, 기업은 대량 생산을 위해 공급자와 물류 그리고 제조 등의 고정적인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고객의 참여를 바탕으로 고객의 요구와 필요에 맞게 제조, 물류, 공급망 전체가 변경돼야 하며 주문에 따라 생산하고 규모를 신축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구조, 선별적으로 역량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구조로 제조, 물류, 공급 사슬 프로세스를 재정립해야 한다.

고객 접점 채널 연구

기업들은 다양한 고객과의 접점이 될 수 있는 채널을 꾸준히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기존 기업들은 원가 절감을 이유로 저비용 채널로 고객을 이동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는 적지 않은 위험 부담을 안고 있는 작업이다. 

가령 불만이 있어 회사로 전화를 걸어온 고객을 ARS의 차가운 기계음으로만 대응, 결국 분통을 터뜨린 고객이 이 회사의 고객군에서 탈락하는 것은 물론 강력한 안티 세력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비용 채널에만 의지하다가는 다양한 고객과 공감하고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온/오프라인으로 구별되던 채널을 좀 더 세분화하고 새로운 기술과 역량을 개발해 더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과 교류하고 또 이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가격 책정과 회계 및 과금

지금까지 전통적인 회의와 계산 방식을 통해 결정되던 가격 구조와 과금 프로세스를 앞서 살펴본 2.0의 유연한 프로세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먼저 단일화되고 획일화된 가격을 보다 적응력이 뛰어나고 역동적이며 변화에 능동적인 가격 책정 방식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소비자들은 자기에게 필요하지 않은 기능에 비용을 지출하는 것을 낭비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불만을 제어하고 조율해줄 수 있는 유연한 가격책정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 또 소비자의 참여로 변화된 프로세스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개인 맞춤화되고 융·복합화에 대응하기 위한 마이크로 과금 프로세스 또한 필수적이다.

1.0 기업 프로세스와의 차이
지금까지 2.0 기업 프로세스의 여러가지 특징들을 살펴보았다면 지금부터는 1.0 기업의 프로세스와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가장 큰 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1.0 기업의 프로세스가 기업 중심이며, 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내부 역량과 내부 자원을 조절했다면, 2.0 기업의 프로세스는 더 이상 기업의 내부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고 고객과 파트너를 기업의 프로세스에 참여시키는 더 큰 하나의 네트워크로 표현되는 점이다.

두 번째 차이는 제품 중심의 프로세스에서 제품을 통한 고객의 경험 중심 프로세스로 변경되었다는 것이다. 기업의 모든 내부 프로세스와 내·외부를 연결하는 프로세스가 이제 더 이상 제품 위주가 아닌, 고객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변경될 수 있는 구조의 프로세스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프로세스는 기업이 생긴 이래 꾸준히 변화하고 발전해왔다. 하지만 요즘처럼 큰 변화를 이야기하거나 다룬 적은 없었다. 지금의 프로세스 변화는 고객을 소비의 대상으로 보는 과거의 수동적 관점에서 벗어나 고객을 참여의 대상인 능동적 관점으로 보는 관점의 큰 전환을 의미한다. 이처럼 변화된 프로세스 속에서 이제 고객은 자연스럽게 기업 활동에 참여하고 또 그들의 경험을 기업의 프로세스에 녹여내어 지속적인 프로세스의 변화와 이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윤성규 기자 sky@ittoday.co.kr

[IT TODAY 2007년 9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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