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역대급 난관에 빠졌다. 회사의 사활을 걸고 야심차게 출시한 갤럭시노트7이 불과 2달여 만에 단종 위기에 몰렸다. 단순히 하나의 제품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단단하다'는 삼성전자의 브랜드에 찬물을 끼얹은 실패작으로 내몰리고 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라는 표현이 딱 맞는다. 갤노트7은 발표와 동시에 전세계적인 호평을 받았다. 의례적인 광고 집행에 따른 미디어의 평가가 아니라, 수려한 디자인과 혁신적인 성능에 열광한 결과다. 갤럭시가 드디어 아이폰을 앞섰다는 정성적 평가도 잇따랐다. 스마트폰에 무감각한 필자도 지인이 구입한 제품을 보고 잘 만들었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갤노트7의 화려한 등장은 향후 삼성전자의 절대강자 자리를 굳히는 듯 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갤노트7 출시를 앞두고 상승해 160만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올해 초 120만원대였던 주가와 비교하면 괄목할 정도의 오름세다.

갤노트7의 '1차 발화' 사건으로 140만원대로 추락했지만, 삼성전자의 발빠른 리콜 조치로 다시 회복해 170만원까지 치솟는 등 최고가 경신을 했다. 그러나 '2차 발화' 사건에 전세계 일시 판매중단 조치가 나온 11일 현재 주가는 158만7천원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에서 영업이익은 7조8천억원을 기록했다. 갤노트7 사태를 겪었음에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무선사업부문의 악재에 따른 실적에도 삼성전자가 연간 30조원의 영업이익을 낸다는 펀더멘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새 갤노트7의 발화 사건은 이러한 펀더멘탈 자체를 흔들 정도로 강력하다. 우리나라는 물론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도 판매 및 교환 중지 결정(권고)이 내려졌고, 삼성 또한 일시적 생산중지를 한 상태다. 1차 때처럼 리콜, 재생산 등으로 갤노트7을 살려내기가 쉽지않다. 자칫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제품을 움켜쥐고 가는 모양새로 보일 수 있다.

이 같은 점에서 삼성전자 역시 조기 단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일 것으로 생각된다. 일부 보도에서는 '갤럭시노트'라는 브랜드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삼성전자로서는 아이폰에 한 없이 작았던 그 옛날 '옴니아' 브랜드의 악몽이 떠오를 수도 있겠다. 윈도모바일 OS를 탑재해 수시로 오류를 발생시키던, 조악한 품질의 삼성 초기 스마트폰 옴니아는 이제 그 이름 조차도 가물가물하다. 당시 삼성은 스마트폰 혁신에 올인해 옴니아를 버리고 갤럭시 브랜드를 내놓았고, 지금의 영광을 실현했다.

삼성전자가 현재의 스마트폰 명가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갤럭시노트7을 과감하게 버려야 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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