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이었던가요. 영화배우 배용준씨가 일본 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야말로 난리가 났던 일 말이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40대 이상의 중년 여성들이 많았던 사실이 의외였습니다. 단순히 문화 차이 정도려니 그렇게 이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것을 보고 ‘우리나라도 곧 있으면 똑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더군요.

일본이 우리에 비해 10년 이상 빠르다는 점(물론 그 격차가 좁혀지고 있지만)을 감안했을 때 얼마 안 있어 우리 중년 여성들도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기 위해 공항에서 줄을 서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오해는 말았으면 합니다. 계층과 성별에 상관없이 당연히 그럴수도 있는 일이지만 아직 국내 문화상 익숙하지 않다는 것 뿐입니다.

설득력이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닌 듯합니다. 이제 주위를 둘러보면 ‘몸짱’, ‘얼짱’이라 불리는 20대 남성 배우들을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30대~40대 여성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누나 부대’입니다.

굳이 IT와 상관없는 소재부터 꺼낸 이유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말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는 어찌됐든 일본이 우리보다는 조금 빠르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고, 우리는 좋든 싫든 일정정도 따라가고 있는 현실 말입니다.

요즘 한창 이슈인 개발자 처우 문제를 꺼내볼까 합니다. 개발 업무가 3D로 불린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공개적으로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 심상치 않습니다.

일본은 어떨까요. 일본에 오래 머물고 있는 지인들의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이미 일본에서는 개발업무가 3D로 치부돼 신규인력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인력을 자꾸 소싱하는 이유가 바로 그러한 현실 때문이라는 얘기죠.

다른 모든 것이 일본을 따라가는 상황이라면 개발자의 미래도 다르지는 않을 것 같ㅅ흡니다. 우리나라 인력은 자꾸 해외로 나갈 것이고, 우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적은 해외 인력을 불러오게 되겠죠. 어쩌면 개발 업무 자체를 해외로 돌리는 경우가 더욱 빈번해질 것은 자명합니다. 이른바 개발의 총체적인 액소더스 현상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쯤 되면 정말 총체적으로 점검에 들어가야 합니다. 앞으로 결말이 뻔한 드라마를 보는데 핵심을 비켜, 서로의 잘못만을 들춰낼 때가 아닙니다. 하도급 관행에서부터 정말 핵심적인 문제들이 많습니다. 선진적인 프로세스와 선진적인 개발문화를 만들 각오로 살 속까지 파고 든 고름을 없애야 합니다.

“젊은 층이 없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개발인력의 중심층이 20대였는데, 이제는 30대로 올라왔습니다. 십년 후면 40대가 주력층이 되겠죠. 지금 개발자 문제 해결하지 않으면 국내 개발력은 명맥을 잇지 못합니다.” 10년 경력의 개발자가 울분하며 건넨 말입니다.

이제 “SI, 네가 문제야”라고 솔직히 털어놓을때가 아닐까요. 개발자, 정부, 업체간의 논쟁을 들여다보면 자꾸 겉으로만 돌고 있는 듯합니다. 우리는 해답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병희 기자 shake@it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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