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10월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3일(현지시각)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일본은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이다. 노벨상 중 과학분야 수상을 고대하는 한국으로서는 일본 열도를 부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베르나르드 노벨이 기부한 유산을 기금으로 하는 노벨재단이 지난 1901년부터 매년 인류의 복지나 과학계에 공헌한 사람 및 단체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일본은 21세기 들어서 17명의 과학자들이 14개의 노벨상을 수상했는데 이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수상자를 배출했다. 국내 과학계는 일본의 노벨상 수상이 우연히 이뤄진 것이 아니라 ‘기초연구 투자'의 결실이 맺고 있는 것이라 평가한다.

일본은 지난 19세기 말 산업화와 함께 유럽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오랬동안 해와 수준이 매우 높다. 한국이 노벨상 수상을 위해 막 준비를 하는 단계라면 일본은 이미 꼭대기 위해서 놀고 있는 것이다.

▲ 노벨상은 현존하는 상 중 가장 권위 있다고 평가받는 역사적인 상이다 (사진=프리스탁포토스)

한국은 기초과학의 토대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열약해 올해 노벨상 후보 명단에 한국인은 거론조차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가 산하기관의 한 연구원은 “한국 정책 당국자들과 국민들은 시간만 지나면 한국에서 자동으로 노벨상 수상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지만 현재 상태로는 절대 못할 것이다”며 “노벨상 수상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풍토에서 절대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벨상을 타려면 노벨상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노벨상 수상과 같은 성취는 한 우물을 수십년은 파야 가능할까 말까 한 업적이다”고 덧붙였다.

국내 과학계 연구진들은 정부나 대학에서 1~2년 안에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눈치를 주며 프로젝트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제까지 노벨상 업적의 공통적 성격을 살펴보면 '패러다임의 변화', '지식의 외연 확대', '발견 경위의 단순함', '사업화의 발판 역할', '실용화를 전제로 한 연구' 등이다. 국민들의 노벨상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큰데 반해 정부의 정책 및 대책을 보면 즉흥적이고 단기적이라는 평가다.

■ 요시노리 교수의 연구 성과, 향후 파킨스병 치료 활용 기대...노벨 문학상도 하루키 1순위

과학계에 따르면 일본은 특히 세균학이나 입자 물리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노벨 생리의학장을 받은 요시노리 교수는 세포 내 불필요하거나 퇴화한 단백질, 소기관을 재활용하는 자가포식(오토파지) 현상의 구조를 밝혀낸 것으로 유명하다. 세포 내 청소부’ 역할을 하는 오토파지는 세포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단백질이 문제를 일으키기 전 문제점을 제거한다.

그는 이 방법을 제어할 수 있는 유전자를 세계 최초 발견했고, 의학계에서는 향후 파킨슨병이나 신경질환의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요시노리 교수는 노벨상 수상 후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노벨상 수상을 하게 되어 정말 영광이다”며 “노벨상 수상은 언론에 발표 나오기 두 시간 전에 연락을 받아 알게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아이슈타인 또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이다 (사진=픽사베이)

이어 그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과학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일본 열도는 요시노리 교수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환호에 휩싸였다. 교도통신과 NHK는 이날 저녁 요코하마에 위치한 도쿄공업대 연구실에 있는 오스미 교수의 모습을 방송으로 전하며 노벨상 수상 소식을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또한 소식이 알려지자 오스미 교수에게 축하전화를 걸어 “일본인으로서 긍지를 느낀다”며 “선생의 연구 성과는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 빛을 줬다"고 축하를 전했다고 알려졌다.

한편, 오는 6일에 수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노벨문학상 마저 일본의 유명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수상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노벨문학상은 ‘노벨상의 꽃’이라고 불린다. 하루키는 한국에서 수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스타 작가로 영미권 및 유럽에서도 두터운 독자층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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