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백연식 기자] 지난 4일, 삼성전자는 비브 랩스 경영진과의 기자간담회를 서초사옥에서 열었다. 보통 간담회는 늦어도 며칠 전에 기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일상적이다.

12시에 열리는 간담회를 오전 9시 경에 e메일을 통해 공지했다는 것은 급하게 진행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9월 초, 갤럭시노트7 1차 리콜에 대한 발표로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이 간담회를 갑자기 열긴 했지만 이때의 상황과 지금은 많이 다른 것이 사실이다.

간담회는 1시간 가량 Q&A 방식으로만 진행됐다. 이때 의외였던 점은 삼성전자와 비브 랩스 경영진이 비브 랩스의 인공지능(AI) 기술이 갤럭시S8에 최초로 들어간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신제품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외신 등에서 갤럭시S7에 엑시노스 8890프로세서나 스냅드래곤 820프로세서가 들어간다고 할 때나 갤럭시노트6를 건너뛰고 갤럭시노트7으로 출시된다는 소식이 들릴 때도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즉, 신제품이 공개되거나 출시될 때만 새 제품의 기능과 성능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삼성전자의 핵심이라고 불리는 IM(IT·모바일) 부문은 보안이 더욱 철저했다.

▲ 비브 랩스 경영진과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관련 간담회 현장

하지만, 이날은 기자들이 직접 물어보기 전에 비브 랩스 경영진과 이원종 무선사업부 개발1실 부사장은 비브 랩스의 인공지능 기능이 갤럭시S8에 들어간다고 인정했다. 매우 의외였다. 이미 갤럭시S8에 비브 랩스의 인공지능 기술이 들어갈 것이라는 소문이 많이 나왔고 많은 이들이 예상한 것은 사실이다.

이른바 카더라 소식이 들리는 것과 삼성전자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 갤럭시S8에 비브 랩스의 인공지능 기술이 들어간다는 것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으니 삼성전자가 이를 널리 알리고 싶어한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왜 갤럭시S8에 들어갈 기술을 알리고 싶은 걸까. 이유는 갤럭시노트7 단종 때문이다. 하반기 삼성 스마트폰을 이끌어갈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없는 상황에서, 혁신이 없다고 비판받던 애플의 아이폰7은 전세계에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갤럭시노트7으로 신뢰성을 어느 정도 잃어버린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의 성공에 삼성 IM부문의 운명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때문에 갤럭시S8에 새롭게 들어갈 혁신적인 기능을 먼저 알리고 싶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갤럭시S8에 많이 관심을 갖게 하려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인 것이다.

그동안 비공개 전략을 고수했던 삼성전자가 긴급 간담회까지 열며 갤럭시S8을 홍보한다는 것은 지금 위기라고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채인식 기능을 이용한 삼성패스로 최고의 플랫폼을 이뤄내겠다는 갤럭시노트7의 비전은 배터리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 나버렸다. 삼성전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갤럭시S8과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오픈 생태계와 플랫폼을 위한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나, 갤럭시S8의 경우 혁신적인 기능을 먼저 알리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갤럭시노트7의 발화원인을 먼저 찾는 것이 아닐까. 홍채인식에 완벽한 음성인식 비서가 설령 들어간다고 해도 갤럭시S8이 갤럭시노트7처럼 터져버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내년에 출시될 갤럭시S8에 혁신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기본과 안전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 의 새로운 기능을 홍보하는 마케팅 전략도 좋지만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