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그간 중국 내에서 지역과 지역 단위로 부과되던 ‘로밍비’가 연내 폐지될 전망이다. 중국은 지역의 규모가 크다 보니 특정 지역을 넘어설 경우 국경 내에서도 로밍 비용이 부과돼왔다. 앞서 유럽 등 지역도 내년 이후 유럽연합(EU) 역내 로밍비용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중국의 역내 로밍비용 폐지도 글로벌 통신 업계의 주요 이슈가 돼 왔다.

사용자의 통신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기에 중국 내 로밍비용이 폐지되면 중국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한국인 거주자나 유학생, 업무차 현지 통신사를 이용하는 한국인들 역시 요금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광저우일보에 따르면 중국 내 2위 통신사인 차이나유니콤의 실적발표회에서 왕샤오추(王晓初) 차이나유니콤 회장은 “10월 1일부터 차이나유니콤은 모든 패키지의 역내 로밍비용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차이나유니콤을 비롯해 중국 3대 통신사로 꼽히는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텔레콤도 모두 연내 로밍비용을 폐지할 계획이다.

이같은 로밍비용 폐지는 사용자들의 요금 인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지만, 반면 일부 중국 통신 업계는 이같은 로밍비용 폐지가 중국 통신사의 실적에 미칠 ‘도미노 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 데이터 통신 중심 시대로 옮겨가는 중국의 3대 통신사가 연내 중국 내 로밍비용을 폐지한다. (이미지=위키피디아)

■ 중국 통신업계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직접적 영향 ‘제한적’일 것

장거리 로밍비용 폐지는 실제 중국 3대 통신사의 매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중국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은 나뉘고 있다.

광저우일보에 따르면 차이나유니콤 왕샤오추 회장은 “일찌기 4년 전 차이나유니콤이 3G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이미 주요 패키지 상에서 장거리 로밍비를 폐지한 바 있으며 최근 차이나유니콤에서 4%의 사용자 만이 장거리 로밍을 이용하고 있다”며 “점유율이 매우 작기 때문에 장거리 로밍비용 폐지가 중국 차이나유니콤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차이나모바일통신그룹 리웨청(李跃称) CEO는 “음성 비즈니스는 차이나모바일 전체 매출의 37%를 차지하기 때문에 장거리 로밍 비용을 폐지하는 것은 여전히 위험요소가 존재하며, 차이나모바일은 2년 간의 시간에 걸쳐 위험을 분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모바일이 최근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무선 온라인 매출은 전체 매출의 43%를 차지했으나 음성 매출은 37%를 차지했다. 차이나모바일의 ‘데이터’ 매출이 처음으로 전통적인 비즈니스 영역을 넘어서면서 차이나모바일의 ‘제1 매출원’이 된 것이다. 차이나텔레콤은 아직 상반기 실적을 내놓지 않았다.

광저우일보가 인용한 중국 통신업계 애널리스트들은 “로밍비가 통신사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크지 않으며 현재 모두 ‘데이터’ 위주의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이 장거리에서 위챗(WeChat)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하기 때문에 로밍비 폐지가 통신사의 미칠 영향이 현실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 외에도 현재 운영되고 있는 통신 요금 패키지들이 상당부분 로밍비용을 이미 폐지한 상태란 점도 작용하고 있다.

■ 중국 통신업계 “지불 방식의 변화 가져올 것”...EU, 러시아와 인도 등도 시행

휴대폰 로밍 비용은 1990년대부터 시작됐으며 2G 시대의 산물이다. 당시 소비자들은 외지에서 전화를 걸기만 해도 높은 로밍비용이 부과될 수 밖에 없었다. 3G, 4G 시대에 이르면서 중국 통신사들은 ‘도시와 거리에 관계없이 로밍비용 단일화’ 패키지를 내놓기 시작했고, 4G로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우대 정책을 통해 이같은 움직임도 확산됐다.

광저우일보는 “전 세계적으로 로밍비용 폐지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며 “유럽연합(EU)은 2017년 6월부터 유럽 연합 회원국 내 휴대폰 로밍 비용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U 국가 내에서 이동할 경우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휴대폰을 이용할 수 있다. 국경을 넘어설 때 부담해야 했던 ‘폭탄 요금’ 우려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국 내에서 사용하는 통신 요금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통화나 데이터 이용을 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유럽 국가에서 거주하는 한국인도 다른 유럽 국가로 여행을 갈 때 로밍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같은 내용의 합의는 지난해 EU 위원회 의결을 통과해 내년 발효될 예정이다.

EU뿐 아니라 러시아, 인도 등 국가 역시 역내 로밍 비용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 장거리 로밍비용뿐 아니라 통신비용 지불 방식 즉 음성 통화와 발신자번호 표시, 문자, 데이터 사용, 인터넷 비용 등 다양한 지불 항목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의 3대 통신사는 로밍비용을 폐지하는 동시에 지불 방식 역시 바꿀 예정이다. 예컨대 차이나모바일은 전체 데이터 비용의 책정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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