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북’의 대명사처럼 따라다니던 인텔 ’아톰 프로세서’의 지배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인텔은 지난 1분기 넷북용 프로세서 ’아톰’ 및 관련 칩셋 매출이 2억1900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27% 감소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기관들은 같은 기간 아톰 프로세서 판매량도 전분기 대비 33% 하락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텔측은 아톰 프로세서의 판매 급감에 대해 "넷북업체들이 재고를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주변상황을 살펴보면 아톰 프로세서의 판매 상황이 그리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AMD, 비아, ARM 등이 미니 노트북 시장에서 ’넷북(미니노트북)=아톰’이라는 공식을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

◇AMD, 비아, ARM 등 본격 공세로 아톰 입지 약화

AMD는 지난 1월 아톰 프로세서 사용 PC보다 그래픽 성능을 강화한 ‘유콘’ 플랫폼을 발표했다.

한국HP는 지난 3월부터 이를 탑재한 12인치 노트북 ‘dv2’ 판매에 들어갔고, MSI도 늦으면 연말에 AMD 유콘 플랫폼 기반의 초슬림 노트북을 선보인다.

아톰이 인터넷과 간단한 업무용 프로그램, HD급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데 비해, AMD 유콘 플랫폼은 강화된 그래픽 성능과 유연한 시스템 구성을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유콘 탑재 PC는 사진 및 동영상 편집 지원, 풀HD급 동영상 재생 등 기존 듀얼코어 노트북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대부분이 구동된다.

AMD코리아 김재민 상무는 “넷북이 말 그대로 한 두시간 사용하는 서브노트북이라면 ‘유콘’ 플랫폼 PC는 주 업무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동성이 보장된 미니 노트북”이라며 “넷북 시장보다는 넷북과 고가 프리미엄 노트북의 사이를 공략하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비아도 ‘나노’ 프로세서를 내놓고 타도 ’아톰’을 외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판매가 시작된 삼성전자의 NC20은 나노 프로세서를 탑재했고 12.1인치 디스플레이에 해상도는 1280×740이다. 비아측은 아톰보다 그래픽 성능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휴대폰·MP3 등 모바일 칩 분야에서 잘 알려진 ARM도 인텔에 도전장을 냈다. 올해 안에 자사 칩이 탑재된 미니노트북 제품 6~10종이 출시될 예정이며, 조만간 출시될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미니노트북인 ’알파 680’에 ARM 칩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

그 동안 휴대폰 프로세서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해 왔던 ARM이 미니노트북 프로세서 시장에 본격 발을 들여놓으면서 인텔 입장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된 상황이다.

특히 인텔 아톰 기반 넷북이 300~500달러임에 비해, ARM 칩 기반 미니노트북은 200달러대가 될 것으로 예상돼 가격경쟁력에서 인텔을 압도한다.

시장조사기관 인포메이션 네트워크는 ARM 칩 기반 넷북이 2012년까지 5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 발표한 바 있다.

◇국내서도 아톰 지배력 약화 조짐

국내 시장에도 인텔 아톰 프로세서의 지배력이 서서히 약해 지고 있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 관계자는 "휴대성이 더욱 커진 ’범용 초슬림 노트북’이나 HP 미니2140처럼 1366x768의 고해상도를 가진 특이한 미니 노트북이 나와 넷북 시장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1024x600와 아톰 프로세서라는 넷북 도그마가 깨진 이상,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이런 변종 노트북들이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1024×600 해상도와 아톰 CPU를 탑재한 넷북이 아닌 미니노트북이 전체 노트북PC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월 6.1%를 기록했지만, 4월엔 9.2%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텔 아톰CPU를 탑재한 넷북 비중이 16.82%에서 17.4%로 증가한 것보다 훨씬 빠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는 것.

이같은 악재 속에서 과연 인텔이 스스로 만든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할 지 주목된다. 

송영록 기자 syr@it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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