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소프트웨어(SW) 분리발주가 중대 고비를 맞았다.
제2정부통합전산센터는 5월 초 정부기관 중 처음으로 SW업계의 염원인 SW 분리발주를 시행했다. 하지만 SW 업계가 성공적인 SW 분리발주의 기쁨에 들뜨기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래서인지 SW업계는 제2정부통합전산센터의 성공적인 SW분리발주에도 표정이 밝지 않다.

SW업계는 일단 한고비를 넘었다는 분위기지만, 처음 행정자치부의 SW 분리발주 결정 당시에 비해 매우 신중해졌다. SW 분리발주가 시행만 되면 SW업계가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실상 달라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제2정부통합전산센터는 SW 분리발주 시행이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지만, 동시에 SW업계에 풀어야 할 적지 않은 숙제를 남겼다. 차별화를 위해 기술평가 90%까지 높였지만, 업체 간 가격경쟁은 여전했다. 범위와 대상 선정기준도 자의적이었다. 

반대 세력의 불만은 여전하다. IT서비스업계는 지금은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대놓고 반대를 못하지만, 언제 자세가 돌변할지 모를 일이다. IT서비스업계는 “SW 분리발주에 앞서 최저 입찰제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물론 이면에는 갑(IT서비스)-을(SW)관계가 수평적 협력 관계로 바뀌는 것을 꺼리는 것도 있을 것이다. 

발주처도 심기가 편치 않다. 지금처럼 통합발주하면 IT서비스업체만 잘 선정하면 되는데, SW 분리발주는 업무 증가를 가져올 게 뻔하다. 시스템 장애시 책임소재도 불분명하고 인력도 부족하다. 변화가 싫은 것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SW 분리발주의 영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정권이 바뀌면 SW 분리발주가 유야무야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W 분리발주가 역대 정권 중 SW 산업 육성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노무현 정권의 정책적 의지에서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대선까지 6개월여 남았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뀔 것이다. 다음 정권이 이번 정권처럼 SW 산업을 육성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 정권의 속성상 전 정부의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지는 않는다. 공식대로라면 다음 정권은 성장 동력으로 새로운 산업을 찾을 것이다. SW 분리발주 사장론에는 이런 논리가 깔려 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면 SW 분리발주를 시급히 정착시키지 않으면 그대로 사장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올해가 그의 생명력을 결정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에 후퇴하면 SW 분리발주를 포함한 모든 SW 육성 정책은 사문화할 수 있다. SW 분리발주는 기회이지만 위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실은 절박하다.
전문가들은 SW 분리발주 제도화가 가장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법적 구속력을 갖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SW 업체 CEO들은 “지금처럼 가이드라인과 발주자 자율 의지에만 맡겨 선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분리발주 제도 정착을 위한 근본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강제성을 띤 법령이나 최소 고시 수준의 제도를 만들어야 SW 분리발주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SW 분리발주 대상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선 어떤 분야가 SW 분리발주 대상인지 정확하지 않다. 발주처로선 헷갈릴 수밖에 없다. 사실 SW전문가가 아닌 발주처 공무원들이 SW 분리발주 대상을 정확하게 알아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정보통신부가 SW 분리발주 가이드라인에 분리발주 가능한 SW리스트를 제시했으나, 구체적인 제품명 등 보다 자세한 정보가 요구된다. 

굿소프트웨어(GS) 인증기관이나 한국SW산업협회와 협력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발주처가 프로젝트를 발주하면 무엇을 분리발주하고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하는지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SW 분리발주 반대 세력에도 당근을 줘야 한다. 가령 IT서비스업체에는 SW 분리발주 금액의 10% 가량을 시스템통합(SI) 비용으로 제공한다면, IT서비스업체들이 굳이 SW 분리발주를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발주처에는 전문 인력을 확충해 SW 분리발주에 따른 업무 부담을 줄여주면 될 것이다. 물론 이들 모두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정책 의지와 실행에 달려있다.     

하지만 공은 여전히 SW업계가 쥐고 있다. SW 분리발주를 법적으로 제도화하고 발주처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다 해도 SW 품질이 떨어지면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간다. SW 분리발주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국산 SW는 품질이 떨어진다’는 발주처의 인식이다. 이런 인식은 SW업계가 만들었다. 사실 지금도 외산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세계적인 SW업체인 오라클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SW 분리발주가 별도로 필요없다. IT서비스업체들이 먼저 찾아와 함께 들어가자고 한다. 무엇 때문일까. 핵심은 품질이다. 성능이 뛰어나고 레퍼런스가 많으니까 자연스럽게 찾게 된다. 국내 SW업계도 그래야 한다. 그러면 SW 분리발주는 지금의 통합발주처럼 자연스러운 관행이 될 것이다.
성현희 기자  ssung@ittoday.co.kr

[IT TODAY 2007년 창간호(6월) 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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