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웹컨설팅 전문 업체인 트레이스존의 대표이사. 블로그, 커뮤니티, 포털 등 웹 서비스 컨설턴트로써 IT 전문 블로그 이구아수(i-guacu.com)를 운영하고 있다. ‘웹 사용성 중심의 웹 사이트 제작론’ 등의 저서를 발간했다.

C레벨의 솔선수범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엔터프라이즈2.0에서 언급되는 시스템이나 서비스, 솔루션 대부분이 기업 임직원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특별한 인센티브가 임직원의 자발성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오히려 개인적인 ‘재미’, ‘흥미로움’, ‘모험심’, ‘자긍심’, ‘브랜딩’과 같은 일견 반조직적인 모티브가 필요하다. 

자유롭게 일상을 기록할 수 있고, 그 기록 자체가 기업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증명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제어하고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솔선수범하여 예제를 만들어 갈 때 기업 블로그는 각 기업의 특성에 맞게 재정의 될 수 있고 급증하는 임직원의 콘텐츠라는 큰 대가를 돌려받을 수 있다. 그 중심에 C레벨의 솔선수범이 있다.

엔터프라이즈2.0은 정형, 무정형의 변화를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정형화된 변화는 새로운 지식 경영의 도구를 받아들이거나 외부 도메인(domain)과 내부 인프라(infra)를 결합시키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그리고 조직의 변화에 대한 것이다. 

반면 무정형의 변화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일반적으로 ‘기업 문화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의 문화 변화는 각 기업의 사업 특징이라는 환경에 의해 객관적으로 변화하는 측면이 있고 경영자와 기업 구성원의 자발성에 의해 변화하는 주관적 측면이 있다. 엔터프라이즈2.0에 대비하는 기업은 이 두 가지 측면 중 특히 후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기업 블로그

최근 몇 년 사이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뉴미디어의 대표주자인 ‘블로그(Blog)’에 대한 기업의 대처 방법은 엔터프라이즈2.0에 대한 기업의 문화적 변화가 어떠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 블로그가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던 2003년 초반에 블로그와 기업에 대한 대부분의 기사는 매우 부정적인 것이었다. 당시 항공사에 근무하는 직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사진 때문에 기업으로부터 해고를 당했다거나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허심탄회하게 적은 글 때문에 고소를 당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또 2004년 후반에는 국내 모 신문사의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특정 방송사의 아나운서에 대한 원색적 표현을 쓰는 바람에 두 언론사 간 공방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초반부터 웹2.0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업계 전반에서 시작되며 블로그는 좀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엔터프라이즈2.0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된 것도 이 시점이었다.

지난 4년 사이 여러 기업의 경영자와 실무 담당자를 만났을 때 블로그에 대한 질문은 극적으로 변화했다. 최초 질문은 “정말 블로그라는 것이 계속 존재할까요?”였고, 그 다음 질문은 “블로그를 우리 회사에서 도입하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였으며 최근의 질문은 “블로그를 도입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다. 

문제는 이런 질문을 한 기업 관계자들 중 실제로 블로그를 경험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과 기업 임직원들에게 왜 회사에서 제공하는 블로그 시스템을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갖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는 점이다. 대개의 경우 막연하게 엔터프라이즈2.0이라는 것에 대해 염려하고 있었고 그 대안으로 블로그라는 시스템을 기업에 적용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변화는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것에 대해 기업 스스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판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욱 문제는 기업 경영자도 이해할 정도로 쉽게 배포되고 있던 웹2.0이라는 개념을 일선 실무자들이 해결하기 위한 경험적 축적이 미미했다는 점이다. 마치 위대한 승리 전략을 제시한 장군과 말 머리를 어디로 돌려야 할 지 알지 못하는 병사의 관계와 같은 것이었다.

문제는 도입 아닌 활성화

최근 한 대기업의 전산 담당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곧 기업에 블로그 시스템을 도입할 생각입니다. 향후 KMS나 ERP시스템과 연계하여 임직원들의 지식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라며 기업 내부의 블로그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질문했다. 

또 기존에 포털 네이버의 지식in과 같은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참여율이 저조하여 실제로 실패와 다를 바 없는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전산 담당자는 블로그 시스템 도입에 대한 경영진의 요구를 따르고 싶었고 그것을 구현할 수 있었지만 정작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C레벨의 솔선수범 과제 

엔터프라이즈2.0을 도입하려는 대부분의 회사가 겪는 어려움이 바로 이런 것이다.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어렵진 않지만 그것을 활성화하는 것은 과거 어떤 일보다도 어렵기 때문이다. 강제로 사용하게 만들 수 없고, 그렇다고 인센티브 제도나 이벤트를 통한 기업 내부 블로그 활성화는 이미 유사한 실패 사례가 있기 때문에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엔터프라이즈2.0이라는 변화는 기업의 본질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때문에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드시 받아 들여야 하는 변화가 아니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선택권이 기업 임직원 개인에게 있다. 따라서 자칫 실수한다면 엔터프라이즈2.0을 위해 도입한 소프트웨어는 셀프웨어(shelfware, 구입한 후 선반 위에 놓고 다시는 사용하지 않는 소프트웨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한 공기업은 4만명에 달하는 임직원이 사용하는 기업 인트라넷에 블로그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지만 정작 그 기업의 이사 이상의 임원들은 단 한 명도 블로그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개의 기업은 이런 경우 전형적인 ‘핑계의 도미노 현상’이 작동한다. 

비록 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이사가 사용하지 않으니 전무는 사용하지 않을 핑계가 생기고 전무가 사용하지 않으니 사장이 사용하지 않을 핑계가 생긴다. 이런 핑계의 도미노는 가속도가 붙어 전 회사로 확대되고 결국 새롭게 도입한 블로그 시스템은 매우 신속하게 무가치한 것으로 변화된다.

‘de facto standard’

C레벨의 솔선수범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엔터프라이즈2.0에서 언급되는 시스템이나 서비스, 솔루션 대부분이 기업 임직원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C레벨에 해당하는 임직원이 최소 6개월 이상 집중적으로 기업 블로그에 자신의 일상에 대한 글쓰기를 했을 때 문서화된 기업 블로그 규칙이 없더라도 내부적인 경험에 의한 합의로 기업 블로그의 규칙이 생성된다. 일종의 de facto standard(문서화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모두가 인정하는 표준)가 생성되는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이사급 이상의 임원을 위한 블로그 컨셉을 잡는 카운셀링이 필요할 수도 있다. 대개의 경영진은 글을 쓰고 참여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글을 쓸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글을 쓰고 그것을 읽는 사람을 관리하는 요령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존 기업의 경영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재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열린 생태계의 기업 관문

엔터프라이즈2.0을 도입하는 것 혹은 엔터프라이즈2.0 자체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기업이 가진 유형, 무형의 자산을 외부와 연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 이것을 인트라넷과 엑스트라넷으로 구분하기도 했지만 진화한 웹(WWW)에서 이런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실제로 수  많은 기업 구성원이 회사 생활에서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여 검색을 하고 유용한 자료를 습득한다. 심지어 모 대기업의 임원은 자사 관련 뉴스를 찾기 위해 비서진의 뉴스 클리핑 자료보다 포털의 뉴스 검색을 먼저 이용하기도 한다. 

기업 내부의 자산 기반이 얼마나 많이 쌓여 있는가에 관계없이 ‘실제로’ 기업 구성원들은 기업 외부의 네트워크와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다. 더구나 이 공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여 개별 웹 사이트로 접근하고 다시 다른 커뮤니티로 접근하여 기업을 위한 정보를 습득한다. 이것을 열린 생태계(Open-Sphere)라고 부르고 있다. 엔터프라이즈2.0은 기업 입장에서 외부의 열린 생태계로 연결하는 기업의 관문에 대한 이야기다. 

기업 임직원이 외부에서 수집한 정보를 다시 기업 내부로 환원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럴만한 가치를 부여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구성원의 기업에 대한 사랑과 애정 그리고 믿음이라는 매우 고전적이며 전통적인 기업의 가치에 대한 질문일지 모른다.

[IT TODAY 2007년 9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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