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이경탁 기자] 전 세계적으로 IT인프라 환경이 클라우드로 전환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SDDC)’가 떠오르고 있다. 소프트웨어(SW)로 운영하는 인프라의 자동화로 기존 레거시 네트워크(NW)-서버(시스템)-스토리지 등 인프라 엔지니어들의 위치가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들린다.

업계 전문가들은 인프라 엔지니어들이 이 격변하는 환경을 넘기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다른 분야로 기웃거리며 흔들리지 않고 각자 맡고 있는 분야의 전문성을 더 쌓도록 노력하는 것이 생존법이라 조언한다. 물론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능력은 덤이다.

일례로 네트워크 엔지니어들의 경우 향후 몇십년간 펼쳐질 사물인터넷 생태계에서 구축해야 할 디바이스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굶을 일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 클라우드 및 SDDC 시대에서 인프라 엔지니어들은 역설적으로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더욱 쌓아야 위기를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SDDC 이전 가상화(VM) 기술이 처음 나왔을 때도 인프라 엔지니어들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서버나 네트워크를 가상화하더라도 인프라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을 모두 자세히 이해하고 있는 엔지니어들은 희귀하다. 3대 구기 종목인 축구, 야구, 농구를 모두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드문 것처럼 말이다. 가상화를 통한 클라우드 시대가 오며 이론적으로는 총소요비용(TCO)가 감소했다.

하지만 벤더 및 기업에서는 오히려 ‘클라우드’팀이 생겨 인프라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는 엔지니어들의 수요가 늘어났다. 장비 구매에 대한 비용이 줄어들었지 인건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데브옵스(개발+운영) 개념이 나오며 이론적으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오산이었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모든 장비들을 운영한다 하더라도 어쨌든 x86 서버-네트워크 장비-화이트 박스 등 물리적 장비들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프로그래밍만 한다고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생기는 것이다.

▲ 네트워크 엔지니어들은 사물인터넷 바람을 타고 더 큰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위키피디아)

최근 많은 엔지니어들이 SDDC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회사 차원이든, 개인 차원이든 프로그래밍 능력을 습득하고 있다. 프로그래밍도 분명 중요한 능력이기는 하지만 SDDC 시대는 인프라 엔지니어들에게 서버든 네트워크든 더 큰 전문성을 요구한다.

시스코코리아 최우형 솔루션 SE팀 수석 부장은 “SDDC 시대는 엔지니어들이 프로그래밍만 배운다고 생존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며 “오히려 각 분야의 전문성을 더 높게 쌓아 인프라 디자인 의 방법론을 알려줄 수 있는 아키텍트로의 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부장은 “클라우드나 SDDC에서 엔지니어 존재 자체에 대해 비관론을 펼쳐지고 있는데 최근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엔지니어들의 수요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IT 비즈니스 중심에서 모두가 개발자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데브옵스는 개발자가 운영을 하는 개념이 아니라 ‘인프라 운영을 자동화 해주는 사람’에 가깝게 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클라우드와 SDDC 구축이 완료된 후 개발자들이 이를 대체할 수 있겠지만 아직 먼 이야기다. 또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에서 레거시 환경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 최근 많은 인프라 엔지니어들이 프로그래밍을 배우려 한다 (사진=위키피디아)

김동균 나임네트웍스 SDN 기술팀 매니저는 “클라우드 환경으로의 변화는 네트워크 엔지니어에서 인프라스트럭쳐 엔지니어로의 진화를 요구한다”며 “익숙하게 다뤄왔던 물리적 네트워크 구성을 포함해 논리적 구성까지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전체 네트워크를 기획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규모가 큰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보안, 기획, 클라우드 모두를 자동화하고 단순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개발자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것이 아니라 데브옵스 팀이든 클라우드 팀이든 명칭이야 어떻게 됐든 앞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그룹 위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오션스일레븐을 생각해보면 된다. 대형 카지노를 털기 위한 목적으로 각 분야의 탁월한 장기 및 특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만들고 미션을 진행한다. 동네 구멍가게를 터는 것은 이것저것 어설프게 하는 한두 사람으로 충분하지만 카지노 같은 곳은 어림도 없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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