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위상이 단순히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실제 비즈니스와 함께 연동하는 단계까지 왔다.  그럼에도 IT를 담당하는 부서의 위상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바 없으니 더욱 문제다.

우리나라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미국이나 유럽, 일본 선진 기업에 비해 상당히 빠르게 도입하는 편이다. 새로운 IT에 아주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국내 기업 컴퓨팅 환경은 테스트베드로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의 해외 전략회의에서도 국내 기업들의 사례가 종종 소개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전 세계적으로 신제품이 출시되기도 전에 우리나라 기업에 적용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심지어는 차기 신제품이 발표되기도 전에 제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프로젝트 자체가 여러 달 지연되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몇몇 은행과 모 통신회사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서였다. 

국내 기업들의 IT 도입 경향에 대해서 찬반양론이 있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최신 IT 개념과 기술, 그리고 제품을 경쟁기업보다 먼저 도입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반면 반대 입장에서는 지난 10여년간 수많은 IT 관련 프로젝트들에 진행했는데 투자대비 효과(ROI)를 거뒀느냐는 지적이다. 상황이야 어찌됐든 국내 기업들이 신기술 혹은 신제품 도입에 비교적 인색하지 않은 것은 사실인 듯하다. 

새로운 IT 개념과 기술, 그리고 제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은 앞 다퉈 IT를 도입했고 운용해 오고 있다. 그런데 유독 우려스러울 정도로 느리게 도입되고 있는 것이 있다. 반드시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공감하면서 말이다. 다름 아닌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다.
SOA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전문가는 SOA 도입이 다른 나라에 비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정신이 번쩍 드는 진단을 내렸다. 

“지금까지 새로운 IT들은 현업 요구를 효율적이고 빠르게 처리해주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IT 담당부서가 현업의 요구 사항을 들어 처리하는 하향식(Top Down) 방식의 일들이었지요.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이 유행처럼 도입한 기술들 중 IT 담당부서에서 제안해 현업으로 전파시킨 상향식(Bottom Up) 방식의 것은 거의 없습니다. 있다손 치더라도 몇몇 좋은 사례 외에는 거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는 IT 담당부서의 비즈니스 리더십이 약한 결과입니다. IT부서의 비즈니스 리더십이 강해져야 SOA 기반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전문가는 SOA 도입 성공의 전제 조건을 기술에서 찾지 않고 조직의 위상과 기업 문화에서 찾고 있었다. 그는 SOA 도입 검토시 IT부서와 최고정보책임자(CIO)의 비즈니스 리더십이 어느 정도인지 냉철하게 분석해봐야 한다고 조언을 한다. 

심지어는 비즈니스 리더십이 적다면 SOA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진단도 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SOA 도입 사례가 많은데 유독 우리나라에서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 IT 담당 부서의 리더십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사실 IT 담당부서의 위상 문제가 거론됐던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IT 위상이 단순히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실제 비즈니스와 함께 연동하는 단계까지 왔다. 그럼에도 IT를 담당하는 부서의 위상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바 없으니 더욱 문제다.
SOA 도입을 둘러싼 현 상황을 보면서 이제는 IT 담당부서 뿐만 아니라 CIO의 역할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야 할 때다. 

단순히 SOA를 도입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업 경쟁력 제고차원에서 IT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는데 담당자들의 위상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노력이 선행돼야 하겠지만 IT 담당자들의 변화도 필요하다.
윤성규 기자  sky@ittoday.co.kr

[IT TODAY 2007년 창간호(6월) 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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