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유료방송 시장의 새 강자 IPTV(인터넷 기반 TV)가 2017년에도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다. IPTV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이었던 방송‧모바일 결합 상품을 이제 케이블TV도 출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사업자간 인수합병(M&A) 논의도 활발할 전망이다. 정부 정책이 M&A에 친화적인 기조로 바뀌었고, IPTV를 소유한 이동통신사도 케이블TV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조기 대선 가능성도 M&A에 긍정적인 영향일 미칠 것으로 보인다.

IPTV 성장세 지속될까

최근 유료방송 시장의 승자는 IPTV였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IPTV는 가입자 수 증가와 광고 수입 증가 등으로 매출 1조9천88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28.3% 증가했다.

반면 케이블TV는 경쟁 심화로 인한 수신료 수입 감소로 매출이 전년 대비 3.7% 하락한 2조2천590억원을 기록했다. IPTV와 케이블TV간 매출 차이는 3천502억원으로 좁혀졌다.

가입자 수 또한 IPTV의 성장세가 두드려졌다. IPTV 가입자는 전년 대비 17.5% 증가한 1천136만명을 기록했다. 반면 SO의 가입자는 같은 기간 88만명(-6.0%) 줄어든 1천373만명이었다.

이러한 추세는 2016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미래부의 ‘2016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케이블TV업계는 점유율 1위였지만 가입자 수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작년 상반기 기준 케이블TV의 가입자 수는 2015년 하반기보다 2만6천90명 감소했다. 이에 비해 IPTV 가입자는 86만명 순증했다. 유료방송 전체 순증 가입자가 87만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다수(99.2%)가 IPTV를 선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IPTV는 케이블TV에 비해 유료방송 시장의 후발주자이지만 방송과 초고속인터넷에 모바일을 묶은 결합상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전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IPTV의 매서운 성장세는 올해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케이블TV 또한 모바일을 결합한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3일 SK텔레콤과 케이블TV 업계는 동등결합 상품인 ‘온가족케이블플랜(가칭)’ 출시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2월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로써 케이블TV가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아직 모바일을 결합한 상품이 출시되기 전이어서 예단하기 어렵지만 IPTV 측과 동등한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보다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사업자간 인수합병(M&A) 논의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료방송 시장, 화두는 ‘M&A’

지난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 소식은 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특히 인수합병을 둘러싼 사업자별 입장 차가 극명하게 갈려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결국 작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불허했다. 1위 사업자의 시장지배력이 과도하게 높아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유료방송 시장의 인수합병 필요성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후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마련했다. 유료방송 산업의 성장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동일서비스, 동일 규제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주요 방안이다.

인수합병 시 주요 요건인 케이블TV 사업권역 문제를 중장기적으로 재논의하는 방안이 담겼으나 사실상 폐지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위성방송이 케이블TV 지분을 최대 33%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규제도 폐지하기로 했다. 즉 스카이라이프라는 위성방송사를 소유한 KT가 SO를 인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정부의 전반적인 정책 기조가 유료방송 사업자간 인수합병으로 새롭게 판을 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 셈이다.

IPTV를 소유한 이동통신사 또한 M&A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IPTV 사업자가 MSO(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인수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인수합병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딜라이브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의 실패를 겪은 SK텔레콤은 M&A의 경험이 많은 박정호 전 SK(주) C&C 사장을 사령탑으로 임명하면서 재도전 의지를 보였다. 박 사장은 지난 2000년 신세기통신,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SK하이닉스) 등의 인수를 주도했다.

박 사장은 지난 2일 SKT T타워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케이블TV 인수합병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조기 대선이 이뤄진다면 이동통신사의 케이블TV M&A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SKT와 CJ헬로비전의 인수 무산 배경을 두고 최순실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는데 진위 여부를 떠나 이통사와 케이블TV간 M&A 추진에 도움이 되는 사건이 될 전망”이라며 “이젠 정부가 M&A 불허 시 모든 참여자들이 수긍할만한 뚜렷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