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투데이 선민규 기자] 정부가 가계통신비 완화 방안 중 하나로 알뜰폰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알뜰폰 업체를 중심으로 ‘핑크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 소비자를 만족시킬수 있는 준비가 선행되지 않은 전망은 핑크빛을 어둡게 물들일 수도 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알뜰폰 업계는 10월경 멤버십 혜택 도입, 파손보상 등의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통신시장 경쟁정책 추진방안 중 하나로 알뜰폰 활성화를 내세웠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올 9월 만료 예정이던 전파사용료 감면 연장 ▲음성14.6%, 데이터 18.6% 도매대가 인하 ▲데이터 중심 요금상품의 수익배분비율 음성무제한 추기비용 조정 등을 마련했다.

전파사용료 감면 연장으로 알뜰폰 업체의 재무상황을 안정화 시키고, 도매대가 인하를 통해 보다 더 저렴한 요금제가 나올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뜻이다.

이같은 정부의 정책 덕에 알뜰폰 업체 입장에서는 숨통의 틔였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10%인 시장점유율을 연내 12~13%로 올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홍철 인스코비 사장은 “대부분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넘으면 정체되기 마련인데 이번 미래부의 활성화 정책으로 15%이상으로 올라갈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내에 12~13% 시장점유율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 미래부의 정책이 알뜰폰 시장 확대를 가속화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정부의 알뜰폰 지원책... 일단 업계 분위기는 희망적

다른 알뜰폰 업체도 희망적인 분위기는 비슷하다. 미래부의 정책 추진으로 알뜰폰의 최대 경쟁력인 ‘저렴한 요금’에 한층 힘을 쏟을 수 있게 되면서, 가입자를 늘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하다.

지난 2일 CJ헬로비전은 24개월 약정시 기본료 3천900원에 음성 50분·데이터 500MB를 제공하는 ‘조건없는 USIM LTE 5’와 기본료 7천900원에 음성 50분·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조건없는 USIM LTE 9’를 내놨다.

이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지 않는 범위에 있는 요금제 상품으로, LTE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사용량은 많지 않은 소비자층을 겨냥했다. 저렴한 가격 또한 소비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CJ헬로비전을 필두로 대다수 알뜰폰 업체들은 이르면 9월 특색을 갖춘 새로운 요금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특정 소비층을 겨낭한 요금제를 통해 통신시장에서 알뜰폰의 입지가 한층 넓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석구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은 “5월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 수는 633만명이지만 매월 1만명씩 늘어가는 현재의 추세로 볼 때, 연말이면 700만 가입자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알뜰폰의 태생적 한계...우체국만 바라보라고?

하지만 알뜰폰의 미래를 마냥 낙관할 수는 없다. 알뜰폰이 가진 태생적 한계가 언제 발목을 잡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알뜰폰의 최대 약점은 오프라인 판매처가 없다는 점이다. 우체국에서 판매가 이뤄지긴 하지만 현재 10개의 업체의 3개 상품만 오프라인으로 판매되고 있다. 알뜰폰 업체가 다양하고 특색있는 요금제를 출시한다 해도 우체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은 총 30개에 불과한 셈이다. 다양한 요금제들을 선보인다 하더라도 모두 우체국에서 판매될 수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우체국 외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수도 없는 노릇이다. 알뜰폰의 ARPU(가입자 1인당 평균 지불 금액)는 1만원대로 이동통신 3사의 1/3수준이다. 알뜰폰의 취지가 저가 요금제인 만큼 ARPU상승을 기대할 수도 없다. 결국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해도 이통 3사와 같은 판매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판매지원 없이는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해도 얼마나 오래 영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윤석구 회장은 “ARPU를 늘릴수 없기 때문에 (알뜰폰 업체의)매출을 증가시키는 방법은 가입자를 늘리는 것 뿐”이라며 “가입자 늘리기 위해서는 역시 홍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알뜰폰이 1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달성해다고 하지만 일반 소비층의 알뜰폰에 대한 인식은 미미하다. 알뜰폰은 여전히 중장년층 이상 소비층을 대상으로 하는 ‘잘 안터지는 저렴한 폰’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안 터지는 저렴한 폰...멤버십 혜택 등 홍보 강화

다행스러운 것은 알뜰폰 업체들도 자신들의 존재감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홍보수단을 강구하는 중이라는 점이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현재 운영하는 알뜰폰 허브사이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다양한 광고를 통한 알뜰폰인식 재고에 나설 방침이다.

KAIT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알뜰폰 허브 사이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꾸준히 운영할 것”이라며 허브사이트 운영 외에도 “키워드 광고를 준비 중이고 앞으로 광고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멤버십 혜택 논의도 진행할 방침이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18개 회원사를 중심으로 멤버십혜택을 개발, 강화해 나갈 전망이다.

윤 회장은 “향후 파손 보상, 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화 의료상담 기능, 여행에 대한 상담, 쇼핑몰 할인 등을 중심으로 한 멤버십이 출시될 것”이라며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고 빠르면 10월 중 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통신시장은 견고한 철옹성이다. 10%라는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통 3사가 보유한 부동층은 고요한 만큼, 알뜰폰이 가야할 길은 험난해 보인다.

정부의 바람대로 알뜰폰의 성장이 국내 통신시장에 균열을 일으키고, 소비자 후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