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박정호 전 SK(주) C&C 사장이 임명된 가운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케이블TV M&A가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 동안 통신사-케이블TV M&A에 걸림돌이었던 권역폐지가 유료방송발전방안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년 조기 정권교체 시, 이통사의 본격적인 움직임도 예상된다.

SK텔레콤은 올해 상반기, 기업의 명운을 걸고 추진했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무산된 바 있다. 또 최근 그룹 인사를 통해 M&A 전문가인 박정호 사장을 CEO에 앉혔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 9월 권영수 부회장이 케이블TV 인수합병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이통사의 경우 포화된 시장상황 타개를 위한 방편으로 케이블TV 인수합병이 미래성장동력 중 하나다.

미국에서도 최근 이통사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에 청신호가 켜졌다. 미 법무부 위원들이 "경쟁이 중요한 시장에서 혁신을 제한하거나, 소비자에게 필요한 첨단기술 개발을 막으면 안된다"는 취지로 합병에 긍정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또 통신과 미디어의 합병을 반대해 왔던 트럼프 당선자가 M&A에 대해 편견 없이 진행하겠다는 뜻을 비추기도 했다.

■ 유료방송발전방안에 케이블 '권역폐지' 유력...이통사 M&A 급물살 타나

다음주 내에 미래부에서 발표 예정인 유료방송발전방안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불발의 이유 중의 하나였던 케이블 권역폐지가 담겨 두 회사의 M&A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오는 27일 유료방송발전방안이 발표된다. 유료방송발전방안 중의 핵심사항 중에 하나였던 SK텔레콤과 케이블TV의 동등결합 가이드라인은 이미 나왔고 이를 제외한 발전방안이 공개되는 것이다.

▲ 정부의 유료방송발전방안에 케이블TV의 권역폐지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 중인 이통사의 케이블TV M&A가 내년 하반기 이후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래부에서 작성하고 검토 중인 유료방송발전방안 요약본에 따르면 케이블의 디지털화가 완료되는 시점 또는 2020년 상반기 이전에 케이블 TV의 권역제한이 폐지된다. 전송방식에 따른 사업자 구분을 없애고 사업자 간 소유·겸영 규제를 완화해 사업권역을 개편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의 유료방송발전방안은 두 회사의 M&A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추진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될 당시 주된 원인은 경쟁제한성이었다.

즉, 인수합병으로 인해 시장에서의 독과점 또는 우위적 지위가 발생해 요금이 오르는 등 소비자 피해가 우려될 경우 공정위는 경쟁이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결합 시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구역 중 21개 방송 구역별에서 점유율 합계가 1위가 나와 경쟁 제한 효과를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해석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전국 단위 기준으로 시장 구역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IPTV와 케이블이 경쟁하는 권역은 전국이 아니라 지역단위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미래부가 케이블TV의 권역 제한을 폐지할 경우 적어도 이 부분에서 공정위의 반대 논리는 없어지게 된다.

▲ 유료방송 발전방안 요약본

■ "M&A 전문가 수장으로" SKT 재도전 주목...KT 합산규제 2018년 풀려

미래부가 유료방송발전방안 연구반을 통해 케이블 권역제한 폐지를 검토하다는 사실은 공청회를 통해 공개됐다. 최근 SK텔레콤 CEO로 임명된 박정호 사장이 SK그룹 내에서 M&A 전문가로 인정 받고 있다는 것도, 추후 케이블TV 업체와의 M&A 재도전을 점쳐 볼 수 있다.

박정호 사장은 2000년 신세기통신에 이어 2012년에는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다. 최근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었던 SK주식회사와 SK C&C 합병도 박 사장이 참여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이번 CEO 교체로 SKT의 M&A를 통한 성장 전략이 본격화 될 것”이라며 “장동현 CEO 재임 시절 실패했던 케이블 업체 인수가 조기에 재추진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KT의 경우 합산규제에 묶여 인수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는 2018년 6월 합산규제 법안이 일몰되기 때문에 M&A 추진이 가능해질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이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M&A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KT도 규제가 풀리면 뒤따라 인수합병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발전방안은 케이블TV의 상생을 위해 추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M&A를 위한 권역제한 폐지보다는 케이블TV를 위한 발전 방안을 내놓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