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길주 기자] 한국과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가 힘을 합쳤다. 종목은 젊은 층 감성을 담은 스트리트 패션. 각자 국가에 인프라를 두고 같은 브랜드를 키워가는 이들 모습은 스테레오의 입체적 음향을 연상케 한다. 인기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스테레오 바이널즈'의 이야기다.

한국 사업 총괄 겸 디자이너는 김기환 대표(37). 패션 업계에서 인연 맺은 영국 디자이너와 동업 형태로 지난 2013년 ‘스테레오 바이널즈’를 열었다. 영국 기업의 한국 지사가 아니라 ‘한영 디자이너 합작 브랜드’인 셈이다.

사업은 초기부터 20~30대 젊은 층의 지지를 크게 받아냈다. 소규모로 시작했으나 인기 급증에 힘입어 대기업 거래를 트는 한편, 중어권 수출 사업까지 활발하다. 국내 ‘비이커(제일모직)’와 ‘폴더(이랜드)’, 홍콩의 ‘아이티’ 등 대형 패션 멀티숍의 인기 브랜드이기도 하다.

온라인에서는 창업 초부터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를 통해 국문과 영문 쇼핑몰을 열어 글로벌을 공략해왔다. 영문 쇼핑몰에 영미권은 물론 중국, 홍콩, 일본 고객들까지 유입되면서 온라인 사업 전반의 확장도 진행 중인 상황. 지난 추석연휴에 공개한 리뉴얼 사이트가 그 시발점이다.

“창업과 함께 스트릿 패션 마니아들에게 제품 경쟁력을 높이 평가 받았고, 큰 기업들과 잇달아 협업이 이뤄졌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투자 확대에도 드라이브를 걸어왔죠. 연간 30% 정도였던 매출 성장세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 스트리트 패션 쇼핑몰 스테레오바이널즈 메인화면

김 대표가 설명하는 ‘스테레오 바이널즈’ 의류의 강점은 발 빠른 트렌드 반영에서 나온다. 국내 전문가들로 구성한 자체 디자인 팀이 글로벌 트렌드를 항시 연구하고, 시즌 별 스타일로 구현해낸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전략을 주관하는 영국의 디자이너와 실시간 소통하는 대목도 주목된다.

디자인 후 제작 및 생산은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10개의 디자인 중 반응이 좋은 2~3개를 대량 생산하고, 나머지는 전력에서 과감히 제외한다. 대신 또 다른 디자인 10개를 빠르게 만들어내는 작업을 지속한다. 고객 판단에 기반한 디자인 및 제작 시스템을 성장 동력으로 삼은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수 많은 베스트셀러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한국에서 디자인한 모자 종류만 누적 10만개, 항공점퍼는 매년 수 만개 단위의 판매량을 나타내고 있다. 대학에서 의류패션산업을 전공하고, 글로벌 힙합의류 브랜드에 몸담았던 김 대표의 역량도 한 몫을 더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대기업들과의 제휴도 ‘스테레오 바이널즈’의 인기를 드러내는 이슈다. 코카콜라와 디즈니, 심슨 등 굵직한 주자들이 ‘스테레오 바이널즈’와 공동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스테레오 바이널즈’ 의류에 이들 기업 제품 디자인을 재구성 및 삽입, 고객 시선을 사로 잡았다.
 
“’스테레오 바이널즈’와 코카콜라 혹은 디즈니를 좋아하는 고객들의 만족도가 상당했습니다. 해외 기업들에게도 저희가 ‘함께 일해볼 만한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아시아를 넘어 영미권과 유럽에서도 성공 사례를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 김기환 스테레오바이널즈 대표

<김기환 대표와 일문일답>

영국 측과의 역할 분담은?

일종의 동업 관계다. 영국에 있는 디자이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다시 말해 브랜드 콘셉트 관련한 큰 전략을 주관한다. 실제 의류의 디자인과 제작, 생산 등은 한국에서 맡고 있다. 국내 디자이너로 구성된 역량 갖춘 팀이 성장을 이끌었다고 본다.

어떤 의류를 지향하는지?

누구나 편히 입을 수 있고 현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의류다. 여기에 좋은 가격과 높은 품질이 더해졌을 때 고객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시장에 통할 디자인을 대량 생산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방식을 지켜온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같은 제작-생산 시스템이 있었기에 대기업들과도 일할 수 있었다.

향후 목표는?

신진 디자이너 육성 플랫폼을 체계적으로 만들겠다. 아티스트들은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발굴해 육성하고, 스타로 만든다. 국내 디자이너 세계에서도 이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재능과 역량을 갖췄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디자이너들과 함께 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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