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김효정 기자] 애플이 중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운다는 소식이 전 세계를 강타한 데 이어 현지 언론은 그 다음 행보에 대한 예상을 쏟아내고 있다. 그간 표준화된 제품으로 중국 시장에서 마케팅과 운영만을 조정해왔다면 앞으로는 설계 단계부터 중국 시장에 최적화된 제품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더 나아가 기존에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던 애플 제품뿐 아니라 더 확장된 영역에서 중국형 제품을 연구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R&D 센터를 통해 중국 시장에 흩어져 있는 애플의 인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면서 중국 현지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구심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 중국 시장 ‘맞춤형 제품 및 사용자 체험(UX)’ 기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중국행’에 발맞춰 애플은 중국에서 발전을 모색하는 새로운 발표가 나왔다. 애플의 이 발표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현지 인력이 끊임없이 커지면서 새로운 연구센터를 지어 중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길 원하고 있다. 연구개발센터는 올해 내 현실화될 것이며, 중국의 엔지니어와 운영 인력이 결집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사용자들이 애플의 상품을 이용하면서 기술과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애플은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연구개발 센터는 중국의 현지 협력 파트너 및 고위층과 관계를 강화할 계획이며 중국의 인재 발전도 지원한다.

중국의 블로그 미디어 바이두 바이지아는 “이러한 발표에는 애플의 투자금액이 명시되지 않았고 연구센터가 어디에 세워질 것이란 이야기도 없지만 중국 시장에 대한 애플의 태도를 명확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얼마 전 애플이 10억 달러를 투자한 콜택시앱 ‘디디다처(嘀嘀打车)’, 그리고 애플과 중국의 터치 유리 제조업체 렌즈 테크놀러지(Lens Technology)의 협력 소식, 여기에 2018년 말까지 애플이 주도해 지속가능한 발전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상품 및 부품을 제조에 나서겠다는 것 등을 종합해보면 애플은 중국 시장에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애플은 지금 이 시점에 왜 중국 R&D 센터 설립을 결정했을까? 바이두 바이지아는 “‘중국이 애플에 있어 두 번째 시장’이란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사실 애플은 중국에 완전히 침투해 시장을 일군적이 없다”며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막론하고 심지어 맥북, 애플와치 등 제품이 시장 마케팅 측면에서 약간의 중국 본토화된 운영을 한 것 이외에는 상품부터 설계에 거쳐 모두 애플 방식의 표준화된 운영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그리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애플의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애플 제품의 중국 시장 판매 상황을 봤을 때 상반기 중화권에서 애플의 매출은 3분의 1이 날아갔다.

바이지아는 “단순히 ‘스마트 기기’의 판매 만으로 애플의 중국 시장 발전을 꾀할 수 없으며 시장에 더 깊이 침투하겠다는 것이 더 중요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 애플은 자사에게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 중국에서 추락하는 경쟁력을 만회하기 위해 R&D센터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현지 공략에 뛰어든다는 전략이다. 사진은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잘 나가던 시기' 중국 최대 애플스토어 서호점 직원들이 오픈 당시 축하 세레모니를 하고 있는 모습

■ 화웨이 대항할 인재 육성 및 ‘대(對)중국 역량’ 결집

또 다른 측면에서 중국 시장의 연구개발 능력과 역량은 매우 고속발전하면서 상승기에 있다. ‘경제협력과 발전 기관(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시장의ㅣ 연구개발 투자는 2008년의 920억 달러에서 2013년 2430억 달러로 늘어났다.

이 기간 미국 시장의 연구개발 투자는 2040억 달러에서 2210억 달러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1년부터 시작해 애플은 중국에서의 사무소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왔으며 최근 이미 45개 사무소가 설립됐고, 약 9000명의 직원이 R&D 센터를 통해 이같은 인력과 자원을 더 잘 융합시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이러한 ‘인재’ 전략은, 애플이 화웨이 등 본토 휴대폰 제조 업체들과의 경쟁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애플의 상품 ‘표준화’ 보다 중국 시장용 ‘맞춤형 제품’에 보다 힘을 쏟고 향후 중국 사용자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사용자체험도 보다 최적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전에 팀 쿡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국은 쉽게 장담하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시장 수요와 수익 잠재력뿐 아니라 이 시장의 거대한 인력 자원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 시장에 150만명의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영향력은 추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애플의 이같은 움직임은 시장 차원의 고려 이외에, 중국 정부와의 관계 개선까지 고려된 것으로 중국 언론은 보고 있다. 바이지아는 “결국 애플의 중국 시장 운영은 갈수록 더 엄격한 정책적인 굴레에 제한되고 있다”며 “아이튠스 스토어의 영화나 서적뿐 아니라 애플페이 등 애플이 R&D 센터를 짓는 것은 발전을 지속하면서 공동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팀 쿡은 애플의 CEO가 되고 난 후 지난 5년간 9차례 중국 시장을 찾았으며 그 ‘성의’만 봐도 상당부분 중국 시장에 대한 의지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 현지의 평가다.

결국 다른 미국 회사와 비교했을 때 중국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페이스북, 혹은 중국 시장에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구글에 비해 애플이 중국 시장에서 상당부분 성공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바이지아는 “최근 아이폰의 차세대 신제품은 이미 폭스콘에서 생산을 시작했으며 비록 올해 새로운 제품이 커다란 놀라움을 안겨주진 않았지만 내년은 아이폰 탄생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기대를 품게 하고 있다”고 애플의 향후 행보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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