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꼬불 미로 같은 동대문 원단 시장의 골목을 세 명의 청년이 매일 돌아다니며, 4000여개 가 넘는 매장 사장들에게 인사를 하고 다닌다. 처음에는 이방인 보듯이 관심도 없던 사장들이 차츰 이 청년들을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한다. 매장 사장들은 마침내 이 청년들의 물건을 구매하기 시작하고 이 청년들은 ’성공‘의 꿈을 꾸기 시작한다.’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스토리가 2016년 현재 진행 중이다. 동대문 원단주문시스템 ‘스마트 스와치(SMART SWATCH)’를 공급하는 위한소프트(대표 신강수, 히다카 신이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동대문 시장을 위한’이라는 뜻으로 만든 위한소프트는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겨냥한 것도 특이하고 전통시장과 온라인 시장을 접목한 O2O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한국 대학생과 일본 유학생이 함께 설립한 스타트업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신강수 대표는 한양대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그 대회에 같이 참여했던 일본 유학생 히다카 신이치 씨가 함께 만든 회사다.

스마트 스와치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동대문 원단주문 관리시스템이다. 디자이너와 원단매장을 연결해주는 O2O서비스 플랫폼이라고 보면 된다. 동대문의 4300여명의 원단 매장과 수 만명의 디자이너를 연결해주는 네트워크 플랫폼을 지향한다. 디자이너들은 동대문 시장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음식 배달앱처럼 앱에서 바로 원단을 주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신강수 위한소프트 대표는 "동대문 시장의 원단매장과 디자이너를 연결하는 O2O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강수 대표는 “음색배달처럼 원단주문이라고 하면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동대문 시장 자체가 폐쇄적인 부분이 있고, 원단이 워낙 종류별로 있어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앱 개발만 1년이 넘게 걸렸으며, 1개 매장당 5000여개 정도의 원단을 갖고 있어 데이터로 올리는 데만 며칠이 걸린다.

이런 어려운 동대문 시장을 목표로 한 이유는 간단하다. 히다카 신이치 공동대표가 무역회사에서 원단 업무를 맡으면서 느꼈던 가능성 때문이었다. 히다카 대표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모든 업무가 사람 손에 의해 이뤄지며, 잦은 실수로 주문처리가 늦어지고 전체적인 업무진행의 효율화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모든 주문 문화를 데이터화하는 앱 시스템을 개발하면 되겠다고 해서 시작한 것이 스마트 스와치다.

수치로 살펴 보면 디자이너가 판매업자에게 유선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 주문량 평균 77.2건 중 평균 2~3건 주문실수가 돼 장기적 수익성악화를 가져오며, 업무시간의 41%를 주문 처리에 소요하고 있는 것. 스마트 스와치로 주문하면 이것이 해결된다는 것이 위한소프트 측의 설명이다.

신강수 대표는 “대한민국은 동대문을 거치지 않으면 의류가 나올 수 없다”면서 “거래 자체도 현금거래가 많아 시장 규모를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크다”고 말했다. 중견 매장 연매출이 80억원 정도인데 그런 매장이 4300여개 정도 있다고 보면 대략 시장 규모는 수 조 단위는 넘는 것.

당장 수치로만 보면 큰 시장이지만 이곳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신강수 대표는 법학과에 재학중인 학생이고 다른 직원도 패션쪽과 연관된 직원은 없었다. 1년간 꾸준히 일주일에 5~6일을 동대문 매장 사장들을 만나면서 스마트 스와치의 필요성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동대문시장의 중견기업 수준의 주원INC와 협력한 이후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올해 한양대 스마트 창작터와 한양대 SK청년 비상 창업 동아리에 선정되면서 사업고도화에 주력한 것도 도움이 됐다. 1년 넘게 배수의 진을 치며 자비를 들여 일을 해온 경험을 토대로 외부의 도움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 스마트 스와치(SMART SWATCH)) 프로세스 그림

창업 초기에는 스마트 스와치를 단품목 시스템으로만 팔려는 영업을 했다. 그러나 매장 사장들을 만나본 결과 매장은 업무 효율보다 수익을 늘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스템만 파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바꾼 계기다. 스마트 스와치라는 플랫폼에 동대문 매장이 들어와 서비스를 사용하게 하는 것으로 바꾼 것.

성과도 크게 늘었다. 창업초기 1곳 매장만 참여했지만 8월 5개, 9월 52개, 10월 누적 101개로 늘어났다. 올해 연말까지 동대문 매장의 10% 정도 수준이 400여개 매장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장 월 사용료, 결제시스템을 추가해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 등이다. 마케팅 전략은 현장 방문판매와 바이럴 마케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워낙 협소한 공간이다 보니 많이 만나고 소개받는 것이 가장 큰 효과를 낸다. 디자이너가 많이 모이는 온오프라인 장소에서 이벤트를 여는 것도 준비 중이다.

앞으로는 구매자인 디자이너를 모으기 위한 부가서비스도 시작할 것이다. 동대문 지도 찾기와 배송정보 알림서비스가 바로 그것. 원단을 모아 볼 수 있는 장점 뿐만 아니라 배송 정보를 알려줘 디자이너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겠다는 것. 벌써 홍보도 안했는데 300명 정도의 디자이너가 접속하고 있다.

“동아리에서 기업수준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신강수 대표는 사후관리와 매장 고객수 확보를 위한 전담조직도 만드는 등 체계적인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매장과의 관계와 데이터 확보 등 다른 곳이 이 시장에 뛰어들기에는 물리적인 장애가 있을 것으로 보고 사업을 장기적으로 준비하겠다는 것.

신 대표는 “향후 3년 동안 동대문 시장에서 열심히 일해서 안정화하고 동대문 시장 협력사를 통해 중국 시장을 노리고 싶다”면서 “중국은 매장이 10만개 규모이기에 중국 시장에 진출한 뒤 성공한 이후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 다시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 대표는 “기대되는 내일이 있고 행복한 오늘이 있으면 성공적인 삶이다라는 모토를 갖고 있다”면서 “내일 기대되려면 가슴 뛰는 일이 있어야 하는데 창업은 매일 매일 새로우니까 딱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가 ‘어디서 들어봤다’하는 아이템으로 안했으면 좋겠다”면서 “창업이 특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고,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창업 결정했으면 어떤 무엇보다도 힘든 일을 한 것이란 각오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