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선민규 기자] 갤럭시노트7 발화 논란을 필두로 시작된 삼성전자의 악재가 긴 시간 이어지면서, 등기이사로 선임을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출시한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결함에 따른 리콜과 판매중지로 시련을 겪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달 12일 이사회를 소집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위기에 빠진 삼성전자를 위해 직접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은 고 이병철, 이건희 회장에 이은 3대째 이어지는 행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삼성전자가 삼성그룹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만큼 향후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이 재편될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조심스럽게 이 부회장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선임될 것이란 예측을 내놨었지만, 예상치 못한 갤노트7 논란으로 그 시기가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과거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도덕성 비난과 삼성중공업·엔지니어링·물산 등 3사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삼성그룹 내 켜진 적신호와 갤노트7으로 촉발된 삼성전자의 악재가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조기 선임을 불러왔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로 취임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위기를 극복하고, 향후 사업재편과 지배구조 개선 등 삼성그룹 전체의 위기 해소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갤노트7이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리면서 이를 수습하는 첫 단추를 꿰는 일부터 쉽지 않아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구조 개선과 사상최대 리콜에 따른 삼성전자의 회복, 주주들의 욕구 충족 등 여러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이 등판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의 체제가 재편되고, 위기 극복의 실질적 성과를 보여야하는데 갤노트7 문제가 계속 발생하면서 수습이 쉽지 않아졌다”고 분석했다.

▲ 연이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발화 논란에 위기 극복을 위해 전면에 나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위기 수습하던 삼성전자,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 결의가 보도된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보였다. 갤노트7 사태 수습과정에서 하락세로 그렸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결의안 보도 이후인 13일 3%이상 반등하며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삼성전자가 기기 교환에 역량을 집중, 신속한 처리를 진행함에 따라 기존 갤노트7 사용자 대다수가 환불 대신 기기 교환을 선택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가을과 함께 찾아온 서늘한 바람은 유독 삼성전자에게 가혹했다. 안전한 기기로 교환받은 갤노트7로 추정되는 제품이 또다시 발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

국내에선 지난 1일 새롭게 교환받은 갤노트7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제보가 한차례 온라인을 휩쓸었다. 삼성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 해당 사안을 의뢰했고, KTL은 강한 외부 충격을 갤노트7 발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 결함에 따른 화재라는 누명은 벗는 듯 했지만, 지난 주 국내외에서 연이어 발화사건이 보고됨에 따라 논란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지난 5일 미국에선 이륙을 앞둔 항공기 내에서 교환받은 제품으로 추정되는 갤노트7이 발화함에 따라 탑승객 전원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와 연방항공청(FAA)은 사건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삼성전자는 조사 진행 후 결과를 발표하겠단 뜻을 전했다.

국내에선 지난 8일 대전과 송도에서 교환받은 갤노트7이 발화했다는 주장이 SNS를 통해 퍼졌고, 미국과 대만에서도 갤노트7 발화를 주장하는 보도가 전파를 탔다. 사고에 대한 사실여부와 정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내외 연이어 들리는 사고 소식에 삼성전자는 당혹함을 감출 수 없게 됐다.

특히 미국에서는 9일(현지시간) AT&T와 T모바일 등 통신사가 갤노트7의 판매중지하면서 삼성전자의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

삼성전자의 악재는 비단 갤노트7에서 멈추지 않았다. 미국 내 판매된 삼성전자의 일부 '탑로드'형 세탁기에서 사용 중 상부 뚜껑이 날아가는 등 문제가 보고됐고, 미국 뉴저지 내 사용자들은 집단소송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도 삼성에게 불리한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2심 재심리 결과, 삼성에게 유리했던 2차 특허소송의 항소심 판결이 무효로 판결났다. 애플의 손을 들어줬던 1심의 판결을 인정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항소를 통해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을 구할 방침이지만, 이번 판결이 삼성전자가 웃을 수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 지난달 12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사진=플리커)

■ 악재에도 불구, 견조한 삼성전자 실적 및 주가

두겹, 새겹으로 겹쳐진 악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와 실적이 안정적인 모습이라는 점은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인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은 7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증가한 건재한 성적을 발표했다. 갤노트7에 따른 모바일(IM)부문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D램 시황이 최근 3년 만에 최대치로 오르는 등에 요인에 따라 반도체 부분의 선전이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분야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갤노트7의 리콜비용이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모바일 부문 사업 개선은 향후 삼성전자 전자 실적을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할 선결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주가 역시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띄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 분할 및 배당 요구를 통해 개입하려는 모습을 드러냄에 따라 급등했다.

일각에선 앨리엇의 요구가 사업 분할을 통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재편하고, 경영권 승계를 완성 하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도와 일치한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적군이었던 해지펀드가 이번엔 우군으로 자리를 바꾼 셈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27일 이재용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숱한 악재들 속에서 본격적인 등판을 앞둔 이재용 부회장이 불거진 위기를 말끔히 봉합하고, 삼성그룹의 후계자로서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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