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강력해진 개인, 이들 개인이 만들어내는 작고 다양한 사회로 인해 기업들은 더욱 복잡해지고 컨트롤하기 어려운, 수많은 변수가 상호작용하는 환경에 놓이게 됐다. 기업이 이렇게 변화무쌍한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을 관리하려 노력하는 움직임이 웹2.0 기술을 통해 여러 시스템과 접근 방식을 만들어냈다. 그러한 접근 방식의 총화를 우리는 엔터프라이즈2.0이라 부른다.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살아가려 한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합리적인 인간, 즉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은 오늘날 기업 운영의 근본이 되는 경제이론의 기본 가정이다. 모든 사람들이 더 좋은 제품을 더 싼 값에 사려하고 이들이 내린 판단이 객관적으로 가장 합리적이라는 가정이 현실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더 싸고 더 좋은 제품을 더 쉽게 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경우에는 전통적인 경제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곤 한다. 그 가장 중요한 동기는 ‘자신만의 만족감’을 찾으려는 것이다.

다원화된 사회와 개인중심 문화의 확대

위키피디아(http://www.wikipedia.org)라는 인터넷 백과사전은 자신만의 지식을 찾고, 그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의지를 가진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짧은 시간 안에 풍부하고 정확한 지식의 보고로 성장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지혜와 경험이 모인 위키피디아가 전세계 석학들의 지식을 집대성한 브리태니커라는 전통의 명품을 무너뜨리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왜 일하는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런 물음에 대한 답변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엄청나게 달라진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 사회의 세대간 갈등이 점점 심해지는 것도 어쩌면 살아가는 근본 이유가 너무 달라진 때문인지도 모른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왜 일하는가를 물었을 경우 그 답변은 자아실현이나 경제적 이유 등 비교적 단순하고 의미가 명확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무엇보다 열정과 재미를 느끼는 방법이 너무 달라졌다.

근로자들은 더 이상 회사에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다. 포춘지가 선정한 100대 기업 중 상당수가 고용인(Employee)이라는 말 대신 동료(Associate)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20세기 초반부터 지금까지 근로자의 역할은 기업에 대한 순종이었고, 기업의 역할은 시장에 대한 순응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와서 IT를 비롯한 기술의 발전은 전통적 경제이론에 변화를 가져왔다. 시장은 글로벌화됐고,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제품은 대개 비슷해져 자신만의 차별성을 갖기 어렵게 됐다. 고객들 역시 상품과 서비스의 선택에서 양과 질의 비교보다는 고도의 신뢰도와 맞춤형 기능, 그리고 자신만의 독자적 경험을 요구하게 됐다.

기술과 시장, 고객의 이런 변화는 전통적인 근로자-기업 관계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근로자의 기계적인 복종보다는 자발적인 헌신과 분권화된 의사결정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자발성에 기초한 종업원(또는 동료)들의 창의적 노력이 없이는 변화된 시장에서 기업들이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다원화됐고 더욱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게 됐다. 기업들이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더 나은 사고력과 헌신이 필요해진 것이다.

지금까지 종업원의 복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외적 보상(extrinsic reward) 즉, 경제적 보상이 매우 효과적이었다. 그렇지만 타율에 의해 복종시키는 것과 자발적인 헌신을 이끌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형제처럼 친근한 직장 동료들이 똘똘 뭉쳐서 기술력이 뛰어난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를 만들어낸 사례들이 적지 않다.

순종의 시대에서 자기경영의 시대로

이들은 창업 초기에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도 즐겁고 행복하게 열정을 다해 회사를 키우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형제애를 능가하는 동료애로 뭉쳤던 사람들이 정작 회사가 코스닥에 등록하고 돈이 들어오게 되면 기껏 몇 푼 보상을 덜 받았다고 피땀 흘려 가꾼 기업을 떠나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사람들은 단순한 경제적 가치를 넘어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더 이상 기업의 생산방식에 순종하는 개인이 아니라 스스로를 경영하는 자기경영(Self Management)의 시대가 된 것이다. 이미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돈을 넘어 자기행복을 위해 일한다. 또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위해 더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남을 돕기도 하고 함께 모여 새로운 것을 만들기도 한다.

기업의 고객이면서 또한 종업원이고 파트너이기도 한 개인은 기업과 관리자가 겪어야 할 가장 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사람들은 분화돼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한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경영하는 독립적인 존재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들만의 작은 사회를 이뤄가려 노력한다. 기업들은 수 많은 마케팅 기법과 고객관계관리 노력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사람들은 전통적인 기업의 관료적 접근을 외면하는 상황이다.

소비자의 사고방식과 기업의 사고방식

디지털 카메라의 예를 살펴보자. 디지털 카메라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은 놀라운 기술적 발달을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이 필요 없다. 따라서 소비자는 필름을 구입하거나 현상하기 위해 가게에 들를 필요가 없을뿐더러 사진을 찍자마자 결과물을 직접 확인해볼 수도 있다.

원치 않는 사진을 삭제할 수도 있고 좋은 사진을 골라 편집할 수도 있으며, 집에서 사진을 출력하거나 인터넷에서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디지털 카메라에서 느끼는 가치는 제품 자체보다도 실제로 이러한 경험을 얼마나 쉽고 직관적으로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새로 구입한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해변으로 갔던 아기 엄마가 PC에 사진을 다운로드하고 매뉴얼을 보느라 밤새 씨름하게 된다면, 디지털 카메라 회사는 자신의 제품과 관련해 오히려 매우 부정적인 경험을 창출하는 셈이 된다. 이 엄마는 가능하면 이런 경험을 한 후에는 가급적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는 경험의 질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들이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가치를 결정하고 이를 경험하려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노력한다. 기업은 이제 물리적인 제품의 속성에 얽매이지 않고, 소비자의 이런 가치 실현 욕구에 한 걸음 더 다가가야 한다.

참여·공유·개방의 새로운 경험 환경 등장

근로자로서 개인은 순종적이지 않다. 자신들만의 가치를 찾아 일하고 싶어하고, 직관적이고 즐거워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움직인다. 소비자로서 개인은 기업이 정한 일방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수준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과 가격은 기업마다 큰 차이를 갖기 어려워 더 이상 소비자 구매활동 의사결정의 핵심 변수가 아니다. 때문에 개인들은 새로운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 자신들의 방식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이런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가치추구의 세분화와 생활방식의 복잡도는 사람들이 새로운 사회를 추구하게 만들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작은 사회에 속하고 싶어한다. 더 많은 포럼과 더 많은 소규모 모임이 생겨나고,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어울리며 살아간다. 짧은 시간에 성장한 블로그, UCC 등 웹2.0 기술들을 통해 스스로를 열고 어떤 사회에 속하려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이 새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것은 사회적 잠재 복잡성의 증가에 따른 위험 회피와 안전추구의 욕구, 그리고 자신을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수용의 욕구 등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자신을 개방하고 새로운 사회에 참여하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를 원한다.

웹2.0과 인터넷 기술은 이런 개인들의 욕구가 기업경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핵심 요인이 되게 만들었다. 과거 기업 중심의 가치 창출에서 개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험환경과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소규모 사회 즉 소비자 커뮤니티가 생산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소비자로서의 개인이든 근로자로서의 개인이든 과거에 비해 개인들은 더 많은 권력을 갖게 됐고 더 다양하게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게 됐다. 때문에 기업들은 자신들이 만든 합리적인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의 가정 위에서 구축해왔던, 경쟁 위주의 경영시스템을 폐기해야 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더욱 강력해진 개인, 이들 개인이 만들어내는 작고 다양한 사회로 인해 기업들은 더욱 복잡해지고 컨트롤하기 어려운, 수많은 변수가 상호작용하는 환경에 놓이게 됐다.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고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기업이 이렇게 변화무쌍한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을 관리하려 노력하는 움직임이 웹2.0 기술을 통해 여러 시스템과 접근 방식을 만들어냈고 그러한 접근 방식의 총화를 우리는 엔터프라이즈2.0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성현희 기자 ssung@ittoday.co.kr

[IT TODAY 2007년 9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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